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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사 사건 수임비리수사가 14일 5명 기소, 2명 기소유예로 매듭지어졌지만, 표적 수사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과거사 사건 수임비리수사가 14일 5명 기소, 2명 기소유예로 매듭지어졌지만, 표적 수사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연합뉴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던 과거사 사건 수임비리수사가 14일 5명 기소, 2명 기소유예로 매듭지어졌다. 또 다시 검찰과 민변이 정면 대결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과거사관련 위원회들의 수임제한 위반 여부 등을 수사한 결과, 위원회에서 취급한 사건 관련 소송을 맡아 수임료를 챙긴 김준곤·김형태·이명춘·이인람 변호사 등 5명을 기소한다고 밝혔다. 다만 사건을 맡긴 했으나 수임 경위에 사정이 있거나 수임료를 받지 않은 박상훈·김희수 변호사는 기소유예처분하고,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백승헌 변호사 수사는 계속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과거사 사건 관련 국가배상금 청구 소송 담당인 서울고등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판3부는 소송에 참여한 변호사들이 대통령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아래 의문사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 등에서 위원으로 활동하며 맡았던 사건들을 수임했다고 파악, 관련 정보를 특수4부로 넘겼다.

특수4부는 이후 국가기록원 압수수색과 계좌 추적 등을 진행했고, 관련자 조사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지난 14일 법원으로부터 김준곤 변호사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지만, 그보다 먼저 청구한 김형태 변호사의 체포영장 등은 번번이 기각 당했다.

검찰, '과거사'를 겨냥하다

유일하게 구속 기소된 김준곤 변호사는 수사대상 가운데 혐의가 가장 무거운 편이다. 검찰은 그가 2008~2010년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으로 일하며 취급한 납북어부 간첩사건 정보를 바탕으로 관련 소송 40건을 맡아 수임료 24억 7500여만 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변호사법 수임제한 위반).

또 김 변호사가 진실·화해위 조사관 2명을 채용, 일종의 '브로커' 역할을 맡기고 그 대가로 2억 7500여만 원을 지급했고(변호사 아닌 자와 동업금지 위반), 진실·화해위 재직 중 알게 된 업무상 정보를 이용해 사건을 맡으면서 수임료 1억 3900여만 원을 받았다는 혐의(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도 적용했다.

과거사 사건을 맡아온 민변 대표 변호사로 이번 수사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김형태 변호사 역시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그가 의문사위 시절 취급한 인민혁명당 재건위사건(아래 인혁당 사건)을 수임, 관련 소송 5건을 진행하며 5억 4000여만 원의 수임료를 받았다고 했다. 김 변호사가 인혁당 사건 직권조사개시 결정에 참여하고, 관련 수사·재판기록을 입수하는 등 조사업무를 취급했다는 이유였다.

나머지 변호사들의 혐의도 모두 변호사법 위반이다. 검찰은 진실화해위 조사3국장으로 일하며 다룬 삼척고정간첩단 사건 등과 연관 있는 소송 9건을 맡아 수임료 1억 4000여만 원을 받은 이명춘 변호사와 진실화해위 비상임위원 시절 취급한 재일유학생 간첩조작의혹 사건 등으로 수임료 3450여만 원을 받은 이인람 변호사, 군의문사위원회 법무팀장으로서 다룬 사건 관련 소송을 맡아 수임료 770만 원을 받은 강아무개 변호사는 수임제한 조항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진실화해위에서 취급한 '학림사건'을 맡은 박상훈 변호사는 소속 법무법인의 공익활동에 참여, 수임료를 취득하지 않았고 의문사위 상임위원 시절 맡았던 장준하 선생 관련 소송에 참여한 김희수 변호사는 직접 재판을 수행하지 않고 수임료도 받지 않은 점을 감안했다. 검찰은 이 두 사람을 기소유예하기로 했지만, 다른 변호사 5명과 함께 전부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 개시 신청을 했고, 계속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의문사위 비상임위원 출신 백승헌 변호사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끊이질 않는 '표적수사' 논란... "욕보이기 하려는 것"

14일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 공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법정 공방 역시 매우 뜨거울 분위기다.

김형태 변호사는 이날 반박자료를 내 "의문사위 위원 재직 기간 인혁당 사건 조사업무를 한 사실이 없고, 판결 금액의 1%를 후불로 받는다는 상징적인 보수약정을 한 것 외에는 어떠한 이득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8명의 유족들 역시 성명에서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진실을 밝혀줄 것을 요구해도 철저히 외면했던 것이 검찰"이라며 "김 변호사 등은 우리 곁을 지키며 함께 울어줬는데, 그를 파렴치범으로 몰아갔다"고 비판했다.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김희수 변호사와 수사가 진행 중인 백승헌 변호사도 검찰의 발표를 적극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에서 "검찰 처분은 변호사법 위반을 인정하는 결정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며 "검찰은 본인을 우롱하고, 또 다시 망신을 줬는데, 범죄가 인정된다면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백 변호사 역시 보도자료에서 "검찰은 범죄로 성립할 수 없는 사건을 무리하게 수사하는데, 욕보이기를 하려는 것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 있다면 하루 빨리 기소하거나 아니면 사건을 종결하라"고 요구했다.

수사 대상 가운데 6명이 회원인 만큼 민변 역시 14일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변호사들이 의문사위 등의 결정에도 입법적 구제를 하지 않은 국가를 대신해 피해자들의 한맺힌 요청을 받아 형사 재심 등을 청구했다"며 "단 한 번의 과거사 청산이나 형식적 사과마저 하지 않은 검찰이 이제 과거사 피해자들의 눈물을 짓밟고, 과거사 위원들을 기소하고 있다"고 했다.

민변은 "변호사들은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며 정치검찰의 과거사·민변 욕보이기에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검찰의 표적·보복수사에도 이번 사건을 성찰의 계기로 삼아 더욱 고군분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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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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