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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석유 부국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이 뜨고 있다. 엄청난 석유 매장량을 기반으로 연일 기상천외한 프로젝트가 발표되고 세계는 그 모습을 경이로운 눈으로 지쳐보고 있다. 그중 아부다비와 두바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아부다비에 주재하고 있는 이상직 통신원은 5회에 걸쳐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변화와 경쟁의 모습을 전해줄 계획이다. <편집자주>
깔끔한 두바이 택시 안그래도 정체가 심하고 길 건너로 가기 위해서도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교통 시스템으로 서민들은 함부로 택시 탈 엄두도 쉽사리 못내지만 깔끔한 외양 만으로도 고객에 대한 두바이의 정성이 읽힌다.
ⓒ 이상직
두바이 공항에 도착해 청사를 나서면 입구 왼편으로 10여m 남짓한 거리에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택시가 주욱 늘어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손으로 간단하게 신호하기 무섭게 대기중인 택시가 미끄러지듯 달려와 트렁크를 열어 승객의 짐을 싣고는 매끄럽게 공항을 빠져나간다.

짐을 싣는 동작이나 간단히 몇 마디 나눈 영어 대화를 통해 이들 택시 기사들이 상당한 수준의 친절 의식과 외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쉽사리 알 수 있다. 개중에 소수의 차량이 푸조 406으로 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회사가 있긴 하지만 두바이 소속 택시 회사의 대부분 차량은 토요타 캄리다.

반면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해 청사를 나서면 입구 우편으로 10여m 남짓한 거리에 승객들이 줄을 서 무엇인가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 보니 두바이와는 달리 이 곳은 승객들이 줄을 서 쉴새없이 들락거리는 차를 기다린다.

줄을 선 채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사이 사방을 휘둘러 보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손님을 태우고 공항에 도착하는 택시가 모두 빈 택시로 공항을 떠나는 것이 아닌가. 아부다비 공항은 택시가 승객을 태우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아부다비 굴지의 운송회사에서 정부에 자리세를 지불하고 권리를 확보한 뒤 모든 택시들은 얼씬도 못하도록 쫓아버렸다. 택시가 모두 떠나간 그 자리를 벤츠로 채워버렸다. 아부다비 공항은 택시 대신 리무진 서비스를 받아야만 한다.

▲ '2.5디램'이라고 표시된 미터기 우측 상단으로 스폰서와 택시 기사 이름을 적어놓은 운행 허가증이 붙어있다.
ⓒ 이상직
두바이 택시 시승 : 데이라 - 팜 아일랜드

교민들이 모여사는 두바이의 데이라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정류장에 서 있었다. 이 지역은 구시가지로 구분되는 곳이니 신시가지 해안에 건설되는 팜 아일랜드 야자수 섬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지 않겠나 싶다.

서울 만큼은 아니더라도 택시 잡기가 그리 수월치 않은 이 곳에서 2~3분을 한 자리에 서 있노라니 자가용 영업을 하는 인도 친구가 다가온다. 목적지를 물어왔고 어디라고 하였더니 택시 가격과 동일하게 해줄테니 올라 타란다. 가격을 물었더니 50디램을 달란다. 1만 7000원 정도. 조금 비싸다. 아부다비는 10디램을 넘겨본 적이 없었는데 두바이는 다섯 배나 비싸다.

택시를 기다리기로 했다. 워낙 범죄도 많고 뒷탈이 무성한 두바이라. 얼마를 기다렸을까. 깔끔한 유니폼에 40대 후반의 파키스탄 운전사가 택시를 세운다. 행선지를 일러주니 얼른 두바이 정부에서 나눠준 두바이 지도를 건네주며 말을 건네온다.

데이라에서 크릭을 건넌 기사는 해안도로로 곧장 나갈 것이라는 기자의 예상과는 달리 택시를 오히려 고속도로로 주행시킨다. 두리번거리는 기색을 눈치챘는지 해안도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3개의 야자수 섬과 7성 호텔 등이 모여있는 두바이 해안 도로에 최근 수십m 간격으로 여러 대의 카메라가 설치됐다는 것이다. 자동차 문화가 채 정착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모터리스트의 천국을 가능케 했던 고속도로 덕분에 교통사고 사망율이 치솟자 시범지역을 선정한 곳이 해안 도로다.

감시 카메라가 우글거리는 해안도로에서는 속도를 낼 수 없으니 요금이 더 나오게 된다. 두바이 택시 요금이 제법 부담이 된다고 느끼는 소리가 많아서인지 택시 회사는 가능한 승객을 최단 거리로 모시는 것을 교육받는가 싶다. 게다가, 팜 쥬메이라로 들어가는 접근로는 고속도로에서 가장 용이하도록 되어 있다.

기사는 파키스탄 출신으로 쿠웨이트에서 건너온 길이라고 한다. 중동 생활 십 수년을 오만, 쿠웨이트, 두바이에서 보냈는데 두바이가 가장 좋다고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한 마디로 두바이의 자유로움을 꼽는다.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하니 검문소가 보인다. 문을 열고 같은 인도계통의 경비원에게 자기네들끼리 통하는 언어로 한참을 물어보더니 기자가 원하는 바가 다소 어렵지 않겠느냐는 뜻을 조심스럽게 전한다. 검문소를 중심으로 그 뒷쪽은 관련자 외 일체 출입이 금지된다니 사진을 찍고자 찾아온 기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나보다.

낙후된 아부다비 택시 아부다비 디펜스 로드 근처 건물에 주차된 택시. 구형 니산 서니와 토요타 코롤라가 보인다. 뒷편으로 보이는 비교적 낮은 층의 건물들은 임대료가 저렴한 구형 건물로 택시기사 4~5명이 방 한 칸에 집단으로 거주하며 임대료를 절약한다. 사진과 같이 택시가 많이 주차해 있는 건물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꺼리는 지역중 하나다.
ⓒ 이상직
아부다비 택시시승 : 마리나 몰 - 알 와흐다 클럽

걸어가며 사진을 여러 장 찍을 요량으로 얼마전 '마리나 몰'을 찾았다. 에미레이트 팰리스 7성 호텔과 서로 마주보는 위치에 있는 마리나 몰은 쇼핑을 위해 자주찾는 카르푸 외에도 조깅 코스로 정평이 나있어 시민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저녁 7시에 올림픽 대표팀과 아랍에미레이트간 축구 경기가 있어 마리나 몰에서 경기가 벌어지는 알 와흐다 클럽까지 택시를 타고 가보기로 마음을 정하고 택시를 찾았다.

천막 모양을 한 대형 쇼핑몰인 마리나 몰 전면에 택시 승강장이 있다. 평소에도 신문 등을 통해 아부다비 택시가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를 들어본 바 있지만 그날은 직접 체험해 볼 작정이었다.

두바이 택시의 대부분이 캄리라면 아부다비 택시의 대부분은 코롤라이다. 국내와 비교해 보면 아반테나 SM3급의 차량이 아부다비에서 택시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행선지를 일러주고 택시 내부를 살피노라니 미터기 위로 이상한 사진 한 장이 대시보드에 붙어있다. 운전자 이름 위로 스폰서가 표기되어 있는데 파티마로 되어있는 것을 보니 여성 이름이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아부다비에서 이미 근 30년을 택시만 몰았다는 이 친구는 죽지 못해 산다는 짧은 한 마디로 기자의 입을 원천 봉쇄해 버렸다. 인터넷 카페에서 가족들과 메신저를 통해 안부를 주고 받는 것도 한 두 번이고 30년 정도를 독신으로 지내다 보면 도무지 의욕이 없어진다는 것.

기사 자신의 수입으로 택시를 구입해서 새벽 6시부터 밤 12시 이후까지 중노동에 가까울 정도로 영업해서 수익이 발생하면 그 중 대부분은 스폰서가 가져가고 월 평균 겨우 1000디램, 즉 40만원 정도가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

기자가 경기장으로 가는 도중 기사의 핸드폰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는데 그 다음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보고를 하는 것을 보니 아마 하루에도 몇 번씩 걸어대는 하늘 같은 스폰서의 점검 전화가 아닌가 싶다.

스폰서가 하는 일이란 물론 아무것도 없다. 스폰서 없는 외지인은 영업을 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 놓았으니 반드시 스폰서가 있어야 하는데 통상 이런 경우 스폰서가 원하는 지분은 부르는 것이 값이 아니겠는가. 복잡한 사업에 참여하여 합작 회사를 만드는 등의 정상적인 경제 행위가 여성에게는 다소 무리라고 판단되어 이처럼 손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분야는 여성을 위해 남자들이 양보했다고 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늘 수입이 정해져 있는 택시 기사 입장에서 보면 인센티브는 이미 남의 얘기가 되어버린다. 자신들이 만족하지 못하며 승객들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 자고로 고객 만족은 종업원 만족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잖는가.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말에 묵묵부답이던 기사가 경기장에 가까와지자 버럭 화를 내기 시작한다. 영어로 하는 의사 소통도 원활치 못했지만 기자가 원하는 장소가 메인 게이트라는 사실에 엄청 화가 난듯 싶었다.

게이트면 게이트지 메인 게이트가 무슨 소용이냐는 거다. 경기장에 데려다 달래서 가까운 곳에 왔으면 되었지 메인 게이트는 직접 찾아가란다. 경기장 인근에서 차를 돌리기 가장 편한 위치에 차를 세우더니 그냥 손을 내민다.

6디램 50전이 나왔다. 우리 돈으로 2000원이 조금 넘는다. 10디램을 주었더니 3디램 50전을 거슬러 주길래 투박한 손 위로 50전을 되돌려주고 3디램만 받았다. 50전이면 우리 돈으로 150원 남짓할 뿐인데 기사의 표정이 이상하게 바뀐다. 화를 낸 자신에게 이런 대접을 하면 혼란스럽다는 표정이려니 싶었다.

▲ 아부다비 택시 내부. 대시보드 오른쪽 비닐 속에 들어있는 흰 종이에는 택시기사와 스폰서의 이름이 나란히 들어있다. 신호 대기중인 전방에 보이는 두 대의 택시 역시 기자가 탄 토요타 코롤라와 동일한 차종이다.
ⓒ 이상직
바이어스 마켓과 셀러스 마켓

두바이와 아부다비라는 두 도시를 비교함에 있어 단지 택시 기사 두 사람의 친절도를 단편적으로 비교해 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불친절한 택시 기사가 두바이에 어디 한 두명 있을까 싶기도 하고 아부다비라고 모든 택시 기사가 저토록 분기탱천한 얼굴로 투박하게 승객을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대중 교통이 그래도 발달되어 있는 두바이는 크고 깨끗한 자동차로 제대로 된 가격에 승객을 모셔 주머니가 다소 부담이 되는 절대 다수에게 대중 교통이라는 선택권을 준 반면, 대중 교통이 아직도 전무한 아부다비는 작고 지저분한 차에 저렴한 가격으로만 손님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두바이는 바이어에게 제대로 된 물건을 제값 받고 팔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아부다비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세계 각국에서 원유를 사겠다고 찾아오는 고객들로 1년 내내 넘치니 늘 고자세다. 택시 영업을 통한 부가가치가 독신 여성들의 수입원으로 치부되는 아부다비 경제 구조상 아부다비 택시 영업의 행태는 당분간은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를 지속할 전망이다.

모를 일이다. 언제 한파가 다시 닥쳐 지난 80년대 말 처럼 원유가가 곤두박질 치는 일이 발생한다면 모를까. 현재와 같이 배럴당 60불을 넘는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는 한 아부다비에서 흰 옷 입은 사람들과 모름지기 무슨 일이라도 도모하려면 여전히 속 깨나 썩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 아부다비 도심 함단로. 대중 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못한 관계로 승용차 아니면 택시를 이용한다. 간간히 눈에 띄는 대형 버스는 회사 버스 내지는 렌트카 회사에서 학생들 출퇴근 용으로 운행하는 버스다.
ⓒ 이상직

태그:#두바이, #아랍에미레이트, #택시, #아부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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