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업간 문화를 비교할 때 흔히 한국에서는 '현대와 삼성', 일본에서는 '토요타와 니산'을 예로 든다. 생산을 기업의 최고 가치로 두는 경영 방침을 가진 회사가 있는가 하면 마케팅과 회사의 홍보에 더 후한 점수를 두는 회사도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위와 같이 일개 기업인 양 단순히 비교하기란 다소 무리가 따를 것이다. 그렇지만 두바이와 아부다비 소재 기업들을 상호 비교해 보면 현대와 삼성의 구분 만큼이나 뚜렷한 차이가 발생한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두바이의 상징 'DP 월드'

▲ 'DP 월드'의 홈페이지
두바이 포트 월드(이하 'DP 월드')는 항만을 관리해 주는 회사로 두바이 정부 소유다. 두바이 항만공사(DPA)와 두바이 항만 인터내셔널(DPI)이 지난 1999년 서로 흡수합병되어 탄생했다.

이 세계적인 회사는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세계 24개 국가에 3만4000여명의 다국적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는 글로벌 회사다.

채 10년이 되지 않는 세월 동안 멀리 상하이·밴쿠버는 물론 인근 중동 국가인 사우디 제다와 파키스탄 등 세계 각지에 30여 개에 달하는 항만 운영권을 확보했다. 자존심 상하게 대한민국 최대의 항구 부산 신항만의 관리도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싱가폴의 PSA 인터내셔널을 멀찌감치 제치고, 세계 4위의 영국 국적 항만관리회사 P&O를 7조원에 인수하여 덩치를 키웠다.

P&O가 관리 중이던 미국 항만 운영권 인수 문제로 미국 상원이 이중 잣대를 들이대자, 안 그래도 무기력한 부시 행정부에 대한 실망과 상당 부분 자존심이 구겨진 두바이 군주 세이크 무함마드의 단호한 결정으로 기존의 딜이 전격 취소된 바 있다.

▲ 'DP 월드'의 로고.
마치 만국 박람회장을 찾은 소녀들 마냥 홈페이지를 꾸며 놓았는데 대한민국 국기도 보인다. 우리나라 광역시 규모의 두바이 정부가 이 홈페이지의 주인임을 알고나면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이 홈페이지를 보면, 멀리 중국으로부터 시작하여 한국, 동남 아시아는 물론, 호주·인도·파키스탄·중동·아프리카 동부 연안국·독일·영국을 포함한 유럽을 거쳐 남북 아메리카 대륙까지 발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세계로 세계로 뻗어나갔음을 알 수 있다.

인적 물적 자원이 절대 부족한 두바이가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항만운영 시장에 승부수를 던진 것은 두바이 군주 세이크 막툼의 선견지명 덕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그는 이미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은 싱가포르를 적극적으로 벤치 마킹했다.

세계 3대 항공사 '에미레이트 항공'

▲ '에미레이트 항공'의 홈페이지
'DP 월드'가 바다를 매개로 세계 26개 항구를 두바이 중심으로 옮겨놓기 이전에, 1985년 설립된 에미레이트 항공은 이미 하늘을 뚫고 두바이의 지평을 넓히기 시작했다. 'DP 월드'와 마찬가지로 두바이 정부가 전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3대 항공사(여기에는 싱가포르항공, 캐세이 퍼시픽도 포함된다)'라는 이름에 걸맞게 56개국 80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항공 부문 허브로 다시 한 번 두바이를 세계의 중심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기내 승무원 국적이 100여개에 이르고 기장과 부기장 역시 세계 70여개국 1350명에 이른다. 전세계로 뻗어있는 다양한 노선 만큼이나 다양한 국적을 가진 승무원들로 구성된 것.

애초에 에미레이트 항공은 주로 인도와 파키스탄을 오가며 노동자와 상공인들을 실어날랐다. 그러나 1987년 영국, 1990년 싱가포르를 비롯 두바이가 전략적 파트너 내지는 벤치 마킹의 대상으로 삼았던 나라에 대한 취항을 서둘렀다.

또한 에미레이트 항공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를 비롯한 유럽의 프로 축구와 월드컵 축구, 유럽 각지의 경마 경기 등에 스폰서이기도 하다. BBC와 CNN의 프라임 타임에도 대대적인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자연스럽게 아랍 에미레이트 연합 자체를 세계적인 명품국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수년 전 아부다비에서 신설된 에티하드 항공이 홍보 전략으로 '아랍에미레이트 국적사(National Airline of UAE)'라는 간판을 내걸자 "부자 형 아부다비가 가난한 동생 두바이를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동생이 힘들게 차린 상에 사사건건 숫가락 하나 더 놓으려 한다"고 빈축을 산 일도 있었다.

두바이 앞바다에 건설 중인 인공 야자수 섬 프로젝트와 비즈니스 베이에 건설 중인 세계 최고층 아랍타워 빌딩도 기실 그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DP 월드'나 에미레이트 항공이 이미 수십년 전부터 한계에 부딪힌 인적 물적 자원의 부족을 바다와 하늘을 통하여 해결코자 하였던 지혜와 노력과 일맥상통한다.

아부다비의 콧대를 떠받치는 'ADNOC'

▲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로고
두바이가 바다로 하늘로 치고 나가는 사이 아부다비는 땅속에 묻힌 보물을 찾아내는데 신경을 곤두세웠다.

일찌감치 바레인에 지역 본부를 두고 걸프 일대를 샅샅이 조사하고 다니던 영국에 의해 아부다비에서는 60년대 후반 들면서 기름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땅 속에 묻힌 검은 원유를 채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돈으로 되돌려 받기 위해서는 탐사와 채굴을 시작으로 수십개에 이르는 굵직굵직한 공정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회사를 만들다 보니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 그룹(ADNOC)은 현재 16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아부다비 최대 재벌 그룹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6개의 집단으로 구성된 ADNOC(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은 일일 생산량 150만 배럴에 총매장량 978억 배럴로 전세계 매장량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20대 후반의 과장급만 되어도 웬만한 한국 회사의 대표이사도 넘보기 힘든 최고급 승용차를 몰고, 사업 제휴 희망자들이 세계 각국에서 찾아들어 최소한 2~3개의 별도 명함을 갖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이 회사는 특별히 기술이 필요한 부서가 아니고는 대부분의 부서가 아부다비 현지 인구를 정책적으로 우선 채용하고 있다.

매년 정월이 되면 신년 인사차 찾아오는 세계 각국 사절단 속에 내로라 하는 한국 재벌 정유사 대표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ADNOC의 위상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ADNOC 자회사들은 또 여러 개의 방계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여기에 한국의 제조업체들이 납품하기 위해 제일 먼저 거쳐야 할 단계가 벤더 등록 절차이다. 등록만 시켜주면 수억원을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공들여 등록을 한다고 한들 기술 경쟁에서 월등하지 않으면 엄청난 규모의 뒷돈을 다시 지불해야 기회가 주어지는데도 말이다.

전편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밝힌 바와 같이 아부다비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되는 인구 20만 정도와 아부다비의 원유 매장량 978억 배럴을 단순 비교해 본 결과 개인에게 돌아가는 원유가 4만 8900배럴 즉 300만불(30억원 정도)에 이른다. 세계 6위 규모의 가스전을 제외하더라도.

아부다비 사람들이 왜 고압적이고 게으르며 변화에 둔감한지를 쉽게 짐작하고도 남는다.

원유생산으로 인한 수입은 물론 원유를 통해 생산되는 부산물 규모에서도 세계 5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예를 들어 1998년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와 유럽 굴지의 플라스틱 생산회사 보레알리스(Borealis)가 합작하여 만들어진 보로우즈(Borouge)는 이 분야 세계 제일을 자랑한다.

플라스틱 생산 분야에서 세계 수위를 달리는 기술과 원재료 확보 및 정치 안정 분야에서 아부다비가 가진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재산업에서 세계를 호령하는 일본과 독일 등의 신소재 첨단기술이 앞 다투어 아부다비를 찾아 안 그래도 높은 아부다비 사람들의 콧대를 한층 더 높여주었다.

최첨단 나노소재 대량 생산에 성공한 일본의 연구소, 생산 전량을 수년간 구매하여 세계 시장을 독점하겠다는 일본의 공룡 상사들, 이들 회사들이 발행한 구매계약서를 근거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으로 돈을 빌려주는 일본의 은행들, 벤처 기업의 연구 성과를 세계적으로 상품화 시키는데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는 일본의 컨설턴트들, 최첨단 기술을 미국 정부에 예속시키지 않기 위해 중동을 발판으로 삼으려는 발빠른 일본인 브로커들의 천문학적 컨설팅 수입 등.

마치 한편의 잘 짜여진 드라마를 창조해 내듯 그렇게 오늘도 여전히 아부다비에서 유기적으로 엮여 돌아가는 거대 비즈니스의 뒷 배경에 바로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의 거대함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아부다비의 비정상적 모습들 대부분이 이해된다.

대통령,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 대기업 총수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두바이를 찾아 두바이의 지도력을 칭송하고 두바이의 지혜를 배우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두바이가 가진 모든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아부다비가 가진 잠재력 역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본 교민이 1000명을 넘어선 아부다비에 우리 교민은 겨우 150명 남짓한 반면, 일본 교민이 겨우 200~300명 남짓인 두바이에 우리 교민이 1500명 넘게 산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 크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어독서연구소 - 어린이도서관 - 어학원 운영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