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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암댐 방류 모습. 도암댐에서 방류한 물이 한강으로 간다.
ⓒ 강기희

3월 22일 오늘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세계 물의 날'은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는 수질오염과 물 부족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유엔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환경정상회의 의제(수자원의 질과 공급 보호)의 권고를 받아들여 '세계 물의 날 준수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오늘을 '세계 물의 날' 로 제정·선포했다.

전국에서는 다양한 '물의 날'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오늘 하루 만이라도 물의 소중함을 느꼈을 터였다. 그러나 정선지역의 행사에서는 죽어가는 동강만은 애써 피했다.

"그럼 댐 해체하면 되잖아요?"

담당공무원이 동강의 오염 원인을 '도암댐'이라고 했다면, 아이들로부터 날아오는 질문을 피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오늘 정선에서는 아이들에게 강의 소중함을 일깨우기보다는 '물 살림'이라는 주제로 위생사업소 등지에서 행사를 했다.

동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드는 건 도암댐

물은 우리의 생명수다. 물 없이는 사람은 물론이고 식물과 동물을 비롯해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명제를 모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모든 생명체를 죽이고 있는 도암댐이다.

전국엔 많은 계곡이 있다. 계곡에서 흐른 물은 천을 만들고, 천은 강을 만든다. 물이 있는 곳엔 사람이 모여들었다. 강변에 촌락을 이루고 살았던 신석기 시대의 문화는 오늘날까지 현재진행형이다.

거대한 도시 서울은 한강이 있기에 가능했다. 한강 없는 서울은 존재할 수 없다. 천만이 넘은 서울 사람을 먹여 살리는 한강은 강원도에서 발원한다. 그 중 한강의 본류인 남한강은 태백의 검룡소에서 발원한다. 검룡소에서 발원한 한강은 1300여리를 흘러 서해로 빠져나간다.

'물의 날'인 오늘 다시 한강을 생각해본다. 오늘날 한강은 과연 죽음의 강인가, 생명의 강인가를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 춘천 소양댐에서 시작한 북한강의 오염 실태와 평창 도암댐에서 시작한 남한강의 오염 실태가 어느 정도인지 정부는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한 날이다.

▲ 아우라지 인근의 송천 물. 도암댐에서 흘러나온 물이다.
ⓒ 강기희
도암댐이 있는 남한강은 강의 역할을 포기한지 오래다. 맑은 물은 간데 없고 도암댐에서 방류한 뿌연 흙탕물이 연일 한강의 상류인 동강으로 흘러들고 있다. 흙탕물엔 축산폐수와 농약·비료·생활폐수 등이 한데 섞여있다.

도암댐에서 홀러나온 물은 송천이란 이름으로 정선군 북면 구절리를 지나, 정선 아우라지에서 골지천과 합수하면서 조양강이 되고, 조양강은 정선을 지나면서 동강이 된다. 동강은 영월에서 서강과 합수하면서 비로소 한강이라는 이름은 얻는다. 한강은 단양과 충주 여주를 지나 서울로 간다.

한강은 남녘땅을 고루 적셔주고 있는 민족의 젖줄이다. 그런 한강이 죽어가고 있다. 한강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건 다름아닌 도암댐. 도암댐은 전력생산을 목적으로 건설된 댐으로 1991년부터 발전방류를 시작했다가 10년만인 2001년 발전방류를 중단했다. 발전과 함께 강릉으로 흘러든 오염된 물이 원인이었다.

전력생산의 중단으로 도암댐은 사실상 용도폐기 되었다. 용도폐기된 도암댐을 정부는 홍수조절용으로 용도변경을 했다. 용도가 홍수조절용으로 변경되었다고는 하지만 오염된 물은 그대로이다. 댐이 물을 방류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발생된 오염원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아졌고 그 실태 또한 심각하다.

원앙과 비오리가 떠나는 동강, 어름치는 보이지도 않아

도암댐에서 흘러내린 물은 맑은 물을 자랑하던 정선의 강을 황하강으로 만들었다. 아우라지 처녀도 강을 외면한지 오래다. 이제 곧 민물고기들의 산란철이 다가오지만 대책이 없다. 도암댐에서 흘러내린 물은 강바닥을 뻘밭으로 만들어놓았다. 물고기가 산란을 하려해도 산란장소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쩌다 산란을 한다해도 흙탕물로 인해 산소와 햇볕이 차단되어 알을 부화 시키지 못한다. 부화가 되었다 해도 수서곤충이 없으니 먹을 게 없어 살아남을 수 없다. 죽은 강이 불러온 대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어류의 감소는 조류의 감소로 이어진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찾아 볼 수 없는 강은 사람의 목숨마저 위협한다.


도암댐은 동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들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02년 동강주변을 '동강유역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후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할 동강을 도암댐이 죽이고 있는 것이다. 어느 부서에선 동강을 지키자고 하고, 어느 부서에선 동강을 죽이고 있다. 이 나라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는 게 우습기만 하다.

동강엔 어름치와 원앙·산양·사향노루 등의 천연기념물 10종과 삵, 호사비오리, 하늘다람쥐 등의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19종이나 서식하고 있다. 이밖에도 포유류와 조류, 어류, 육상곤충 등 1840종이 동강에서 살아간다.

▲ 아우라지 상류 골지천의 맑은 물. 도암댐이 생기기 전 동강의 물빛이 이랬다. 아우라지에서 도암댐의 물과 골지천이 만나면서 강은 죽음의 강이 된다.
ⓒ 강기희
동강 높이 새 한마리 떴다.
저, 마음에 뚫린 구멍, 꼭 그만하다.

산의 뿌리가 다 만져진다.
단 일획 깊이 여러 굽이 새파랗게
일자무식의 백 리 긴 편지를 쓴다.

12월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
시린 먼지바람이 뿌옇게 산모퉁이 돌아 사라지고
사라지고 사라진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 노을이 진다.
미루나무 꼭대기가 오래 멀리까지 보고 있다.
미루나무 꼭대기에서부터 어둑어둑 어둡다.
발이 얼지 않도록 조금씩 흔든다.

- 문인수 시 '동강의 높은 새' 전문


죽어가는 동강에선 원앙도 호사비오리의 모습도 찾아 볼 수 없다. 황토빛 물로 흐르는 동강에선 어름치의 아름다운 물결무늬도, 쉬리의 빠른 유영도 발견할 수 없다. 모든 게 떠나고 모든 게 죽어지면 그때에야 동강을 버렸던 사람들 눈물 흘리며 동강으로 돌아올까. 죽은 자식 부여잡듯 죽은 동강을 바라보며 목놓아 울어본들 무슨 소용있을까 싶다.

동강을 살리기 위해선 도암댐 해체 되어야

동강댐을 막기 위해 전국민이 들고 일어났던 적 있다. 10여전 전의 일이다.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동강을 후세년년 물려주기 위해 생태보전지역으로 묶기도 했다. 지금 동강에선 돌 하나 풀 한포기 손댈 수 없다. 그런데도 동강은 죽어가고 있다. 동강이 죽는데 돌이 무슨 대수이며 생태보전지역이 무슨 소용인가.

죽은 동강의 고운 선을 간직한 모래톱도 자갈톱도 이젠 죽은 강의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 마른 목을 축이러 산을 내려왔던 삵이 고개를 돌리고 되돌아 가는 동강에선 누구도 살아갈 수 없다. 물의 날인 오늘도 동강의 신음은 끊이지 않는다.

도암댐이 문제다. 도암댐만 없으면 예전의 동강으로 돌아갈 수 있다. 도암댐을 해체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정선지역의 시민단체들이 도암댐 해체 투쟁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이번엔 물러서지 않는다는 각오다. 동강을 지켜내지 못하면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이들이다.

"도암댐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그야말로 피해만 키우는 댐입니다. 하루빨리 해체하여 신음하는 동강을 살려야 합니다. 환경운동연합이 예전 동강댐 반대를 외쳤듯 도암댐 해체 투쟁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입니다."

환경운동연합 이철재(하천센터)국장의 말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미 몇해 전 도암댐 해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동감댐 반대운동에 중심에 섰던 환경운동연합이 이번엔 죽어가는 동강을 살리는데 앞장설 계획이란다. 죽어가는 동강의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선 반드시 도암댐이 해체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동강을 보전하기 위해 동강댐을 반대했던 모든 국민들이 나서준다면 죽어가는 동강을 살릴 수 있다. 그 힘과 시선을 정선 땅으로 보내준다면 정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암댐 해체 투쟁이 결코 헛되지도 힘겹지도 않을 것이다. 동강을 사랑하는 국민들과 시민단체의 힘을 믿는다.

▲ 정선 구절리 오장폭포 인근의 물.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던 물이 저렇게 변했다.
ⓒ 강기희

덧붙이는 글 | 강기희 기자는 소설가이며, 정선문화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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