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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모여 있었더라면 덜 외로웠을 텐데... 각 방에서 혼자 죽었다며?"

지난 19일 유독가스 가득한 1.5평 쪽 방에서 다섯 명의 꽃다운 생명을 앗아간 군산시 대명동 윤락가 화재 현장은 아직 화염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았다.

시민과 학생 70여명은 잿더미로 변한 방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안타까운 탄성을 질렀다.

"이게 다 합판 아니야? 저기 쇠창살 좀 봐. 세상에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고 있었을까?"

한 시민은 희생자 임OO(20)양의 방 앞에 멈춰 섰다. 한참동안 뚫어져라 방을 응시하던 그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대책위'는 28일 오후 3시 군산시 구 시청 사거리에서 '화재참사 철저 수사',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훨훨 새가 되어 꽉 막힌 곳을 벗어나..."
"하루하루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 차라리 죽고 싶다."


-희생자 임양의 일기 중에서

대책위는 "결국 이 일기장의 주인공은 소원대로 죽음으로서 자유를 되찾고 새가되어 날아갔다"며 "인권유린, 감금은 살인행위이므로 관련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 공동대표 안향자(53,군산 여성의 전화 회장)씨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나, 씨랜드화재, 인천시 인현동 화재사건 등 수많은 대형 참사가 일어났을 때마다 사회적인 여론은 들끌었고 재발방지 및 관련자 처벌 등 강력조치가 뒤따랐다"면서 "그러나 이번 군산 윤락가 화재 사건에 군산시민들은 물론 관계당국에서 조차도 쉬쉬하면서 사건을 수습하는 데만 급급했다"고 비난했다.

안 대표는 또 "이번 사건은 우리의 무관심과 당국의 관리 소홀, 단속미비로 일어난 인재"라며 "빚의 올가미에 묶여 노예와 같은 감금생활, 폭행, 금품 갈취, 인신매매, 윤락행위강요 등 철저한 인권유린에서 비롯된 참사"라고 강조했다.

이민주(23, 군산대 총여학생회장)씨는 "저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들이 조금 뒤 또다시 감금과 폭행 속에서 몸을 팔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다시는 이런 일을 일어나지 않도록 윤락가를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중앙로를 따라 시민 선전을 벌이며 화재현장으로 향했다.

4∼5살 가량의 딸아이 손을 잡고 집회 대열에 참석한 윤은주(45,주부)씨는 "예전에 화재사고가 난 '쇠파리 골목' 근방에 살았다"며 "윤락가를 더 이상 이대로 놔두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문을 보고 집회에 참석했다는 윤씨는 "우리의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이 기회에 매매춘을 근절하기 위한 여론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희생자의 합동 장례식은 내일(29일) 오전 10시에 군산시 군산의료원 영안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사고가 난지 열흘만에 장례식을 치를 수 있게 됐다"며 "얘들이 이제 편히 눈을 감고 저 세상에서는 자유롭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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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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