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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7개 보건의료단체의 연대체인 '의료 연대회의'와 24개 교육복지단체의 연대체인 '교육복지실현국민운동본부'와 공동으로 대선 기획을 진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교육-의료 2007 희망만들기'란 제목의 이번 기획을 통해 대선에서 꼭 다뤄져야할 교육-의료 분야의 핵심 의제를 제시할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의 김정명신 공동회장의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수업료만 받지 않는 ‘무상교육’이라구요?

 

초등학교 앞 문방구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에서 매일같이 학습준비물-체육복, 고무찰흙, 단소, 심지어 청소용 걸레에 이르기까지 집에서 준비해오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앞 문방구의 존재는 우리나라 무상교육의 단면이다.

 

초짜 학부모일수록 첫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후 밤낮없는 학습준비물 때문에 노심초사한 적도 있고 학교에 간 아이에게서 학습준비물을 갖다 달라는 전화를 받고 머리를 산발한 채 학교로 내달린 적이 있을 것이다.

 

맞벌이 학부모는 아이 이름으로 문방구에 아예 외상장부를 비치해 놓는 실정이다. 나의 짧은 미국체류경험에 의하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1년 동안 가져간 것은 사과 1알이었다. 그나마 아이가 가져가는 것을 잊어버릴까봐 학교 측에서는 10일전부터 예고, 또 예고했다.

 

값비싼 미술재료도 학교에서 모두 제공한다. 바이올린을 배워도 악기는 학교에서 제공하고 바이올린 줄이 끊어지면 3-4불정도 돈을 학교에 보내면 해결된다. 유치원도 예외가 아니어서 공립유치원의 경우 반일제반은 월 3만2000원, 종일제반은 8만원정도를 내야한다.

 

예를 들어 원아 100명정도의 한달 운영비가 3000만원이고 원아가 내는 돈이 300여만원이니 1/10에 해당하는 돈으로 작은 비중이지만 정부는 이에 인색해 무상교육을 포기한 것이다. 또한 유치원에도 수익자부담이라는 항목이 존재하여 유치원의 각종 체험학습 때마다 학부모들은 스쿨뱅킹을 통해 돈을 내야한다.

 

중학교 무상교육의 경우 1985년부터 시작하여 2004년에 전국으로 확대하였다. 무상교육이 아니라는 단적인 예가 학교운영비징수이다. 육성회비성격의 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는 현재 교육비회계로 편입되어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단 한번도 거의 한군데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무상교육을 실시한 적이 없으며 의무교육이지만 무상교육은 아닌 형태로 오랫동안 버텨왔다. 그렇다면 역대정권이 자랑하는 무상교육의 실체는 무엇인가?

 

국가 헌법에 의무교육의 무상을 명기하였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무상이란 수업료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참으로 협소한 의미이고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결국 이는 예산부족의 문제도 있겠지만 철학의 문제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로서 국가를 존속시키는 구성원에게 교육의 책임을 진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초중등교육 분야 교육재정 중 정부부담 비율은 76.2%로 OECD 국가 평균 92.4%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OECD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공부담 교육비 비율은 OECD 평균인 3.8%보다 낮은 3.5%이며, 벨기에(4.0%), 뉴질랜드(4.8%), 미국(3.9%)보다 낮은 수준이다. 사교육비를 포함한 1인당 교육비 지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생활비를 별도로 지원받는 외국의 무상교육체제

 

대부분 유럽국가에서는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모든 교육을 국가가 책임진다. 독일은 외국학생까지 거의 수업료를 내지 않는다. 일부국가의 경우 학생은 생활비를 별도로 지원받기도 한다. 한국유학생들이 유럽유학을 택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교과서와 부교재는 일반적으로 무료로 제공된다고 한다.

 

흔히 시장화된 미국교육을 말하지만 미국도 초중등교육은 공립학교의 경우 무상교육이다. 미국대학의 설립주체  비율도 한때 20:80에 이르던 공사립대학비율도 많은 노력 끝에 현재 이 50:50%로 균형이 맞추어져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우 학부모 교육비 부담률은 OECD국가의 3배이며 국가 지원률은 1/3에 불과하다.

 

솔직히 연간 30조원을 오르내리는 살인적인 사교육비문제는 무상교육의 의미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무상교육문제는 사교육비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생색내기에 불과할 수 도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에게 무상교육에 대한 요구보다는 사교육비문제에 대한 고민이 더욱 크다. 결국 부실한 예산에 의한 부실한 공교육에서 벗어나기위한 집단적 몸부림, 사교육에 올인하는 심리에서 비롯된 30조원은 소모적으로 지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교육운동단체들은 학교운영지원비 폐지운동을 벌이고 있다. 얼마 전 전북에서는 학교운영지원비반환이 이루어졌다. 정북 장수군 장수중학교에서 올해 3/4분기 학교운영지원비 39000원을 돌려받은 것이다. 이 역시 정부가 앞서서 해결한 것이 아니라 장수군 7개 중학교 620명의 학부모 중 154명의 거부결의로서 이루어진 것이다. 결국 사교육비해결문제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교육에 대한 기본의무를 제대로 할 것을 촉구하는 것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초등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줄 학습 준비물 문제를 해결하는 예산의 경우 얼마나 소요될 것인가? 국회교육상임위 이경숙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현재 시도교육청별 초등학생 학습준비물 예산을 분석한 결과 전남과 제주는 2만5천원 안팎, 대부분 시도가 2만원미만, 서울은 1만2천원, 울산1만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학습준비물 지원액을 학생 1인당 2만 원 이상이 되도록 공문을 통해 권고하고 있지만 구두선에 불과하다.


미안하지만 초등학교 앞 문방구가 사라지는 날까지

 

얼마 전 교육복지국민운동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무상교육확대에는 연 8조원이상이 든다고한다. 영아(0세-3세)보육에 약 4조원, 유아(4세-5세) 연4조원, 농산어촌과 저소득층, 실업고 무상교육실시에 약 1조원, 장애인교육권보장에 연 6천억원, 초중등수익자부담경비(급식비포함)연 2조7천억, 중학교운영지원비폐지에 년 4천억원이 드는 것이다.

 

2007교육재정규모가 약 44조원으로 (GDP대비 4.95%) GDP대비 7%를 확충하려면 20조원이 확충되어야한다. 공교육비증액 요구를 하기 위해 몇차례 기획예산처 관계자를 만나본 경험에 의하면 경제관련부처관계자들은 공교육재정을 늘리는 것에 대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돈줄을 쥐고 있는 경제부처에서는 무상교육보다는 수익자부담으로 가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차라리 바우처(Voucher) 제도를 도입하여 경쟁에 살아남는 학교만 육성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교육에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지나치게 경쟁과 서열을 강조하여 교육을 양극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나라 보다 훨씬 평등한 교육여건 속에서 이러한 정책을 도입한 영국의 사례가 그러하고 미국이 그러하다.

 

교육운동단체들의 대선을 맞아 무상교육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첫째,  영유아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으로 ‘돈 없어도 누구나 교육받는 체제’ 실현하고 덜 가진 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위해  농산어촌, 저소득층, 장애인, 실업고학생을 중심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하위계층의 대학무상교육혜택도 늘리라는 것이다.

 

둘째, 2007년 교육재정의 규모,  44조 4,363억 원(GDP 대비 4.95%)를  2010년까지 GDP 대비 7% 확충, 약 20조원 추가 확충하며 1.1% 이상은 고등교육 분야 투자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07대선을 맞아 천문학적인 무상교육 예산이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취약한 지역, 취약한 부분인 지방대학, 실업교육부터라도 무상교육의 체제를 도입하고 그 교육의 수혜가 해당학생을 넘머 사회전체에 이를수 있도록 이번 대선을 맞아 공론화, 현실화시켜야하는 것이다.

 

교육은 무엇보다 동등한 기회 제공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동안 교육운동진영은 입시문제와 사립학교법개정 등 긴급 교육현안에 휘둘려 무상교육문제에 제대로 목소리를 높이지 못했지만 대선국면을 맞아 교육의 기본인 무상교육 실현을 촉구하는 힘과 의지를 모아갈 것이다. 개인이 투자한 교육비 대비 결과를 오롯이 개인 몫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반쪽짜리 무상교육을 걷어치우고 균등한 교육기회의 제공을 통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국가의 돈으로 공부해 공부한 결과를 국가에 환원시키는 구조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문방구업계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무상교육이 되면 무엇보다도 초등학교 앞 문방구는 거의 사라질 질 것이다. 학교에서 필요한 학습도구와 기재일체, 급식까지 모두 무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별도의 구매행위가 필요치 않은 것이다. 한국교육은 문제점도 많지만 경제발전을 여기까지 이끈 것은 결국 교육의 힘이다. 지금껏 학부모의 사적부담에 맡겼던 기형적인 공교육체제를 무상교육체제로 변화시켜야할 시점이다.


태그:#대선 정책제언, #무상교육, #사교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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