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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석유 부국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이 뜨고 있다. 엄청난 석유 매장량을 기반으로 연일 기상천외한 프로젝트가 발표되고 세계는 그 모습을 경이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중 아부다비와 두바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아부다비에 주재하고 있는 이상직 통신원이 5회에 걸쳐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변화와 경쟁의 모습을 전해준다. <편집자주>
▲ 팜 쥬메이라를 공중에서 내려다본 모습.
지난달 25일 두바이 군주 세이크 무함마드가 아랍에미레이트연합 수상이며 부통령인 동시에 두바이 군주의 자격으로 인도를 공식 방문했다. 지난 1974년 국방부 장관 자격으로 방문한 지 30년 만의 일이다.

이날 영접나온 인사 가운데는 인도 주재 사우디 대사와 걸프국 대사 전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세이크 무함마드는 이제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은 물론이고 사우디, 인도에서도 결코 무시하지 못할 지도자로 떠오른 것이다.

반면, 아랍에미레이트연합 대통령인 세이크 칼리파는 27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되는 아랍 정상회담을 위해 사절단을 이끌고 사우디로 향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인기를 만회하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다.

두바이의 7성호텔과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더러

▲ 로저를 태우고 두둥실 하늘로 솟아오른 불주 알 아랍 호텔의 모습.
두바이하면 생각나는 명소 가운데 하나가 세계 최초 7성 호텔인 불주 알 아랍 호텔이다. 이 호텔은 근래 들어 '세계 테니스 랭킹 1위 로저 페더러가 두바이를 찾아오면 반드시 들르는 장소' 중 하나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페더러가 호텔 옥상에 도착하자 헬리콥터 조종사가 직접 뛰어와 문을 열어준다. 그와 아랍인 일행 1명을 태운 헬리콥터가 두둥실 하늘로 솟아오르자 드넓은 아라비아만 연안이 한 눈에 들어온다. 두바이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공사 중인 인공섬 프로젝트 팜 쥬메이라도 보인다.

이같은 풍광에 감탄해 하는 페더러의 모습이 여과없이 두바이 TV를 통해 전세계로 중계된다. 7성 호텔을 상품화시키고 거기에 페더러의 혼을 불어넣은 모습을 광고하는 전략!

두바이 정부는 아라비아만 연안에 인공 섬 4개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프로젝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야자수 잎 모양을 한 3개의 팜 프로젝트. 야자수 줄기에 해당되는 부분에 다리를 놓아 육지와 연결한다. 또 하나는 세계를 바다 위에 축소하여 옮겨놓은 일명 '월드 프로젝트'다. 아예 조금 먼 바다에 그야말로 섬으로 만들어 배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도록 되어있어 다소 이채롭다.

▲ 야자수 나무의 줄기에 해당되는 부분.
ⓒ 이상직
가로 세로 각각 5㎞ 면적에 야자수 모양을 한 '팜 쥬메이라'는 육지와 연결된 부분이 좌우 각각 8개의 야자수 잎과 연결되어 있고, 그 외곽을 왕관 모양을 한 둥근 호가 둘러싼 모습이다. 잎들이 만나는 꼭지 부분에서 왕관 부분으로 가려면 해저 터널을 이용해야 한다.

팜 쥬메이라는 총 공사비만 12조원 이상이 들어간다. 건설에 사용된 모래와 자갈을 모두 합하면 높이 2.5m의 담을 쌓아 지구를 세 바퀴 돌 수 있다고 한다. 섬 안에 축구장을 건설한다면 그 숫자가 무려 800개를 넘을 것이라고 하니 가히 그 규모의 대단함은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쥬메이라'는 이 지역을 가르키는 지명으로, 사진에서 닭벼슬 모양을 한 호텔 역시 '쥬메이라 비치 호텔'이다. 불주 알 아랍 호텔과 쥬메이라 비치 호텔에서 지척에 놓인 팜 쥬메이라가 완공이라도 되는 날이 되면 이 지역은 다시 한 번 지역의 명소로 떠올라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룰 전망이다.

아부다비와 샤자로 둘러싸인 협소한 규모의 사막 지형, 부존자원이 풍부치 못한 상대적 빈곤감, 사우디로 대표되는 이슬람 세계의 폐쇄성 등을 모두 묶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두바이의 지혜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축구장 800개 규모의 대역사 '팜 쥬메이라'

▲ 야자수 줄기 쪽에서 우측을 향해 찍은 사진. 바다 건너 야자수 잎에 해당되는 쪽으로 2층 빌라가 한창 건설되고 있는 가운데 어디서 알고 찾아왔는지 갈매기 두 마리가 방벽 위에 한가롭게 앉아있는 모습도 보인다.
ⓒ 이상직
야자수의 잎에 해당되는 부분은 일체의 차량을 통제하고 있는 것은 물론 사진촬영 역시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족히 1㎞는 됨직한 트렁크 부분의 좌우로 10층 미만의 스페인풍 빌라가 늘어서 있고 사진 좌측의 차량과 사람의 모습으로 미루어 야자수 섬 전체의 윤곽을 다만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이 곳에 살게 될 거주자들은 우선 자동차로 육지에서 야자수 줄기 부분으로 들어와 1㎞ 가량 직진한 다음 우회전하여 왔던 길만큼 내려가야 집에 도달할 수 있다.

두바이 정부는 이 곳에 거주할 외국인들을 위해 집을 구매할 수 있도록 소유권을 인정해 주었음은 물론, 소유권 이전과 더불어 두바이 정부로부터 거주 비자가 발급되도록 하여 스폰서 없는 세상을 실현시켜 주었다.

(아랍 에미레이트에 취업을 하려면 해당 회사와 고용계약서를 맺고 그 고용계약서에 근거하여 거주 비자를 받아야 한다. 동시에, 계약을 체결한 기업주는 취업을 원하는 사람의 스폰서 즉 주인이 된다.)

영국을 비롯한 선진 국가들이 양질의 모기지론을 제공하는 가운데 수입만 일정하면 누구든지 장기 할부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시켰다. 최근에는 본국에 있는 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두바이 소재 은행에서 대부를 받을 수 있도록 그 수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미를 비롯한 선진 두뇌들의 두바이 체류는 물론 영미 등지에서 공부한 아랍내 신세대 두뇌들도 두바이를 개인 커리어 구축을 위한 필수 코스로 삼고 있다.

멀리 바다 건너로 우측에서 보았던 것과 역시 같은 종류의 빌라가 마지막 외부 치장을 하는 등 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바로 앞에 보이는 현장에서는 지반을 다지고 다리를 건설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공사 현장별로 노무자들의 출신이 상이하지만 만나본 대부분은 인도와 방글라데시 출신. 인터뷰를 위해 공을 들였지만, 중국과 북한 노무자들은 만날 수가 없었다.

▲ 야자수 줄기 부분에서 좌측을 향해 찍은 사진.
ⓒ 이상직
자연섬 개발에 눈을 뜬 아부다비

대략 살펴본 바와 같이 두바이는 인공으로 섬을 짓고 있다. 3000개가 넘는 다도해를 가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12조원이 넘는 돈을 국가 경제에 직접 투자할 것이지 하필이면 부동산 프로젝트에 이렇듯 목숨을 걸다니.

두바이가 작심하여 인공섬들을 개발하고 나서자 이에 아이디어를 얻은 아부다비가 기왕에 널려 있는 자연섬 개발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아부다비는 섬이 제법 된다. 육지와 연결된 두 개의 다리를 건너 아부다비시로 들어오면 인구 50여만의 아담한 소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해안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건물 덕분에 '리틀 뉴욕'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아부다비는 같이 경계를 두고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두바이와는 사뭇 다르다. 아부다비 역시 지난 50년대까지만 해도 두바이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1년의 대부분을 보내다가 겨울이 되면 바닷가로 내려와 진주조개 잡이를 하여 생계를 근근히 유지하던 베두윈들이었다.

인근에 무한정 원유가 묻혀있음을 눈치챈 영국이 현금을 가방째 싸들고 아부다비를 들락거리기 전까지만 해도 아부다비 섬에는 야자수 잎을 얼기설기 엮어 만들어놓은 그늘 아래 모래를 베개삼아 살아가던 빈민들 소굴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두바이가 일찌감치 무역에 눈을 떠 중계무역으로 인근 배후지와 활발하게 움직이던 50~60년대까지만 해도 아부다비는 두바이를 오르지 못할 경외의 대상으로 생각했다.

사디얏 아일랜드

▲ 사디얏 아일랜드. 두개의 다리가 아부다비 섬과 연결될 예정이니 형님 섬과 아우 섬이 연결되는 형상이 될 것이다.
▲ 아부다비 지도. 우측 하단이 두 개의 섬으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지도 우측 상단에 자지랏 아스 사디얏으로 표기된 섬이 사디얏 아일랜드 즉 평화의 섬이다.
지난해 연방정부 구성 35주년 기념식을 성대히 치른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의 수도 아부다비가 최근 부쩍 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인다. 바니 야스 섬에 구겐하임이 들어오고 새로 지을 사디얏 섬에는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을 2012년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배후에 광할한 사막을 가진 아부다비가 그동안 버려진 주변 섬을 개발하고 막대한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문화 상품에 이토록 신경을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구 15만명이 거주하는 신도시로 새롭게 탄생할 무인도 사디얏 섬 개발 프로젝트는 크게 6개의 테마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 단연 눈에 뜨이는 부분이 문화 거리다. 사방 2.7㎢ 위에 세워질 이 거리에는 박물관만 무려 4개가 들어설 전망이다. 해양 박물관, 국립 박물관, 현대미술 박물관, 고전 박물관 등.

그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고 한들 이미 앞서가는 두바이를 따라잡을 길이 없으니, 두바이를 방문하는 관광객 중 다만 얼마라도 아부다비로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두바이가 도저히 할 수 없는 분야, 즉 돈으로만 될 수 있는 분야에 목을 메는 것이다.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이 의미 심장한 두 가지 이유는 우선, 이 사업이 프랑스 역사상 최초로 외국에 소장품을 빌려주는 것이고 또한 두바이를 제치고 아부다비가 먼저 이니셔티브를 갖는 사업 중 몇 손 가락 안에 드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한다지만 아부다비에서 더이상 한 방울의 석유도 나지 않을지 모르는 150년 정도가 지난 뒤 두바이와 아부다비의 위상은 어떻게 바뀔까.

태그:#두바이, #개발,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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