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전투표율은 31.28%로 역대 총선 사전투표율 중 가장 높았다. 4월 10일 본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선거 양상은 치열해지겠지만 필자는 기권표를 던질까 고민 중이다. 이유는 하나다. 선거에서 '청년 정책'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비록 공약이 지켜지진 않았어도 반값등록금,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주거문제, 최저임금 등 청년 정책은 정당별 1호 공약에 오를 정도로 선거 때마다 중요한 공약이었다. 그런데 22대 총선에서는 반값등록금, 지·옥·고 주거문제, 최저임금 등의 공약은 자취를 감췄다.
피부에 와닿지 않는 청년 정책 공약
청년 공약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의 주요 청년 공약으로는 '청년기본법 연령 상향' '도시철도 지하화를 통한 청년 주택 공급' '청년 주택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 소득요건 완화' '아빠 유급휴가 의무화 추진' 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월 3만원 대 청년패스 도입' '취업단계별 지원 강화' '신혼부부 결혼·출산지원금 1억 원 대출' '대학 기숙사 5만호 공급' 등을 공약했다. 그러나 학자금 대출을 최대로 당겨 받고 지·옥·고에 살면서 최저임금을 받는 청년들에게 두 거대 정당이 제시한 공약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 공약이다.
청년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심화하고 있다. 특히 팬데믹을 거치면서 신규 일자리가 대거 감소한 가운데 물가는 치솟으면서 청년들의 삶은 더 피폐해졌다. 또 코로나19 기간 동안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되면서 수많은 청년들이 고립됐고 우울증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어났다.
일자리 부족, 사회적 관계망 단절은 청년들의 목숨을 앗아가기 시작했고, 급기야 청년 고독사는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이나 대책 방안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아 실태 조사도 어려운 상황이다. 2021년 일본에서 고독·고립 대책 담당실이 신설됐고, 이보다 앞선 영국에서는 2018년 고독부가 신설되기도 했다.
한국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는 나라다. 치열한 경쟁과 불안한 미래가 국민을 자살로 내모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외로움까지 더해졌다. 청년들은 코인과 주식이 미래를 위한 최후의 보루라며 '영끌'와 '빚투'를 마다하지 않는다.
청년들은 못 살겠다며 죽어나가는데 선거를 코앞에 둔 정치권은 정책으로 승부하기보다는 네거티브로 선거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조국 두 범죄자에게 나라를 맡길 것이냐"며 표를 달라하고,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심판" 메시지만 연일 내놓고 있다.
수 싸움에 골몰한 거대양당을 보면서
두 거대 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몇 석을 가져갈 수 있을지 수 싸움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메시지나 공약으로 봤을 때 이들에게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누가 선거에서 승리하건 청년의 삶이 변할 것이란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 정책은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대거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청년 유권자 비율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60대 이상 유권자가 2030세대 보다 많아지는 첫 선거다. 청년 유권자가 줄어든 것을 반영한 듯 총선에 출마한 총 686명의 후보들 중 2030 청년 후보는 5.4%로 지난 총선(6.1%)보다 하락했다.
청년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겠지만 이를 해결할 주체도, 정책도 사라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기권표도 의미 있게 다룬다고 한다. 투표를 안 하는 것과 달리 기권표에는 유권자가 표를 행사하고 싶은 후보가 없다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선거 운동이랍시고 평소엔 하지도 않는 출·퇴근길 인사보다 뚜렷한 청년 정책이나 마련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윤씨는 미래당 전 서울시당 대표로,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현재는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하며 'MZ정치칼럼'을 발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