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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고흥 화력발전소 설명회장인 고흥군 도양읍 농어촌복합체육관 앞에서 반대 대책위 사람들과 읍사무소 공무원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날 반대 대책위 사람들은  '화력발전소 추진 과정은 원천무효임을 선언 한다'는 현수막을 펼치고 설명회장 입구를 막아섰다.
 10월 10일. 고흥 화력발전소 설명회장인 고흥군 도양읍 농어촌복합체육관 앞에서 반대 대책위 사람들과 읍사무소 공무원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날 반대 대책위 사람들은 '화력발전소 추진 과정은 원천무효임을 선언 한다'는 현수막을 펼치고 설명회장 입구를 막아섰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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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장 관리와 벼수확 마늘 농사 준비에 한창 바쁜 전남 고흥군에서 지난 10월 5일부터 '화력발전소 관련 환경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연구조사'(이하 연구조사)에 대한 설명회가 시작됐다. 첫째 날인 지난 5일, 동일·봉래 포두면에서의 설명회는 참석자 간의 마찰로 인해 지연되거나 무산됐다. 이에 고흥군은 10월 10일, 이장·부녀회장·공무원·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다시 강행했다.

이날 오전 고흥군 도양읍에 있는 농어촌 복합체육관 앞에서 '고흥화력발전소 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대책위) 사람들과 읍에서 나온 공무원들과 밀고 당기는 승강이가 벌어졌다. 반대대책위 사람들이 '화력발전소 추진 과정은 원천무효임을 선언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체육관 입구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왜 입구를 막냐!"
"정상적인 설명회가 아니다. 포스코 건설의 화력발전소 유치를 홍보하려 하고 있다. 설명회를 포장해서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군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불과 한 달 만에, 그것도 포스코 건설에서 돈을 받아 졸속으로 연구 조사한 것이니 뻔하지 않겠는가? 화력발전소 추진을 위한 고흥군수와 포스코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나는 화력발전소 건설을 적극 찬성하는 사람들(나로도 화력발전소 유치 추진위원회)의 입장을 듣기 위해 설명회가 열리는 강당에 갔지만, 결국 그들을 만나지 못했다.

반대대책위 사람들은 강당에 들어서는 군민(이장·부녀회장·공무원·지역주민)들에게 설명회가 원천무효임을 주장하며 홍보전을 펼쳤다. 설명회는 오전 10시께 시작됐다. 설명회에 앞서 한철 군민대책위원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고흥 화력발전소 군민대책위원회(이하 군민대책위)는 각계각층의 단체 대표단으로 구성됐다. 화력발전소 찬성과 반대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됐다."

하지만, 군민대책위에는 반대 측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았다. 반대대책위는 "군민대책위가 화력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기 위한 절차적 조직이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조사는 포스코에서 받은 돈으로 추진

지난 10월 5일부터 '화력발전소 관련 환경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연구조사'의 설명회가 시작됐다. 첫째 날인 5일. 동일, 봉래 포두면에서의 설명회가 반대 측과의 마찰과 저지로 인해 지연되거나 무산됐다.  이에 10일 10일. 이장, 부녀회장, 공무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다시 강행했다.
 지난 10월 5일부터 '화력발전소 관련 환경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연구조사'의 설명회가 시작됐다. 첫째 날인 5일. 동일, 봉래 포두면에서의 설명회가 반대 측과의 마찰과 저지로 인해 지연되거나 무산됐다. 이에 10일 10일. 이장, 부녀회장, 공무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다시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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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화력발전소 관련 환경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연구조사'를 의뢰받은 전남대학교(여수캠퍼스) 산학협력단 책임연구원 이철 교수가 단상에 섰다. 그때 반대대책위 사람들 중 하나가 목소리를 높였다.

"군수가 우리를 속이고 있다! 찬성을 위한 설명회다. 어용 교수 물러가라!"

그는 공무원들에 의해 제지 당하면서도 다시 외쳤다.

"어디서 돈 받고 용역을 했는지 면민들에게 확실히 밝혀라!"

설명회를 준비한 이철 교수는 마지못해 연구 용역비를 고흥화력발전소를 추진하는 포스코엔지니어링에서 받았다고 답했다. 이에 반대대책위 사람들이 "포스코에서 돈 받은 연구조사가 어떻게 정당할 수 있겠는가, 엉터리 조사다!"라고 외쳤다.

반대대책위 말대로 과연 엉터리 연구조사였을까. 연구조사는 지난 5일 1차 설명회 당시 대중에 공개됐지만, 반대대책위는 "연구조사 자체가 포스코 홍보 수준"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때문에 지난 10일 두 번째 연구조사가 제출됐다. 용역을 수주한 전남대 산학협력단의 연구조사 기간은 1개월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민대책위의 요청에 따라 연구조사를 분석해봤다.

이날 설명회에서 배포한 연구조사는 목차를 포함, 모두 22쪽으로 구성돼 있다. 이 연구조사서를 보면 발전소 건설이 농어촌 지역에서 얼마나 혹세무민으로 진행되는지 잘 알 수 있다.

지난 5일 제출된 연구조사는 화력발전소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아주 미비하게 언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반해 화력발전소로 인해 지역 경제에 이익이 뒤따른다는 내용은 크게 강조돼 있었다.

두 번째 연구조사에는 화력발전소로 인한 피해 사항이 몇 군데 보충 삽입돼 있었다. 하지만, 이 연구조사 역시 자세히 뜯어보면 포스코를 대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화력발전소 오염물질과 삶의 질

먼저 '화력발전소의 가동과 오염물질'을 살펴보자. 첫 번째 연구조사에서는 '환경적 영향 검토'에서 산성비 스모그 분진 대기오염 물질이 나온다며 이것은 '다른 지역에서의 건설 시에도 생기는 문제'라고 가볍게 넘겼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 '저감 기술로 오염물질을 줄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포스코 자료를 나열했다. 이 부분은 전문용어와 수치가 나열돼 있어 전문가만 알아볼 수 있다. 게다가 영문으로 된 자료라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그저 '오염물질을 줄이겠으니 걱정 말라'는 내용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두 번째 내놓은 연구조사는 좀 더 구체적이었다.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산성비·분진·대기오염 물질 등 유해 물질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언급돼 있다. 석탄 연소 시 산성비를 유발하는 산성가스·다이옥신·수은·비소·베릴리움·크롬·니켈·셀레니움·마그네슘·납·휘발성 유기물질·분진 등을 배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연구조사는 '이런 물질들은 농작물과 가축에 영향을 미치고 피부병·암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질병의 원인이 돼 인간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며 '세계 각국의 환경 당국은 엄격한 환경기준을 정하고 이를 위반할 때 과징금·시설 운행 정지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수은은 먹이사슬을 통해 인체에 흡수돼 축적될 수 있음, 뇌 신경·콩밭·간 등에 영향을 줌' '다이옥신은 먹이 사슬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고 축적될 수 있음, 생식 발달 면역 호르몬 분비영향·발암물질'이라며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밝히고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연구조사는 앞에서 화력발전소에서 끔찍한 오염물질이 발생한다고 밝혔지만, 뒷부분에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화력발전소로 인해 어떤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될 것인지 다루지 않았다. 그저 '경제적 이득' '관광연계사업' '경제적 이득으로 삶의 질을 높여 줄 것'이라는 내용만 담겨 있었다.

어쨌든 첫 번째 연구조사에 없던 '화력발전소 오염물질'에 대한 설명은 반대대책위의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끼워 넣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연구조사, 농산물 피해 내용은 한 쪽도 없어

어민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인 '수산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발전소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로 인해 양식장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뒷부분에는 "계절에 따라 해조류 생산에 긍정적 역할도 가능하다"며 "김과 미역 등은 수온 변화에 민감해 온배수 배출 해역에서는 '피해'가 아닌 '피해 가능'"이라고 밝혔다. 수산 피해를 축소시켜 어물쩍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는 곧바로 포스코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피해 가능'한 것은 공인기관의 피해 조사를 거쳐 보상을 실시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투로 '당근'을 내민다. 피해 보상도 단순 수치만 간략히 적어 놨다. "1980년 이후 온배수 관련 수산업 피해 보상액 약 '3230억 원'(원자력발전소 1771억 원·화력발전소 1459억 원)에 달한다"라고 말이다.

연구조사는 어떤 발전소에서 어떤 어장 피해로 얼만큼의 보상이 이뤄지는지 밝히지 않았다. 보상액을 세분화하면 그만큼 액수가 줄어들고 보상액이 적어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수산 환경은 바다가 재산인 고흥 사람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어떤 어패류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인지 그 사례를 단 한 건도 나열하지 않고 한 쪽 분량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 반면, '지역에 이익을 준다'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관한 언급은 여섯 쪽 정도에 이른다.

이 연구조사가 좀 미미했다고 생각했는지 '온배수에 의한 피해의 정도' '폐기물에 의한 영향'을 2쪽 가량 삽입했다(나머지 한 쪽은 영문으로 된 전문 용어와 수치가 나열돼 있어 폐기물 수치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이런 자료를 농어민들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부분도 '폐기물의 변화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적음'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설명돼 있다. 수은이나 카드륨 같은 중금속은 해양으로 누출되지만, 폐기물 변화는 무시할 수 있으니 걱정 말라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나마 수산 환경에 대한 조사는 단 한 쪽 분량으로라도 언급돼 있지만, 수산물과 함께 고흥의 가장 큰 소득원인 농업에 관한 언급은 단 한 쪽도 언급되지 않았다. 발전소 때문에 예상되는 농산물 피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이것을 두고 어떻게 객관적인 조사 자료라고 할 수 있을까. 반대 측의 주장대로 "포스코의 하수인이 돼 발전소를 추진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개발업자들과 쓸개 빠진 정치인들을 위한 자료"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고압송전선 피해 살면 된다고?

포스코에서 작성한 (화력발전소 건설시 예상되는) 고압 송전선로. 34만5천 볼트의 고압선이 고흥군을 관통해 지나갈 예정이다.
 포스코에서 작성한 (화력발전소 건설시 예상되는) 고압 송전선로. 34만5천 볼트의 고압선이 고흥군을 관통해 지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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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조사는 밀양 송전탑 문제를 의식했는지 '전자기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언급했다. 연구조사에는 낮은 전압의 가정용과 고압송전선의 거리에 따른 전자기장 세기에 대한 비교 분석이 담겨 있었다.

첫 번째 연구조사에는 정작 상세하게 다뤄야 할 고압송전선은 단 한 쪽 분량으로 언급돼 있었다. 또 '주민건강에 대한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에어컨서부터 면도기에 이르기까지 일상용품에 관한 전자기장의 세기를 무려 네 쪽에 걸쳐 설명했다. 하지만, 누구나 인터넷에서 검색만 하면 볼 수 있는 수준의 자료가 담겨 있었다.

두 번째 연구조사는 고흥 석탄 화력발전소 반대대책위의 압력에 영향을 받았는지 가정용 일상용품의 전자기장에 대한 내용이 반 쪽으로 압축돼 있었다. 거기에 첫 번째 연구조사에서는 보지 못했던 '전자기장의 건강에 대한 영향' 부문을 삽입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자기장은 심하면 치매·뇌암(성인과 어린이)·유방암(남녀)·우울증(자살유발)·심장병 백혈병(성인과 어린이)·유산 등의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알레르기·천식·고혈압·전기민감성·두통·호르몬 변화·면역체계손상·신경손상·수면 장애·정자에 이상을 줄 수 있다."

이에 덧붙여 "'그린 화력발전소'의 경우 34만5000V의 전압으로 송전을 계획하고 있으므로 송전선에서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90m 이상 이격해야 한다"며 "송전선을 인가나 축사에서 멀리 떨어진 산지에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해놨다. 즉, 송전선에서 90미터 떨어져 생활하면 피해가 없다는 것이다(연구조사에는 찬성과 반대 입장이 모두 수용됐다고 하지만, 용어 사용만 봐도 편파적이다. 반대 측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연구조사는 포스코가 쓰는 표현인 '그린 화력발전소'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 수없이 많은 송전탑이 지어질 것인데, 과연 그 송전탑을 연결하는 송전선이 축사나 인가를 피해 갈 수 있을까. 피할 수 있다고 쳐도 송전선 근처에 농토가 있는 사람들과 수많은 생명들은 어찌할 것인가. '송전선이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밝히고 있으면서도 90m만 떨어지면 된다는 발상 자체가 끔찍하다. 송전선에서 90m 안쪽으로 접근하지만 않으면 되니 화력발전소를 건설해도 상관없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두 번째 내놓은 연구조사는 첫 번째 연구조사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유연탄 운반선의 운항 중에 운송사고'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석탄운반선이 매년 수백 회 운항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보도된 석탄 운반선의 좌초나 전복 사건은 십수 년(1999년~2012년)에 걸쳐 네 건에 불과하므로 석탄발전소의 운영과 관련해 석탄 운반선의 사고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지나친 염려"라고 단정 짓고 있다. 연구조사에는 그 사고로 인한 해양오염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담겨 있지 않았다.

발전소 건설과 재산상 피해, 막심할 수밖에 없다

연구조사는 "발전소 건설로 인한 피해 중 지가하락 등 재산가치의 하락은 중요한 갈등요소"라고 진단했다. 연구조사에는 2002년 '원자력발전소가 근린지역 지가 변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영광 원자력 발전소를 중심으로)'라는 석사 학위 논문과 2009년 '열병합발전소 건설이 주변지가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석사 학위 논문이 그 근거로 제시돼 있었다. 연구조사는 "발전소로 인한 지가변동에 대한 영향력은 미미하다"며 "발전소 건설이 곧바로 지가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화력발전소가 들어섰을 때 땅값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는 석탄 화력발전소에 관한 논문이 없는 것일까. 화력발전소 건설에 매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논문을 인용했다는,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짜맞추기 연구조사라는 인상을 떨쳐낼 수 없었다.

지난 2005년 서해안의 원자력 발전소 밀집 지역이자 방폐장 부지로 수차례 거론됐던 영광의 김봉열 군수가 군민들에게 편지를 쓴 바 있다. 이 편지를 보면 영광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선 뒤 어떤 악영향이 생겼는지,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현재 영광원전에는 23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나 우리 지역 경제에 얼마나 보탬이 되고 있는지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십니다. 원전이 있어도 지역 경제가 어렵다고 방폐장을 또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주소지를 타 지역에 두거나 가족은 대도시 생활을 하면서 독신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로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경제유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 실정을 감안할 때 본사 직원 800~900명이 미치는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997년 여름 영광 원전 5, 6호기 건설 허가를 요구하며 홍농읍의 일부 주민들이 군청 앞에서 집단시위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년 9월 18일 5, 6호기 건축을 허가했고 6여 년의 건설기간을 거쳐 지금은 가동 중에 있으나 지금 홍농읍 성산리, 계마리 주민들이 한수원을 상대로 원전에 대한 공포와 생계 차원의 이주대책을 생존권 차원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이미지 실추, 각종 브랜드 가치 하락, 농·수산물 구매력 악화, 지가 하락, 혐오 시설물의 기피 현상에 따른 인구 감소 등 직·간접적 피해를 농민단체를 비롯한 관련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영광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고흥군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선다면 그것은 바로 고흥의 미래이기도 하다. 석탄발전소가 들어서면 그 주변 지역에 누가 땅을 사려고 할까. 주택을 비롯한 지가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송전탑 하나만 지나가도 땅값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요 아예 거래조차 되지 않는다. 송전탑 주변에서는 땅조차 팔지도 못하고 있는 농민들의 눈물 어린 투쟁이 고흥의 래를 보여주고 있다.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석탄 화력발전소?

연구조사의 팀장을 맡은 이철교수에게(우측) 반대 대책위 사람이 포스코 자료 공개를 요청하고 있다. 공개할수 없다고 버티던 이철교수는 노트북을 통해 고흥화력발전소를 추진하고 있는 포스코의 4차 보고서를 보여줬다. 하지만 바쁜 일정을 핑계로 공개시간은 단 1분 정도에 불과했다.
 연구조사의 팀장을 맡은 이철교수에게(우측) 반대 대책위 사람이 포스코 자료 공개를 요청하고 있다. 공개할수 없다고 버티던 이철교수는 노트북을 통해 고흥화력발전소를 추진하고 있는 포스코의 4차 보고서를 보여줬다. 하지만 바쁜 일정을 핑계로 공개시간은 단 1분 정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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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조사는 앞부분에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나열할 때 '피해 가능' '오염물질을 줄이고 있음' '피해서 가면 됨' '지나친 염려' '단정 지을 수 없음' 등의 문구로 환경문제를 희석시켰다. 하지만 연구조사는 전체 22쪽 분량 중 5쪽을 할애해 '긍정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화력발전소가 지역경제에 부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전혀 조사되지 않았다.

연구조사는 여러 가지 수치를 동원해 경제적인 효과를 설명한 뒤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21세기 관광산업의 비중이 커져가고 있는 요즘, 발전소 견학이나 발전소 지원사업에 의해 건설된 홍보관 등을 이용한 관광 상품화 전략은 지역관광 활성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음. 끝으로 지원 사업으로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복지 및 문화 기회의 증대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됨."

[반론] 전남대 산학협력단 이철 책임연구원
지난 12일, '연구조사'의 문제점에 대한 반론을 듣기 위해 전남대 산학협력단 이철(전남대 여수캠퍼스 경상학부 교수) 책임연구원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 화력발전소로 인한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지역 경제에 이익이 뒤따른다는 부분이 크게 강조됐다.
"법에 정해진 금액을 나열했을 뿐이다. 크게 강조한 것은 아니다."

-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아주 미비하게 언급된 것에 비해 그렇다는 지적이다.
"어디에 그런 '미비하다'는 말이 있나."

-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다. 예를 들면, 유연탄 운반선 사고(4건)에 대해 '지나친 염려'라고 언급한 부분이 그렇다.
"그것은 십수 년에 걸쳐 몇 건의 사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연구조사에서 수산업 피해 보상분을 언급한 부분에서는 '어떤 발전소에서 어떤 어장 피해로 얼만큼의 보상을 받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다.
"한 달 동안의 간단한 연구조사 작업이었기 때문에 그걸 다 조사하기는 쉽지 않았다."

- 경제적인 이익에 대해서는 수많은 자료들이 제시돼 있지 않은가.
"법에 정해진 것을 얘기했을 뿐이다."

- 수산물과 함께 고흥의 가장 큰 소득원인 농업에 대한 피해 사항은 단 한 쪽도 언급돼 있지 않다.어떻게 된 것인가.
"미처 언급하지 못했다.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수은 카드뮴 등은 농작물에 해롭다."

- 자연 환경 파괴에 따른 경제적인 피해 역시 조사되지 않았는데.
"짧은 기간 동안 그 비용(용역비 5000만 원)으로 어떻게 다 조사할 수 있겠나. 환경 피해에 대한 부분은 파워포인트 자료에 모두 나와 있다. 확대해석하지 않길 바란다."

- 확대해석한 것이 아니라 연구조사 분석을 기반으로 질문하는 것이다. 경제적 피해에 대한 소견을 내놓을 수 있지 않았는가.
"소견을 말할 수는 있지만, 확대해석하지 말길 바란다."
연구조사는 21세기 관광 산업을 발전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관광 산업의 추세는 '깨끗한 자연환경'이다. 고흥군의 가장 큰 경쟁력은 '지붕 없는 미술관' '청정 고흥'이다. 고흥군은 고흥의 가장 큰 재산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그 어떤 경제적인 가치로도 환산할 수 없는, 후대에 물려줄 엄청난 가치를 지닌 게 바로 자연환경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연구조사에는 '청정 고흥'이 화력발전소 때문에 망가지게 될 경우, 농어민들이 어떤 피해를 입게 될지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언급도 없었다. 환경조사라는 이름을 걸어놓고 석탄 화력발전소로 인한 자연환경의 파괴에 따른 경제적인 피해가 전혀 조사되지 않았던 것이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고흥군에는 복지·문화 시설이 없는가. 시골의 농어민들이 그렇듯 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행사가 아니면 복지·문화 시설을 누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공간이 없어서 이용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도로가 없어서 화력발전소 건설을 대가로 산과 들을 뭉개 도로를 더 내겠다는 발상인 걸까. 고흥의 해변 도로는 막힘이 없다. 늦은 밤 자동차로 도로를 달리면 어쩌다가 차 한 대를 마주칠 정도다.

왜 이런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을까. 1개월이라는 조사 기간이 짧아서일까, 아니면 능력이 부족해서일까. "고흥군민들을 위한 연구조사 자료가 아니라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려고 하는 포스코, 거기에 빌붙어 먹고자 하는 위정자들 개발업자들을 위한 연구조사"라는 반대대책위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반대대책위는 고흥군이 화력발전소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코를 위한 연구조사에 불과한 엉터리 자료를 만들어 고흥군은 고흥 화력발전소 유치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런 엉터리 연구조사서를 토대로 뻔한 여론조사와 토론회를 거쳐 늦어도 10월 24일까지 군 의회의 표결로 화력발전소 유치 여부를 결정하려고 한다. 고흥군수가 (발전소 건립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10월 25일까지 지식경제부에 유치 의향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고흥군수의 강력한 지시 받았다"

고흥군청 앞에 세워진 고흥군 버스 '지붕없는 미술관'과 '화력발전소 근조'를 비롯한 화력발전소 반대 대책위의 깃발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고흥군청 앞에 세워진 고흥군 버스 '지붕없는 미술관'과 '화력발전소 근조'를 비롯한 화력발전소 반대 대책위의 깃발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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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도양읍에 이어 설명회를 열기로 한 고흥 동강면에서는 반대 측의 저지로 설명회가 무산됐다. 인터넷 신문 <고흥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마지막 설명회가 예정된 동강 면장의 입에서 "설명회를 성공시키라는 군수의 강력한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군 공무원들이 화력발전소 추진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반대대책위 인사들도 알고 있었지만, 물증이 없었다. 하지만 동강 면장의 발언은 반대대책위에 확신을 심어줬다. <고흥뉴스>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설명회 장소인 동강초등학교 강당에서는 오후 4시 전부터 김경배 동강면장이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김 면장은 공무원들에게 자신의 지시를 따르라고 하며 단상을 점거한 반대 측 인사들을 내려오라고 했다. 몇몇 주민들이 나서서 '이 설명회가 동강면에서 주최한 것이냐. 왜 면장이 진행을 하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김 면장은 마이크를 잡은 채 '고흥군수의 강력한 지시를 받았다, 나는 이 행사를 원만하게 진행되게 할 의무가 있다'고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고흥군민들이 후손에게 원망을 들어가며 살 것인지, 아니면 '청정 고흥'을 살렸다는 칭송을 받을 것인지 선택은 군의회의 손에 달려 있다. 고흥군은 포스코로부터 용역비를 받아 작성된 연구조사서를 들고 설명회를 강행하고 있다. 포스코가 아닌 군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군의회만큼은 잘못된 선택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군민들이 생계를 접고 거리로 나와 생존권 투쟁을 벌이게 되는 비극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태그:#고흥화력발전소, #환경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연구조사, #포스코 용역비, #포스코를 위한 연구조사, #고흥군수의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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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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