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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존슨 회장을 만났다. 그는 민주노동당 등 정당 관계자들과 교육 정책에 대한 간담회를 가진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존슨 회장을 만났다. 그는 민주노동당 등 정당 관계자들과 교육 정책에 대한 간담회를 가진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 안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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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전액 면제, 게다가 정부가 초·중·고등교육의 전 과정을 책임진다?'

대학 등록금이 한 해 약 1000만원, 사교육비 지출이 40~50조에 이르는 한국에서는 꿈같은 얘기다. 하지만 이는 '교육 선진국'으로 꼽히는 핀란드의 실제 모습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피터 존슨(남·50) 핀란드 교장협의회 회장도 자국의 교육 원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Good education for all. (모두에게 좋은 교육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만 15세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각 국의 학업 성취도를 비교·평가하는 시험이다.

교과에 바탕을 둔 지식보다는 실생활에 필요한 응용 능력을 비교할 목적으로 3년마다 실시되고 있다. 수학·과학·읽기 문제와 문제 해결력 등이 포함된 13종류의 시험을 2시간 안에 풀어야 한다.

2003년에 실시된 조사(2004년 12월 발표)에서는 핀란드가 종합성적 1위, 한국이 2위를 차지했다.
핀란드는 지난 2003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PISA는 지난 2000년 처음 실시된 이래 국제적인 학력평가의 기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주목할 점은 핀란드의 공립학교 비율이 무려 99%에 이른다는 것. 한마디로 '공교육의 천국'이다. 이에 대해 존슨 회장은 "정부 지원의 (공립)통합학교가 모든 학생에게 골고루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존슨 회장을 만났다. 그는 전날(18일) 교육복지실현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날은 민주노동당 등 정당 관계자들과 교육 정책에 대한 간담회를 가진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핀란드, 대학도 무상 교육... 존슨 "모두에게 좋은 교육을"

존슨 회장이 전하는 핀란드의 공교육 제도에 귀가 솔깃했던 이유는 최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내놓은 교육 공약이 사회 논란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9일 자율형 사립고의 확충(100개), 대학입시 자율화 등 사실상 고교 평준화를 무력화시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교육비 증가와 교육 양극화를 부추겨 공교육의 기반을 흔들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먼저 존슨 회장에게 이 후보의 공약 내용을 설명한 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상한 질문이다"는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핀란드에서는 수상이 바뀌어도 교육 정책은 변하지 않는다. 교육은 지속성과 일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뒷받침했다.

 피터 존슨 핀란드 교장협의회 회장
 피터 존슨 핀란드 교장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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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회장이 '한국의 교육 제도는 완벽해서 손질이 필요없다'고 느낀 것은 아닐 터. 다만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핀란드의 교육 개혁은 교사·전문가·학부모·학생 및 정치권이 20여년에 걸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졌다"는 언급을 고려하면 '교육 정책이 한 대선후보에 흔들리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했다.

존슨 회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통령 한 사람이 교육 정책을 결정하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만큼 교육 주체들의 합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핀란드에서는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교육에 대한 신뢰가 구축됐다"고 부연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답변들이 이어져 "이 후보의 공약이 '엘리트 중심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보나"고 거듭 질문했다. 이에 존슨 회장은 의아한 듯 "한 학교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빼면 무슨 교육이 되겠나"라고 되물었다. 엘리트 교육의 수혜를 받게 될 '양지'의 학생보다 '음지'의 학생을 더 걱정하는 눈치였다.

"학교가 차별화된 다양성을 존중해야지, 우수한 아이들을 다 빼버리면 학교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겠나. 게다가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뛰어난 학생일수록 학교 교육에서 '능력에는 다양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야 교육 효과가 더 큰 것이다."

덧붙여 '우등생·열등생을 한 자리에 놓으면 하향평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우문을 던지자 그는 핀란드의 사례를 들며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별도의 자료와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다. 다른 학생들이 4년 동안 학습할 내용을 3년 만에 배울 수도 있다"며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핀란드의 교육 체계
핀란드의 교육의 핵심은 공교육이다. 모든 아이들은 먼저 6살이 되는 해부터 유치원(Preschool)을 다녀야 한다. 이어 7~16살에는 초·중등 교육(Basic Education)을 받는다.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이 목표인 인문계(Upper Secondary School)와 취업을 위한 실업계(Vocational Education)로 나뉘어 있다. 인문-실업계의 학생 비율은 서로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실시하는 자격 고사(Matriculation Examination)를 치르고, 각 학교에 따라 달리 시행하는 입학시험(집단토론 등)에 통과해야 한다. 과거에는 자격 고사만 합격하면 입학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대학 교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별도의 전형을 거쳐야 한다.

실업계 고교의 학생들도 졸업 후 일을 하다가 25살이 되면 '응용 과학 대학(Polytech)'에 입학할 수 있다. 존슨 회장에 따르면, 이는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마련된 제도다.

핀란드는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까지 '무상 교육'(두 학교 제외)을 실시하고 있다. 모든 대학교가 국립이기 때문에 등록금 및 수업료를 납부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학생회비, 책 값, 생활비 등 여비만 부담하면 된다. 이마저도 일부는 정부가 지원한다.

"우수한 아이들 다 빼버리면 학교 시스템 붕괴"

존슨 회장에게 한국의 교육을 둘러싸고 일었던 진부한 논란거리들을 계속 던졌다. 그의 대답은 '없다, 아니다, 부정적이다'는 답변들로 점철됐다. 

- 고교평준화가 학습의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보나?
"그렇지 않다."

- 한국에는 좋은 대학을 보내는 소수의 명문고가 있다. 그 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어떻게 보나?
"핀란드의 학교는 교과 내용, 교수법, 교육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업가의 마인드, 즉 '학생을 어떻게 경영할까'보다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한다."

- 경쟁할수록 학생들의 실력은 향상되지 않을까?
"경쟁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교육에 부정적이다. 교육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의 과정이다. 경쟁은 스포츠에서나 효과가 있다. 더구나 모든 인간은 본능적으로 알고 싶은 욕구와 호기심이 있다."

- 한국의 대학은 서열화가 돼 있다.
"학생들이 무척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학습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교사들은 학생 나름의 학습 스타일을 인정해야 한다."

- 핀란드는 어떤가?
"대학 간의 순위는 없다. 종종 다른 나라의 연구기관들이 핀란드 일부 대학에 등급을 정하는데, 핀란드 국민들은 이를 보고 웃는다."

- 기여 입학제가 있나?
"없다."

존슨 회장은 "학교는 교육 협력체"라면서 "학교에 순위를 매기고, 서로 경쟁하게 만들어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 게 더 좋은 결과는 낫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쟁, 서열화 등은 핀란드인의 사고방식이 아니다"고도 했다.

특히 존슨 회장은 "학생들은 모두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고, 교사는 각각의 능력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엘리트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자부심이 강할 수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교육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엘리트 교육을 위해 많은 인적·물적 자원이 낭비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교육복지실현국민운동본부'가 16일 서울 대학로 흥사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개 교육공약 요구안을 발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교육복지실현국민운동본부'가 16일 서울 대학로 흥사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개 교육공약 요구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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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서열화는 핀란드인의 사고방식 아니야"

존슨 회장은 한국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답을 쏟아내고 있었다.

존슨 회장은 "핀란드는 무상교육,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학생 선발'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너희가 공부를 못하면 대학을 못간다'고 말하지 않는다. 원하면 언제든지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정착돼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또 그는 시몰라(Simola) 헬싱키대학 교수 등 교육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핀란드에서 공교육은 모든 학생에게 똑같이 우수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이 서비스에는 상담, 건강, 영양 상태, 특수 교육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평가보다는 배움이 우선해야 한다는 게 핀란드 교육의 원칙"이라며 "이 체제 아래에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배우려는 의지가 생겨났다. 평생교육의 저변이 구축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존슨 회장은 "최근 핀란드 교육에서도 '신자유주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가령, 핀란드 교육부는 생산성 프로그램(2005~2009)을 만들어 학교와 교사를 대상으로 한 평가제 및 기준을 도입했다. 

이에 대해 존슨 회장은 "신자유주의가 학교를 발전시키는 유일한 길인가에 대해 의문스럽다"면서 "이데올로기보다는 학교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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