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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어 뺨치는 가오리찜 드셔 보셨나요?
ⓒ 이종찬
세상에, 성기가 있는 물고기가 있다. 그것도 두 개씩이나.

사람들은 알 대신 새끼를 낳는 상어나 고래를 비롯한 몇몇 물고기를 빼고는 대부분의 물고기가 체외수정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암컷이 일정한 장소에 알을 낳으면 수컷이 그 알 위에 정액을 뿌려 새끼 물고기가 탄생한다는 것. 그래, 그쯤은 철부지 어린애들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근데, 상어나 고래도 아닌 것이, 생긴 것도 몸이 납작하고 가오리연처럼 마름모꼴로 우스꽝스러운 것이, 두 눈은 등 쪽에 티눈처럼 동그랗게 툭 튀어나와 있고 주둥이는 배 쪽에 붙은 것이, 암수 모두 커다란 성기를 두 개씩이나 가지고 있다? 이 희한하게 생긴 물고기가 바로 가오리와 홍어다.

그렇다면 쌍둥이처럼 닮은 가오리와 홍어를 어떻게 구분할까. DNA 검사를 할 것도 없이 가오리는 주둥이 부분이 둥글거나(목탁 가오리, 전기가오리), 약간 모가 나(노랑 가오리, 흰가오리, 상어가오리)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홍어는 주둥가 뾰족하며, 굵은 꼬리 윗부분에 2개의 지느러미와 가시가 2~4줄 늘어서 있다.

암수 구분을 하는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가오리와 홍어의 배지느러미 뒤에 2개의 긴 막대기(교미기) 같은 게 보이면 수컷이고, 그 자리에 구멍이 두 개 있으면 그게 바로 암컷이다. 그런 까닭에 가오리와 홍어는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암컷의 몸 안에서 알이 수정되므로 새끼를 낳는 것이다.

소변을 맑게 해주는 보약음식 '가오리'

▲ 가오리찜은 금방 담근 열무김치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 이종찬
▲ 가오리찜의 칼칼한 깊은 맛을 결정하는 고추
ⓒ 이종찬
가오리와 홍어는 회로 먹거나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찜을 만들어 먹으면 생긴 것과는 달리 맛이 참 좋다. 하지만 꼬리에는 독성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자칫 별 생각 없이 꼬리를 먹게 되면 가려움증이 생기거나 가슴이 답답해진다. 가오리나 홍어를 식당에서 조리를 할 때 꼬리부분을 곧바로 떼어내 버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 가오리나 홍어나 삭히지 않은 상태에서 조리를 하면 그 맛이 엇비슷한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홍어는 흔히 날 것으로 먹기 보다는 삭혀서 먹는 것이 대부분이다. 코끝을 강하게 톡 쏘는 독특한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가오리도 삭히면 톡 쏘는 맛은 나지만 홍어에 비하면 아주 약한 편이다.

그런 까닭에 가오리는 주로 날것을 회로 떠서 먹거나 찜을 만들어 먹는다. 특히 반쯤 꼬득꼬득하게 마른 가오리는 잘게 뜯어내 양념에 무쳐 먹어도 좋고, 내장을 빼낸 뒤 토막을 쳐서 백숙으로 조리해도 그 맛이 기막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반쯤 꼬득하게 마른 가오리는 양파와 매운 고추, 버섯, 마늘 등을 넣고 찜을 만들어 먹어야 제 맛이 난다.

조선시대 명의 허준(許浚, 1546~1615)이 쓴 <동의보감>에 따르면 가오리는 사람의 건강을 이롭게 도와준다는 뜻의 '익인'(益人)이라 불렀다. 특히 가오리는 소변색이 노랗거나, 쌀뜨물처럼 뿌옇거나, 양이 적고 시원치 않거나, 약간 냄새가 난다거나,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에 아주 좋다고 되어 있다.

▲ 가오리찜은 관절염과 피부미용에 그만이다
ⓒ 이종찬
▲ 가오리찜은 소주보다는 뚝배기 막걸리가 제 격이다
ⓒ 이종찬
매일, 가오리 한 끼 먹으면 관절염·피부미용에 '특효'

"관절염이나 류머티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가오리를 하루에 한 끼씩 조리해서 먹으면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요. 그리고 가오리를 삶아 말린 뒤 가루로 만들어 매일 아침식사 뒤에 먹으면 피부도 고와지고 주름살까지 펴진답니다. 특히 화장이 잘 받지 않거나 얼굴에 검버섯이나 기미, 주근깨가 있는 여성들은 가오리를 자주 먹어야 합니다."

경남 마산 부림시장 건너편 골목길에 가면 간판조차 잘 보이지 않는 허름한 목로주점이 하나 있다. 언뜻 보기에는 이 집이 부림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과 부림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목이 마를 때 잠시 들러 막걸리 한 잔을 먹으며 힘든 세상사를 늘어놓는 그런 비좁은 주막쯤으로 보인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열댓 명 남짓 앉을 만큼 제법 널찍하다. 그리고 주방 들머리에 관음죽을 비롯한 미나리, 수선화, 백합 등 여러 가지 식물들이 저마다 고운 모습을 뽐내고 있어 세상사 시름을 한꺼번에 잊게 해준다. 게다가 막걸리 반되를 시켜도 밑반찬을 푸짐하게 차려주는 주인아주머니의 인심 또한 넉넉하기 그지없다.

이 집이 바로 30여 년 앞부터 마산에서 입소문이 난 가오리찜 전문점이다. 이 집 가오리찜(1만원~1만5천원)의 특징은 꼬득하게 반쯤 마른 쫄깃쫄깃한 가오리를 재료로 쓴다는 데 있다. 그리고 매콤하면서도 깔끔한 감칠맛이 맴도는 가오리찜을 먹을 때 소주보다는 커다란 뚝배기에 담긴 막걸리를 사발에 떠서 마시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가오리찜 먹고, 호호거리며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 가오리는 소변을 맑게 해주는 특효약이다
ⓒ 이종찬
60대쯤으로 보이는 주인아주머니가 가오리찜을 만드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게 보인다. 먼저, 소금물에 살짝 씻어 반쯤 꼬득하게 말린 가오리를 통째 찜통에 넣은 뒤 멸치 맛국물을 적당히 붓고, 그 위에 송송 썬 매운 고추와 붉은 고추, 양파와 대파, 빻은 마늘, 버섯 등을 올려 한소끔 포옥 찐다.

이어 고춧가루와 실파, 간장, 통깨 등으로 만든 양념장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오리 위에 끼얹는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더 쪄내 접시에 보기 좋게 담기만 하면 그만이다. 이 집 가오리찜의 특징은 매콤한 맛이 맴도는 가오리살이 쫄깃하면서도 씹으면 씹을수록 은은하게 톡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가오리찜 한 점 버섯과 함께 집어먹고, 호호거리며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가오리찜 한 점 고추와 함께 찍어먹고, 호호거리며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가오리찜의 매콤한 국물과 양파를 함께 떠먹고, 막걸리 한 사발 마시다 보면 어느새 푸짐하게 담겨있던 가오리찜과 막걸리 뚝배기가 비워지고 없다.

특히, 가오리찜을 다 먹은 뒤 자작하게 남은 발그스름한 가오리찜 국물에 밥 한 공기 비벼먹는 그 맛! 칼칼하면서도 깔끔한 그 뒷맛은 천하일미가 따로 없다. '홍탁삼합'이라며, 막걸리와 돼지고기 수육, 묵은김치와 함께 먹는, 코끝을 톡 쏘는 잘 삭인 홍어맛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색다른 맛이다.

▲ 마음이 쓸쓸한 가을날 오후, 막걸리 한 잔에 가오리찜 어때요
ⓒ 이종찬
아침, 저녁으로 제법 옷깃을 여미게 하는 쌀쌀한 바람이 부는 9월의 끝자락. 환절기가 되어서 그런지 갑자기 피부가 꺼칠꺼칠해지면서 기미나 주근깨가 피어난다. 여기저기 뼈마디도 결리고 쑤신다. 이럴 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오리찜을 만들어 먹어보자. 금세 얼굴에 윤기가 맴돌면서, 뼈마디의 욱신거림이 스르르 사라지리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골아이', '시민의신문', '유포터', '씨앤비'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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