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끝났다. 더불어민주당 175석, 국민의힘 108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범야권이 192석을 얻으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큰 위기에 놓였다. 국민은 윤석열 정부에 낙제점을 줬고, 남은 3년은 레임덕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2대 총선 결과를 놓고 국민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폭주하는 윤석열 정부를 견제했다는 점에서 본다면 승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22대 국회가 만들 대한민국의 다음 4년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승리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압도적인 승리를 한 범민주당은 '정권 심판', '특검 정국' 외에 특별한 메시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 기간 내내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을 주요 의제로 삼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본 선거 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선거 연설에서 '심판'이라는 단어를 55차례 말했다. 총선 승리 첫날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망친 민생 경제 위기 해소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대안 제시는 없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180석을 가져가고, 열린민주당 3석, 정의당이 6석을 가져가며 범야권이 189석을 차지했었다. 사실상 이번 총선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오히려 민주당 의석은 지난 총선 대비 5석 줄었고, 국민의힘은 5석 늘었다.
이번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특검'을 1호 법안으로 내세웠다.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사퇴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약속한 대로 봉사 활동하면서 특검이나 기다리십시오"라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레임덕에 빠진 윤석열 정권과 '정권 심판', '특검 정국'을 외치는 거대 야당의 줄다리기가 22대 국회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책은 실종, 평균 연령은 역대 최고
22대 총선은 정책과 담론이 실종된 선거였다. '반값등록금', '지·옥·고 폐지' 등의 청년 정책이 사라졌고, '연금 개혁', '기후위기' 등 미래세대를 위한 중장기적인 논의들도 선거에서 보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의 1호 공약이었던 '기본주택 100만 호'나 국민의힘 1호 공약이었던 '저출생 문제 대응' 역시 빛을 보지 못했다.
거대 양당의 주요 공약 모두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제시 없이 공약해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특히 민주당은 180석 보유했던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지키지 않았던 공약을 재탕하면서 빈축을 샀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2006년 19대 총선부터 내세운 공약이지만 18년째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 그에 따라 정치, 사회, 문화, 경제가 변하기 마련이다. 가령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수십 년간 진화를 거듭해왔다. 각각 2007년과 2010년에 출시한 아이폰과 갤럭시S는 '아이폰 15', '갤럭시 24'까지 출시됐다. 세계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K팝도 5세대 아이돌까지 나오면서 한류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 정치는 여전히 386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22대 총선 당선자들의 평균 연령은 56.3세로 21대 국회(54.8세)보다 높았으며 역대 최고령이었던 20대 국회(55.5세)의 기록도 갈아치웠다. 세부적으로는 50대가 150명으로 50%를 차지했고, 60대가 100명(33.3%), 70대 이상이 6명(2%)였다. 50대 이상이 85.3%를 차지한 셈이다. 초선의원 비율은 45%로 재선 이상의 의원이 55%를 차지했다.
뚜렷한 정치적 비전과 목표가 있다면 특정 세대가 장기 집권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386세대가 어떠한 정치적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자유'를, 민주당은 '민주화'라는 구시대 정치적 비전에서 나아가지 못한 채 여전히 자유와 민주화만을 부르짖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과학 R&D 예산 삭감이 선거 전 큰 이슈였다. 예산 삭감으로 한국의 기초과학이 몰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분야를 막론하고 투자 없는 성공은 있을 수 없다. 아이폰이 노키아, 모토로라 등 당대의 핸드폰 기업을 제치고 모바일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폰에 대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고, K팝이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소속사들의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이 선거를 거듭할수록 고령화되고, 청년 정치인은 점점 희소해지며, 공약이 사라진 자리에는 서로에 대한 심판만 남으며, 구시대 정치 비전에 갇혀 있는 한국 정치의 미래는 과연 괜찮을까.
22대 총선은 결코 승리한 선거가 아니다. 미래 비전 없는 구시대 정치인들의 장기집권 연장선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윤씨는 미래당 전 서울시당 대표로,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현재는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하며 'MZ정치칼럼'을 발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