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아름다운 동강. 그러나 동강은 죽었다.
ⓒ 강기희
동강이 죽어가고 있다. 아니 이미 죽었다.

강은 많은 생명체들을 품고 있다. 강이 죽었다는 것은 강과 함께 살아가는 숱한 생명체들의 죽음과 다름이 아니다. 10여 년 전 동강은 동강댐 건설 계획으로 두 동강 날 뻔했었다.

아름다운 동강의 비경과 생명체들을 살려낸 것은 동강변 사람들과 전 국민이었다. 동강댐 건설 백지화 이후, 환경부에서는 동강을 '생태보전지구'로 지정했다. 생태보전지구 지정 이후 동강에선 풀 한 포기, 자갈돌 하나 손댈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동강은 죽어가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동강을 보존하기 위해 동강변의 땅까지 매입하고 있다. 동강의 생태를 보호하겠다는 게 땅을 매입하는 이유다. 그렇게 동강은 보존되는 듯했다. 동강의 생태계가 완벽하게 보호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동강은 죽어가고 있었다. 산란철이 되어도 동강의 민물고기들은 산란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란을 한다 해도 부화가 어렵고, 부화를 한다 해도 치어들이 먹을 수서곤충들이 없다.

동강이 죽은 까닭이다. 동강의 생명체를 죽이고 천연기념물인 원앙과 호사비오리, 수달을 떠나게 한 것은 동강 상류에 있는 도암댐.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에 있는 도암댐은 오래전부터 동강과 한강을 죽이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름다운 송천계곡을 막아 만든 도암댐은 전두환 정권 때인 5공화국 시절인 1984년 계획이 발표되고, 1990년 완공되었다. 댐의 담수능력은 5천만톤. 애초 발전 전용댐으로 건설된 도암댐은 보 수준의 작은 인공댐이다.

▲ 도암호. 물빛조차 죽어있다.
ⓒ 강기희
▲ 오염된 물을 방류하는 도암댐 모습.
ⓒ 강기희
도암댐이 전력 생산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한 해 고작 12억 정도. 댐 건설 비용에 비해 돈벌이도 형편없는 댐이었다. 도암댐은 전력생산 10년 만인 지난 2001년 전력생산마저 중단했다. 오염된 물을 방류했던 것이 원인이다. 전력생산 중단 후 도암댐은 아무런 용도 없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암댐에서 방류하는 수질은 5급수 수준.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썩은 물이다. 도암댐 하류에 살고 있는 동강변 사람들은 여름이 되었지만 어느 누구 강에 발을 담그지 않는다. 주민들은 아예 강을 외면해 버린다.

참다 못한 동강변 주민들 도암댐 해체 운동 나서

한강 상류인 동강. 가장 맑아야 할 동강이 서울에서 만나는 한강물보다 오염되어있다. 주민들이 외면하는 동강은 이제 '죽음의 강'이 되었다. 산란을 해야 하는 민물고기들이 산란도 못한 채 죽어가는 곳이 동강의 현실이다. 강바닥을 청소하는 다슬기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도암댐이 동강을 이렇게 만들었다.

참다 못한 동강변 사람들이 '도암댐 해체를 통한 범국민동강살리기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꾸렸다. 동강을 살리기 위한 방법은 도암댐 해체가 필수. 도암댐이 해체되지 않고서는 동강을 살리는 일은 요원하다.

운동본부는 오는 6월 12일 오후 2시, 동강변 마을인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아라리장터 문화마당에서 출범식을 연다. 이날은 5일 마다 장이 서는 정선 5일 장날이며, 골짜기마다 흩어져 살던 동강변 주민들이 다 모이는 날이다.

도암댐 해체를 위한 한바탕 잔치가 될 운동본부는 출범식을 앞두고 이미 한차례 정치적 외압도 받았다. 지난 5월 22일 출범식을 거행하려 했으나 도암댐을 두고 이해관계가 다른 기관의 외압으로 출범이 연기되는 진통도 겪었다.

"도암댐을 홍수조절용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우리의 머리맡에 거대한 물 폭탄 하나를 두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죽어가는 동강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도암댐은 반드시 해체되어야 합니다."

동강변 주민의 말이다. 도암댐이 있는 한 단 하루도 마음 놓고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이다. 작은 댐인 도암댐이 홍수조절능력이 없다는 것은 이미 밝혀졌다. 전문가들도 홍수조절능력이 없음을 인정한다. 홍수조절보다 물폭탄인 도암댐이 해체되야 하는 이유다.

도암댐 해체 운동에 전국민이 나서야

▲ 눈이 시리도록 맑아야 할 강이 썩어들어간다. 도암댐 하류 송천계곡 모습.
ⓒ 강기희
▲ 도암댐에서 방류한 물에선 오염 물질이 둥둥 떠내려 온다.
ⓒ 강기희
운동본부는 오후 2시 '혼탁한 이 땅을 깨우는 풍물공연'을 시작으로 도암댐 해체 실현을 위한 시낭송도 한다. 시낭송엔 홍일선(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 시인을 비롯해 정용국. 도현종 시인 등이 참여한다.

이어 소리시 공연(정토 시인)과 동강살리기 환경 퍼포먼스(권대혁 연극배우), 도암댐 해체 실현을 위한 작은 콘서트(가수 손병휘), 도암댐 해체를 위한 해원상생굿(무당시인 오우열, 한국평화굿위원장)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저문 동강에 후투티가 날아왔네.
오색 댕기머리로 강물을 휘휘 저었네.
쉬리의 영혼,
이를 어디에서 다시 찾을까?

혹자는 말하리라,
동강 굽이굽이 흐르는 강 막을 뒤져보면 어느 곳이든
쉬리가 살고 있다고.

하지만 동강은 뿌연 연무에 타버린
잿빛의 물감
쉬리도 살기 힘든 참담한 모습이네.

흐르지 않는 강을 어찌 강이라 할까?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식수도
굽이굽이 흐르면 아래 출구로
세상과 소통하거늘
어찌하여 동강은 말문이 막히는가?

사람들아!
동강의 허리를 조이지 마라,
동강의 목줄을 누르지 마라
숨 막힌 저 문을 어서 걷어라!
쉬리도 없는,
죽음의 동강을 어서 살려라!

마치 쉬리가 부활하여
저 아프리카 인디언 추장처럼
오색 도끼로 저 흉측한 장막을 쪼기 전

사람들아 먼저 족쇄를 풀어
후투티의 예언을 해소하라!

동강의 쉬리로 다시 올 때까지.

- 정토 소리시 '후투티여, 동강의 쉬리로 부활하라!' 전문


출범식 중간엔 동강변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도 곁들인다. 죽어가는 동강을 지켜본 동강변 사람들의 증언은 처절하다. 강을 모태로 살아간 이들의 증언에 이어 창립선언문과 대정부요구서 채택이 이어진다.

한의 소리, 삶의 소리인 정선아라리 가락이 탄생한 정선의 동강을 살려내고자 하는 이들이 바로 정선의 주민과 시민단체들이다.

도암댐 해체가 아니면 협상 테이블엔 앉지도 않겠다는 이들은 "잘못 만들어진 도암댐은 반드시 해체되어야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운동본부는 도암댐 해체에 전 국민이 함께 나서주길 바란다. 지난날 동강을 살려내었듯 죽어가는 동강을 함께 살리자고도 한다.

운동본부 측은 미리 배포한 창립선언문을 통해 "정부는 용도폐기된 도암댐을 즉각 해체하라!", "정부는 죽어가는 동강을 살려내라!"고 요구했다.

환경부는 동강을 생태보전지구로 지정하고, 도암댐을 관리하고 있는 산자부는 동강을 죽이고 있는 게 이 나라의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댐의 천국이다. 댐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만 해도 1300개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한탄강댐을 비롯해 지리산댐 달천댐 등의 댐을 또 만들기 위해 혈안이다.

동강변 주민들의 염원이 되어버린 '도암댐 해체'는 이제 염원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될 날 머지않았다. 도암댐 해체가 실현되는 날 비로소 동강의 신음도 멈출 것이다.

▲ 정선 땅의 어느 계곡. 동강의 물도 도암댐이 건설되기 전엔 이렇게 맑았다.
ⓒ 강기희

덧붙이는 글 | * 운동본부는 도암댐 해체 실현을 위한 참여와 후원을 기다립니다. 
- 후원계좌 : 농협 307099-51-069162(범국민동강살리기운동본부) 

* 운동본부는 후원물품인 병방치에서 바라본 동강 판화그림이 새겨진 손수건과 차량부착용 스티커 한세트를 1만원에 판매합니다.


#도암댐#동강#동강살리기#정선군 정선읍#아라리장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