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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햇살은 따사롭고 새들은 노래하고 아이들은 따분한 5월의 어느 오후였습니다. 심심한 우리들은 학교에 다녀오며 약속했던 대로 각자 집에서 쓰는 양은주전자 하나씩을 들고 논둑길로 내달렸습니다. 가다가 길고 튼튼한 막대기 하나씩을 주워 들고 보무도 당당하게 줄을 서서 달렸습니다.

나는 솔직히 내키지 않았지만 남자 아이들이 맛이 죽여주는 음식을 먹게 해 준다고 살살 꼬드기는 것에 그만 넘어가 합류를 하게 되었지요. 어느 정도 풀이 수북한 곳에 이르니 병철이가 입에 손을 갖다대며 "야, 여기서부터는 조용히 해라. 안 그러면 개구리들이 폴짝 폴짝 튀어서 다 도망가 부러야"라고 말합니다.

대여섯 명 되는 우린 숨을 죽이고 병철이 뒤를 따랐습니다. 병철이는 갑자기 나무막대기를 위로 치켜올리는가 싶더니 아래로 힘껏 내리쳤고 바닥에는 개구리가 네 다리를 벌리며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악! 징그러워라, 야 머스마야. 잔인하게 개구리를 그렇게 죽이냐?"하고 여자아이들은 비명을 질렀고, 병철이는 야릇한 미소를 날리며 "야, 가스나들아. 이따가 맛있다고 더 달라고나 하지 마라이?" 그러더니 죽은 개구리를 주전자 속에 넣은 뒤 뚜껑을 닫았습니다.

여자아이들은 처음엔 개구리 잡는 걸 구경만 하고 남자아이들만 잡았는데, 남자아이들이 잡는 걸 보니 은근히 재미있어 보이기도 하고 우리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따라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반은 놓치고 반은 잡아서 주전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개구리가 잡히자 남자아이들이 나무 막대기를 주워오라고 했습니다. 밑불은 논둑에서 주워온 마른 풀로 불을 붙였고 그 위에 막대기들을 올리니 막대기에 불이 붙었습니다.

남자아이들이 개구리를 그 위에 올리더니 개구리를 구웠습니다. 여자아이들은 징그럽다며 한 발짝 물러섰고 남자아이들은 벌써부터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아이들은 5월의 햇살이 뜨거운데도 더 뜨거운 불 앞에 쪼그리고 앉아 개구리를 구웠습니다.

조금 있으니 개구리 뒷다리라며 남자아이들이 맛있게 먹었고 궁금한 우리들은 살짝 엿보다가 징그럽다며 다시 한 발짝 물러나고를 몇 번 반복했는데 어느 정도 자기네들이 먹고 나서 우리들에게 먹기를 권했습니다.

우린 그 징그러운 걸 어떻게 먹느냐며 손사래를 쳤는데 남순이가 용기를 내어 한 입 먹어보겠다고 나섰고 명숙이도 한 입 먹어보더니 고기 같이 쫄깃하고 맛있다며 내게도 먹어보라고 권합니다. 눈 질끈 감고 한 입을 먹어봤더니 어라? 가난한 시골에서 고기 구경도 못해 본 내겐 정말 기막힌 맛이었습니다.

남자아이들은 그런 우리들이 재미있다고 깔깔대며 웃었고 너른 들판으로 그 웃음들은 흩어졌습니다. 엄마를 잃었는지 개구리들이 주변에서 깨룩 깨룩 울어대는 5월의 초록 들판에서 우리들은 그렇게 징그럽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 "난 못 먹어… 못 먹어…"하던 여자아이들이 나중엔 "먹어… 먹어… 더 먹을래"했고 그 후로 오히려 귀찮다는 남자아이들을 꼬드겨서 맛있는 개구리 뒷다리를 얻어먹곤 했습니다.

5월이다. 개구리 울어대는 내 고향 진도 들판을 가보지 못한 지도 오래입니다. 귓전에선 깨룩 깨룩 개구리가 울어대는 듯하고 내 소중했던 추억도 그렇게 울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특별한 5월> 응모글


태그:#개구리 뒷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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