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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형법의 '안보 개념'을 좀더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국보법이나 형법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내세워 사실상 적국으로 상정하고 있으나 그 이외의 나라와 관련해서는 간첩죄 등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송호창 변호사 등은 "현재 국보법과 형법 등으로 구성된 국가안보법체계는 한국전쟁 당시에 만들어진 냉전시대의 체계로서 북한에만 초점이 맞춰진 구조"라며 '적국' 개념의 확장 또는 보완을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로버트 김을 간첩죄로 처벌하고 있지만, 우리 현행 형법으로는 미국이나 중국으로 국가기밀을 누설한 경우, 이를 간첩으로 처벌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송 교수는 "'형법 보완'은 국보법의 찌꺼기를 주워담는 식이 아니라, 21세기 국제정세에 맞는 국가안보체계를 법률적으로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미래지향적 형법 보완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논의에 대해 한국형사법학회·한국형사정책학회·한국비교형사법학회는 아직 공식적인 의견을 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소속 학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신동운(서울대 법대) 교수는 현행 형법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신 교수는 "현행 형법은 내란죄의 경우 '국토를 참절하는 단체'를 주체로 상정하고 있고 외환죄는 '준적국' 개념을 도입해 '교전 상태인 나라'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오히려 북한에 대해 여러 평가를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 '준적국'의 개념을 쓸 경우, 법적으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우리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현행 국보법에서도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한인섭(서울대 법대) 교수는 현 형법의 '적국' 부분을 '대한민국에 대항하여'라는 구절로 대체해 처벌 범주를 넓히면 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한 교수는 "현행 형법 '외환죄'의 '적국'이란 단어를 '대한민국에 대항하여'라는 구절로 바꾸면 대한민국을 공격하거나 대한민국에 위해를 가할 목적으로 미국, 일본 등 교전국이 아닌 국가를 돕기 위한 간첩 행위도 처벌이 가능하다"며 "이 경우에는 북을 굳이 '국가'로 상정할 필요도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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