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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철 보양식으로 좋은 닭매운찜
ⓒ 이종찬
찌는 듯한 무더위도 피하고, 오랜만에 정겨운 분들을 만나 사는 이야기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설악산으로 간다. 언제 바라보아도 복잡하고 어지럽기만 한 서울을 벗어나 구리, 팔당을 지나 양평 쪽으로 들어서자 그제서야 답답했던 마음이 툭 트인다.

진초록빛으로 타오르는 산과 산. 그 산 그림자를 품고 잔주름 또르르 굴리는 드넓은 두물머리. 바람이 살짝 불 때마다 연초록빛으로 물결치는 들. 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며 노란 입술을 꼬옥 다문 달맞이꽃. 줄기마다 방울처럼 하얀 꽃망울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참깨. 여인의 긴 머리카락처럼 수염을 나풀대는 옥수수.

홍천으로 들어서자 길목 곳곳에 삶은 옥수수와 감자떡을 파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갑자기 배가 고프다. 강원도 찰옥수수와 감자떡을 조금 사서 먹을까 하다가 참기로 했다. 곧 일행들과 노루목산장에서 만나 매콤하면서도 달착지근한 감칠맛이 끝내준다는 닭매운찜을 먹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 노루목산장은 지리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 이종찬
▲ 산장 들머리에 있는 독특한 모양의 두꺼비 형상
ⓒ 이종찬
닭도리탕은 우리말과 일본말이 뒤섞인 이름

매운 양념장에 포옥 절여진 고기맛이 쫄깃하면서도 국물이 얼큰한 닭매운찜은 여름 보양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게다가 닭매운찜은 닭고기를 조리할 때 기름기만 잘 빼고 나면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아이들의 성장 발육에도 아주 좋고, 여성들의 피부미용과 다이어트에도 그만이다.

닭매운찜은 어미닭을 먹기 좋게 도막 내어, 매운 양념장과 감자, 당근, 양파, 생강즙 등을 골고루 버무려 국물이 자작하게 끓여낸 우리나라 전통의 닭고기 조리이다. 그중 국물이 많은 닭고기 조리는 닭매운탕 혹은 닭볶음탕이라 부른다. 흔히 이 조리를 '닭도리탕'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닭도리탕은 우리말과 일본 이 뒤섞인 이름이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일본어 도리(とり, 鳥)는 새나 조류 또는 닭(鷄)을 일컫는다"고 되어 있다. 닭도리탕이란 뜻에는 우리말인 '닭'과 닭을 뜻하는 일본말 '도리'(とり가 겹쳐져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닭도리탕'이라는 말을 버리고, 우리말인 닭매운찜 혹은 닭매운탕, 닭볶음탕으로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 산장 안은 온통 통나무다.
ⓒ 이종찬
▲ 강원도에서 빚는 독특한 맛의 감자전과 밑반찬
ⓒ 이종찬
설악산 아래 내린천... 물놀이도 즐기고

지난 달 18일 오후 4시. 백담사에 기거하는 효림 스님과 만해마을 운영위원장이자 시인인 이상국 선생을 만나기 위해 시인 유종순 형과 함께 찾았던 강원도 인제군 '노루목산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루목산장' 하면 흔히 지리산에 있는 그 노루목산장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설악산의 깊은 골골에서 흘러내리는 옥구슬처럼 맑은 물빛의 내린천 옆에도 통나무로 지어진 멋드러진 노루목산장이 하나 있다.

들머리에 커다란 두꺼비 한 마리가 동그란 눈을 뜨고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는 이 산장의 특징은 아름다운 설악산의 풍경과 옥수가 흐르는 내린천에서 물놀이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닭매운탕과 약초닭백숙, 숯불 바베큐 등 여러 가지 맛깔스런 음식과 전통차는 물론 입맛에 따라 내린천 농주와 생맥주까지 즐길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이 산장의 내린천 노루목 7천여 평의 평평한 땅 위에는 텐트 100여 동을 한꺼번에 칠 수 있는 '오토캠핑장'과 펜션, 통나무산장까지 갖추고 있다.

특히 이 오토캠핑장에서 야영을 하고 싶을 때에는 환경정화비 1만원만 내면 주차비까지 공짜다. 그밖에 설악산과 내린천이 한눈에 들어오는 야외전망대와 고가구 및 산촌민속품 전시실도 볼 만하다.

▲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닭매운찜
ⓒ 이종찬
▲ 닭매운찜의 국물에 밥을 비벼먹어도 맛이 참 좋다.
ⓒ 이종찬
매콤한 맛 속에 달착지근한 뒷맛이 끝내주는 닭매운탕

통나무로 지어진 노루목산장 안의 풍경도 고즈넉하다. 문종이로 예쁘게 감싼 전등. 군데군데 붙어있는 한 편의 시. 가지런하게 놓인 탁자. 통나무가 통째 동글동글 박힌 천장과 벽. 커다란 유리창에 쏘옥 들어오는 설악산과 내린천. 그리고 한 잔의 전통차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마주보며 눈웃음을 툭툭 던지는 연인 한 쌍.

그 고운 풍경 속에 잠긴 나그네는 이 산장을 찾는 손님들이 여름철에 가장 많이 찾는다는 닭매운찜과 내린천 농주를 한 주전자 시켰다. 감자전, 깍두기, 물김치, 산나물, 검은콩볶음 등과 함께 나온 내린천 농주의 맛은 시원하면서도 뒷끝이 찌르르하다. 농주와 함께 집어먹는 강원도 감자전의 맛도 독특하다. 혀끝에서 매끄럽게 움직이다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그 맛!

농주를 반 주전자쯤 비우고 있을 때 닭매운찜이 탁자 위 불판에 올려진다. 붉으스럼하게 뽀글뽀글 끓고 있는 닭매운찜에서 매콤하면서도 달착지근한 내음이 풍기기 시작한다. 농주 한 사발 꿀꺽꿀꺽 마시고, 닭 가슴살을 집어 입에 문다. 근데, 퍼석거릴 줄로만 알있던 닭 가슴살이 생각보다 쫄깃쫄깃한 게 참 부드럽다.

다시 농주 한 사발 마시고 닭매운찜 국물을 숟가락에 떠서 입에 넣자 갑자기 코끝이 찡해진다. 하지만 자작한 닭매운찜 국물은 먹으면 먹을수록 매콤한 맛 속에 달착지근한 뒷맛이 혀끝에 감돈다. 닭매운찜 국물은 농주보다는 소주가 더 잘 어울릴 것만 같다. 닭매운찜을 거의 다 먹은 뒤 닭매운찜 국물에 밥과 김, 참기름을 넣고 쓰윽쓱 비벼먹는 맛도 끝내준다.
▲ 강원도에서 기르는 콩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청국장
ⓒ 이종찬
▲ 청국장의 맛도 구수하면서도 깊다.
ⓒ 이종찬
끓는 물에 살짝 삶아야 기름기 '쏙'

나그네가 이 산장 주인 최화규(47)씨에게 "닭을 어떻게 조리해야 기름기도 없고, 이렇게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느냐"라고 묻자 최씨가 "손질한 닭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끓는 물에 살짝 삶아내면 기름기가 절로 빠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닭고기의 부드럽고도 쫄깃한 맛은 "양념한 닭에 감자와 당근, 양파를 넣고 1시간쯤 재워두면 된다"고 귀띔한다.

닭매운탕의 맛은 강원도에서 나는 고추로 만든 양념맛이라는 최씨는 "닭을 조리할 때에도 냄비에 양념한 닭을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부은 뒤 처음에는 센불에서 팔팔 끓여야 한다"며, "냄비에서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면 그때부터는 중간불에서 국물이 자작하게 졸아들 때까지 끓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 집에서 만드는 닭매운찜의 특징은 기름기가 하나도 없고, 살이 매끄럽게 쫄깃거리면서도 몹시 부드럽고,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만 입이 당긴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청국장의 맛도 구수하면서도 깊다. 직접 농사 지은 콩으로 직접 만든다는 깔끔한 뒷맛의 청국장. 그날, 나그네는 그 청국장을 들고 전망대로 나와 밤을 새워 농주를 마시고 또 마셨다.

▲ 노루목산장에서 바라본 설악산
ⓒ 이종찬

덧붙이는 글 | ☞가는 길/서울-구리-팔당-양평-홍천-인제-합강정-합강교-노루목산장    
※서울에서 성남-광주(곤지암)-양평을 거쳐도 되며, 서울상봉터미널이나 동서울터미널에서 인제터미널로 가는 버스나 택시를 타도 된다(버스/인제터미날~현리 10분, 택시/인제터미널~노루목산장 5분) 
  
※이 기사는 '시골아이', '유포터', '씨앤비'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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