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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국가보안법 폐지 후의 대안으로 '형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는 최근 열린우리당이 국보법 폐지로 당론을 확정한 뒤 내놓은 4가지 보완입법안에 대해 시민사회 단체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민변은 이 안을 열린우리당에도 전달하고 수용할 것을 제안했다.

민변이 14일 내놓은 대안의 핵심은 형법 상 적국 개념을 시대변화에 맞게 포괄적으로 바꿨다는 점이다. 기존 국보법과 형법이 사실상 북한만을 적국으로 상정한 데서 발생하는 안보 공백을 메웠다는 의미가 있다.

그간 한국형사법학회·형사정책학회·비교형사법학회·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학계와 시민사회 안팎에서도 형법상 적국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형법상 '적국'을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국가 또는 단체'로 바꿔

민변이 이날 발표한 형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형법 제2편 제2장의 '외환의 죄' 중 '간첩죄'를 제외한 규정에서 '적국'이란 표현을 모두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국가 또는 단체'로 바꿨다. 또 '간첩죄'는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하여 간첩하거나 대한민국의 이익에 반하여 한 간첩을 처벌하여'로 수정했다.

현행 형법의 '외환의 죄'는 국가안보의 위협요소를 '적국'으로만 한정해, 사실상 북한 이외의 국가를 위한 간첩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민변이 마련한 개정안은 이러한 허점을 메워 국제 관계상 '적국'으로는 보기 어려운 미국·일본·중국 등에 우리나라의 기밀을 누설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우리나라는 형식상 '동맹국'이다. 그런데 미국은 자국의 군사기밀을 우리나라에 누설했다는 이유로 로버트 김을 간첩죄로 처벌했지만, 반대의 경우 (그간의 형법 또는 국보법에 따라서는) 우리는 간첩죄를 적용하지 못한다는 허점이 있었다.

열린우리당이 지난 12일 내놓은 보완입법안 중 제2안도 '적국에 대한 간첩행위'를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에 대한 간첩행위'로 바꾼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외환죄 관련 규정(92조∼104조)에는 여전히 전시를 상정한 '적국'이란 용어가 잔존해 모순적이고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변은 여당안의 미흡한 부분까지 보완해 이번 개정안을 만들었다.

민변의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북한이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협한 경우에는 물론 처벌이 가능하다. 개정안의 외환관련 규정에 의하면, 내란예비음모죄(제90조)나 범죄단체조직죄(제114조)로 처벌할 수 있다. 또 북한은 '대한민국 이외의 국가 또는 단체'에 해당하기도 해 외환의 죄(제2편 제2장)를 적용할 수도 있다.

형법 개정안 여당에 전달 "수용할 경우 시민사회와 공조도 가능"

민변은 이 개정안에서 밝힌 개정이유에서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만들 수 있는 요인은 대한민국 이외의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로 확대됐다"며 "그러나 현행 형법은 이에 대한 규정이 없어 안보상의 공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변은 "형법 상 외환죄 관련 규정은 1953년 한국전쟁 당시 제정된 이후 단 한차례도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새 개정안에 따르면 무리한 '반국가단체' 규정을 두지 않아도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북한이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해 안보공백이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을 마련한 송호창(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국보법은 폐지로 충분하다는 민변의 취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지금의 형법상 안보관련 규정은 한국전쟁 당시에 만든 후 개정을 한 적이 없어 시대 변화에 맞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한편 민변은 이번 형법 개정안을 천정배 원내대표를 비롯해 열린우리당 내 법사위 소속 의원에게 전달, 이 안을 수용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송 변호사는 "열린우리당의 4가지 보완입법안은 국보법의 핵심조항인 '반국가단체' 조항(제1조∼5조)을 그대로 오려붙여와 여전히 사상·양심의 자유를 근원적으로 부정하고 있다"며 "이번 형법 개정안은 열린우리당의 4가지 안중 그나마 가장 나은 제2안에 대한 수정안 격인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송 변호사는 "열린우리당이 민변의 안을 수용해 당론으로 결정한다면 민변은 향후 국보법에 대한 모든 논의를 여당과 협력해 진행할 용의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민주노동당, 국보법폐지국민연대 등 야당과 시민사회 차원의 공조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변이 제안한 '형법 개정한' 전문

다음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14일 발표한 '형법 개정안' 전문이다.... 편집자 주

형법 개정안

1. 개정 이유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사회주의권의 몰락 등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대한민국의 안보상황이 달라졌음.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만들 수 있는 요인은 중국, 북한 등의 사회주의 국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일본, 러시아 등과 국제테러단체 등 대한민국 이외의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도 포함되는 반면, 현행 형법의 국가안보에 관한 규정에는 이에 대한 규정이 없어 안보상의 공백이 존재함. 이는 특히 형법 제2편 제2장 외환의 죄에서 국가안보의 위협요소인 상대방을 ‘적국’으로 한정함으로 발생한 것이고, 그 결과 예컨대 적국이 아닌 미국이나 일본 등에 대한민국의 국가기밀을 누설하더라도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는 허점이 생기게 됨. 이는 연역적으로 외환죄 관련규정이 1953년 한국전쟁 당시 제정된 이후 단 한차례도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임.

그러므로 형법 제2편 제2장 외환의 죄 중 간첩죄를 제외한 부분은 ‘적국’이란 표현을 모두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국가 또는 단체’로 개정하고 간첩죄에 있어서는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하여 간첩하거나 대한민국의 이익에 반하여 한 간첩을 처벌하여 이를 해결함.

형법 제104조(동맹국)는 한국전쟁 당시 동맹국인 미국·영국 등의 국가기밀을 ‘적국’에 누설하는 경우에 대한민국 형법의 간첩죄 등으로 처벌하도록 되어있는 것인바, 자국 아닌 외국의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자국의 형법에 처벌규정을 두는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고, 이 역시 전쟁당시를 예정한 규정이므로 삭제할 필요가 있음.

이와 같은 형법의 외환관련 규정의 개정에 따르면, 북한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경우 제90조 내란예비음모죄나 제114조의 범죄단체조직죄의 적용을 받거나 ‘대한민국 이외의 국가 또는 단체’에 해당하여 제2편 제2장(외환의 죄)의 적용을 받게 되어 북한에 대한 안보공백도 없게 됨(본장의 죄에 대한 법정형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으나 형량 부분은 간첩죄의 방조죄를 제외하고는 편의상 그대로 유지한 것임).

2. 개정안

제93조 (여적) 대한민국 이외의 국가 또는 단체와 합세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

제94조 (모병이적) ①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국가 또는 단체를 위하여 모병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제95조 (시설제공이적) ① 군대, 요새, 진영 또는 군용에 공하는 선박이나 항공기 기타 장소, 설비 또는 건조물을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국가 또는 단체에 제공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② 병기 또는 탄약 기타 군용에 공하는 물건을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국가 또는 단체에 제공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제96조 (시설파괴이적)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국가 또는 단체를 위하여 전조에 기재한 군용시설 기타 물건을 파괴하거나 사용할 수 없게 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제97조 (물건제공이적) 군용에 공하지 아니하는 병기, 탄약 또는 전투용에 공할 수 있는 물건을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국가 또는 단체에 제공한 자는 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98조 (간첩) ①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하여 간첩하거나 대한민국의 이익에 반하여 간첩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군사상의 기밀을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하여 또는 대한민국의 이익에 반하여 누설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③ ①,②의 행위를 방조한 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방조죄를 본 죄의 법정형과 같게 함은 형평성이 없는 것임)

제99조 (일반이적) 전7조에 기재한 이외에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국가 또는 단체에 군사상이익을 공여하는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102조(준적국) 삭제

제104조(동맹국)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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