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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에미레이트 아랍에미레이트연합 대부분의 지역이 아부다비 에미레이트이고 그 위편으로 조그만 아부다비시(섬)가 보인다. 반면 두바이를 비롯 나머지 에미레이트는 도시와 에미레이트간 구분이 모호할 정도로 도시 자체가 에미레이트를 대표하는 양상이다.
웬만한 무역인 치고 '두바이'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두바이는 어느덧 우리 상품이나 지식을 중동 시장에 갖다 팔기 위해 우선적으로 거쳐야 할 중계무역의 근거지로 인식되고 있다.

중동 및 아프리카를 관할하는 코트라 지역본부가 두바이에 있는 것은 물론이고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삼성 등 세계적 다국적 기업의 중동 아프리카 지역 본사가 두바이에 빼곡히 들어와 있다.

그러나 막상 두바이에서 첫 짐을 풀고 정착을 개시하는 우리 교민들 대다수는 대사관 볼일을 보기위해 두 시간 가량 차를 몰고 아부다비로 가야만 한다는 사실 앞에서 황당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부다비가 이 나라의 수도라고 하니 말이다.

아부다비가 아랍 에미레이트연합의 수도이고 원유 수입의 대부분이 바로 이 아부다비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그동안 왜 우리에게 두바이는 잘 알려져 있는 반면 아부다비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했을까.

도시와 에미레이트 명칭으로 인한 혼란

두바이 공항에 도착한 뒤 한 번이라도 육로로 아부다비를 방문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그러하듯 한 번 쯤은 혼란을 겪는다. 어느 모로 보나 두바이가 수도가 되어야 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는데 조그만 섬위에 있는 아부다비가 수도라니 말이다.

총면적 4114㎢의 두바이 에미레이트에 거주하는 인구와 두바이시에 거주하는 인구간 차이가 겨우 3만3000명 정도이니 '두바이시=두바이 에미레이트'라는 등식이 성립할 만도 하다.

하지만 아부다비의 경우는 다소 경우가 다르다. 아부다비시에 거주하는 인구와 아부다비 에미레이트에 거주하는 인구 간에는 거의 100만 명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부다비 에미레이트는 아부다비시에 전체 인구의 1/3 정도가 모여살고 나머지 100만 정도가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발달된 알 아인 등의 도시에 흩어져 살고 있으니 이런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자국민이 11%밖에 안되는 나라

인도인 노무자가 아파트를 침입하여 혼자있는 같은 인도인 여주인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지난 3월 22일 두바이에서 있었다. 이달초 알 아인에서는 필리핀 여성이 방글라데시 출신 택시기사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하고 사막에 버려진 사건도 있었다.

어느 나라를 방문하여 그 지역 신문을 펼쳐들더라도 이런 기사 한 두개 쯤은 늘 볼 수 있는데 그게 뭐 그리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이 곳이 이슬람법의 적용을 받는 무슬림 국가라는 사실과 그런 내용의 사건이 하루도 빠짐없이 올라온다고 하면 조금 생각을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2005년말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의 총인구 449만 가운데 순수 자국민은 49.4만으로 겨우 11%에 그쳤다. 한편 지난해 집계한 두바이 전체 인구 132만 명 가운데 남성 인구는 무려 98.9만명으로 74.86%를 차지하고 있고 여성 인구는 25.14%에 그친 33.2만명에 불과하다.

두바이를 포함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이 이처럼 심한 남초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건설 노무자들이 그 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이들 대부분이 독신이고 보니 이로 인한 노사분규는 물론이고 남녀간 불균형으로 인한 여러가지 잡음 역시 하루도 끊이지 않는다.


아부다비 지배자는 대통령, 두바이 지배자는 수상 자동승계

▲ 아랍에미레이트 대통령이며 동시에 아부다비 지배자인 세이크 칼리파(왼쪽)와 동생 아부다비 왕세자 세이크 무함마드.
아랍에미레이트는 입헌 군주국이다. 이 말은 곧 헌법에 따라 통치하되 군주가 지배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실제 두바이, 아부다비를 포함한 아랍 에미레이트의 7개 에미레이트에는 각각의 군주가 따로 있다. 두바이의 경우 세이크 막툼이 지도자로 올라서기 전에는 형님인 세이크 라쉬드가 통치를 했다. 아부다비는 지난 2005년 겨울 세이크 자예드 서거 이후 장남인 세이크 칼리파가 아부다비 지배권을 물려받았고 세이크 무함마드가 왕세자로 천거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세이크 막툼이나 세이크 칼리파가 각각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통치하는 방식은 군주제의 방식임에 틀림이 없으나 어느 누구도 그들을 가리켜 왕으로 부르는 사람은 없는데 왕위를 계승할 아들의 명칭은 딱히 마땅한 명칭이 없어 '왕세자' 내지는 '크라운 프린스'로 표기한다는 사실이다.

석유가 많이 나는 관계로 연방의 재정을 책임지는 아부다비의 지배자가 연방정부 서열 1위의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두 번째로 재정이 막강한 두바이가 서열 2위 수상을 자동으로 승계한다. 현 대통령 세이크 칼리파는 연방의 대통령인 동시에 아부다비의 지배자이며 현 수상 세이크 막툼은 연방의 수상인 동시에 두바이의 지배자다.

연방이 가진 취약점... 각기 다른 목소리

▲ 아랍에미레이트 수상이며 두바이 지배자인 세이크 무함마드(오른쪽)와 그의 아들 세이크 함단.
전통적으로 미국과 가까운 걸프 국가 중 개방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아랍에미레이트가 미국과의 FTA에서 바레인, 오만에 지난 2년 동안 거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아랍 에미레이트의 경우는 에미레이트별 제도가 서로 틀려 미국을 향해 한 목소리를 내기가 결코 수월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국가의 통치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다지 많지 않아 일단 국가의 방침이 정해지기만 한다면 미국과의 FTA는 순풍을 탈 형국이지만 문제는 에미레이트와 에미레이트간 서로 다른 제도로 인해 적전 분열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여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는 FDI(Foreign Direct Investment) 분야에서, 다수의 다국적 기업이 이미 들어와 사업을 개시한지 오래된 두바이는 가능하지만 아부다비 에미레이트는 아직도 현지인이 반드시 51% 지분을 갖는 합작 법인을 설립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대략 살펴본 바와 마찬가지로 이 나라는 90%의 외지인이 들어와 10%의 현지인들과 뒤섞여 살아가는 군주국가이다. 7개의 에미레이트 각각 별도의 지도자가 있고 그 위에 연방을 다스리는 연방 대통령과 수상이 있는데 대통령은 아부다비, 수상은 두바이에서 계승한다.

이런 가운데 중계 무역의 두바이와 산유국 아부다비가 근래 들어 틈만 나면 하는 말이 소위 말하는 관광산업 육성이라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바람 많고 더운 열사의 나라, 포르노CD 소지죄를 물어 곧장 감옥으로 보내는 나라, 남녀가 모여 음주가무 한다고 곤장 때리는 나라, 석굴암은커녕 그 흔한 고문서 하나 없는 나라, 문 밖으로만 나서면 부딪히는 서남 아시아 노동자 천국의 두바이와 아부다비가 왜 이토록 관광산업에 목을 매는 것일까.

두바이와 두바이랜드 그림 상단에 두 개의 팜 아일랜드가 보인다. 오른쪽 팜 아일랜드가 축구경기장 800개 들어설 수 있는 공간임을 고려한다면 두바이랜드의 규모(278㎢)가 짐작된다.

디즈니랜드 보다 8배 큰 두바이랜드

기자는 미국 땅을 밟아본 적이 없어 디즈니랜드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길이 없다. 용인에 있는 에버랜드 보다 몇 배 정도 크겠지 하는 생각은 해본 적은 가끔 있었지만. 그런데 그 디즈니랜드 보다 무려 8배나 큰 두바이랜드가 사막에 세워진다면 누군들 믿을텐가.

사막이라고 하지만 바다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이니 우리가 흔히 머리 속으로 상상하는 그런 사막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명색이 열사의 사막인데 어디에 가서 누구를 끌어와 이 넓은 두바이랜드를 채우겠다는 말인가.

미국 디즈니랜드 연간 방문객이 1100만명인 점을 고려해볼 때 두바이 당국이 당초 목표로 설정한 하루 평균 20만명, 연간 7000만명의 관광객 수치는 다소 거품이라는 지적이 나올만도 하다. 도박이 엄격하게 금지되고 술과 마약 매춘이 된서리를 맞는 이슬람 국가인 점을 감안해 보면 상황은 더욱 비관적이다.

사방 16㎞에 세워질 두바이랜드는 6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총 45개의 테마파크로 꾸며질 예정인데 두바이가 관광객 유치에 열 올리는 이유를 알아보려면 우선 두바이랜드에 대한 두바이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 보는 것이 순서일 듯 싶다.

두바이랜드가 에버랜드 방식의 엔터테인먼트 파크와 구분되는 첫 특징은 쇼핑, 스파(제2 월드) 등 독립 공간을 별도로 만들어 여성들을 아이들 뒷치닥거리를 위한 가족의 일원으로서가 아니고 별도의 독립된 주고객으로 차별화시켰다는 점과 골프 자동차 경주와 같은 스포츠(제5월드)를 별도의 시설로 끌어내지 않고 두바이랜드 내부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하루에 20만명이 들어와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도시 하나를 새롭게 건설하는 개념의 두바이랜드에서 아이는 보모 손에 맡겨 테마 파크로 보내고 엄마는 스파나 쇼핑을 통해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아빠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여 어니 엘스가 디자인한 18홀을 가뿐하게 돌 수 있으니 한 번 들어오면 최소 며칠은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왜 안생길까 싶다.

그러고 보니 두바이가 우선적으로 노리는 목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자유를 갈구하는 이웃 무슬림들이 될 전망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는 종교, 종파, 전쟁, 독재에 찌든 아랍인들에게 두바이랜드는 외견상 천국으로 통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으로 여겨질 것이다.

지도자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사우디가 아무리 고급 두뇌를 영국에서 데려와 두바이가 투자한 금액의 두 배를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으니 이는 곧 두바이의 자유로움과 지도자의 뛰어난 통찰력일 것이다.

지난해 말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아랍 에미레이트가 거두어 들인 메달 대부분이 두바이 출신 선수들에 의해 획득된 것이었고 그 두바이 선수 전원이 다름아닌 세이크 막툼의 아들과 딸이라는 사실은 그렇기 때문에 또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다.

아부다비의 꿈 오른쪽 하단에 보이는 다리를 통해 아부다비시(섬)와 연결될 예정인 사디얏 아일랜드(평화의 섬). 15만 인구가 거주할 신도시 개념의 자연섬 개발 프로젝트로, '아부다비 루브르'와 더불어 각종 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리틀 루브르박물관'으로 응수하는 아부다비

두바이가 이렇게 엔터테인먼트로 나라 전체를 하나의 테마 파크로 가꾸는 동안 이웃한 아부다비는 먼산을 바라보며 그림만 그리고 있었다. 가진 자의 여유와 못가진 자의 부지런함이 빚어낸 결과가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1일 생산량 150만 배럴. 배럴당 원유가 60불. 1일 생산가 9천만불(900억). 한 달에 2조 7천억. 1년이면 32조 4천억. 아부다비 정부가 1년에 원유 생산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 대략 33조원이다.

정부라고 해보았자 2백만이 채 안되는 인구. 그 가운데 자국민 비율은 11%로 겨우 20만 남짓. 기껏해야 인구 수십만의 도시 몇 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과 섬 몇 개 가진 이 정부는 원유값 상승으로 국고가 넘쳐 주체를 못하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넘치는 돈으로 남들 다하는 그 무엇인가를 하려고 막상 찾아보니 열에 아홉은 다 두바이가 선수를 쳐버린 것들이다. 디즈니랜드 비슷한 것도 아부다비 섬 인근에 만들려다가 슬그머니 유야무야 되었고 두바이 같은 근사한 항구도 만들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 오히려 아부다비 신항만 운영권을 두바이측에 맡겨버렸다.

두바이는 중계무역을 위한 출장이 많은 반면 아부다비는 주로 원유나 무기 관련된 비즈니스가 많기 때문이니 두바이를 찾는 출장자에 비해 아부다비를 찾는 출장자 주머니가 다소 더 두툼하다는데 생각이 미치게 된다. 또 아부다비에는 연방 정부가 있으니 이래 저래 대사관은 모두 아부다비에 몰려있어 국가를 대표하는 대부분의 행사는 아부다비에서 열린다.

아부다비가 두바이를 제치고 독립적이고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규제는 심하고 자율은 취약한 반면 인재는 부족하고 지도부는 보수적이니 고민이 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분야에서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면 두바이의 백전 백승은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니 말이다.

▲ 아부다비 루브르 조감도
지난 3월 7일 이곳 신문에 대문짝하게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소식이 실렸다.

2012년 완공을 예정으로 아부다비 인근 사디얏섬 문화 거리에 아부다비 미니 루브르 박물관을 건립한 뒤 향후 30년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을 이 곳에서 전시키로 했다는 내용이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아부다비와 프랑스' 내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랍에미레이트와 EU'의 문화 교류를 칭송하는 기사로 지면을 도배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아예 인용도 되지 않았고 그나마 언급한 언론 마저도 구석에서 조그만하게 다룬 내용이 30년 빌려오는 대가로 10억 유로를 지급한다는 내용임을 알고나면 씁쓰레해지는 기분을 감출 길이 없다(500억원 정도를 매년 연불로 30년간 지불하는 셈).

일시불로 전액을 먼저 프랑스 정부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고 30년에 걸쳐 매년 할부금 형식으로 일정액을 지불하도록 프랑스 정부가 허락해 주었다는 점을 아부다비 정부가 강조하며 연일 프랑스 정부에 치하의 목소리를 전달하던 같은 시각 프랑스에서는 아부다비 정부에 루브르 소장품을 역사상 최초로 빌려주기로 결정하는데 있어 상업적 요인은 절대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코미디 같은 말들도 흘러나왔다.

돈으로 문화를 통째로 빌려오겠다는 발상이나 남의 나라에서 약탈한 문화재를 또 다른 석유 부국에 돈 받고 빌려주는 나라의 천박함이 오십보 백보라는 시각이 이 곳인들 왜 없을까.

두바이가 차린 밥상에 숫가락 하나 더놓겠다?

과정과 방법이야 어찌되었건, 재정이 풍부한 반면 그 재정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두뇌와 경험이 부족하니 아부다비는 앞으로도 당분간 두바이가 걸어간 길을 부지런히 쫓아가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어 보인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그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지배자의 통찰력으로 지난해 두바이는 640만의 관광객을 끌어들였다. 두바이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중 일부분은 아무래도 아부다비를 방문하지 않겠는가.

두바이가 만들어 놓은 시설과 유사한 시설을 만들어 놓는다면 기왕에 두바이로 찾아온 사람들이 아부다비까지 올 필요가 없으니 아부다비는 두바이에 온 사람들이 한번쯤 다녀가고 싶은 그 무엇인가를 만들어 놓지 않을 수가 없다.

두바이랜드가 1년에 7천만명을 끌어들이겠다고 한다. 연간 관광객이 겨우 1백만을 넘어선 아부다비가 두바이 방문객 7천만 중에서 10%만 모셔올 수 있다면 7백만이 되니 현재 관광객 수의 7배가 되지 않겠는가.

두바이는 먹고 살 방도로 두바이랜드를 만들었는데 아부다비는 숫가락 하나 더 놓고 반사이익을 보겠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부자가 천국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기 보다 힘들다고 하더니.

태그:#두바이, #무역, #아부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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