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현지시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경 구매 촉구 동영상을 자신의 트루스 소셜 계정에 올렸다.
트루스 소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경이 아니다. 표지에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the USA)이라는 글씨가 선명히 새겨져 있고 아래에는 미국 국기 문양이 그려져 있다. 국가, 인종, 이념을 떠나 보편적이고 통합의 가치를 추구하는 성경에 국가를 넣은 셈이다.
긴장 풀린 국가-종교 관계는 성경 표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성경에는 미국 정치의 근간이 되는 미국 헌법, 권리 장전, 독립 선언서, 국기에 대한 맹세도 들어있다. 또한 공화당이 비공식 당가인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의 원곡자 리 그린우드가 쓴 가사도 수록되어 있다.
트럼프는 성경 판매의 배경으로 "미국을 다시 기도하게"(Make America Pray Again)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대표적 정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에 맞춰 기독교 민족주의를 표방한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 민족주의와 트럼프
통념을 뒤엎는 국가-종교 관계 재설정을 미국 사회가 수용하는 건 아니다. 퓨리서치센터가 3월 15일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미국인의 83%가 기독교를 미국 공식 종교로 선언하는 데 반대하고 종교-국가 분리 원칙을 지지했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공식적으로 기독교 국가는 아니더라도 연방 정부가 기독교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49%('대단히'가 23%, '어느 정도'가 26%)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성경이 미국법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28%의 응답자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들 중 42%는 성경과 법이 충돌했을 때 성경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대부분 복음주의 기독교(Evangelical Christian)와 남미계 기독교다. 남미계가 이주자 문제로 트럼프와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고려했을 때 트럼프의 성경 판매는 이들에게 호소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남미계 기독교는 복음주의 기독교만큼 기독교 민족주의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 지난 2월 27일 발표한 공공종교연구소(PRRI)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3명이 기독교 민족주의를 지지 혹은 동조한다고 답했다. 전체로 보면 낮지만 복음주의 기독교의 66%와 남미계 기독교의 55%가 지지를 밝혔다.
기독교 민족주의의 절반가량('지지한다' 54%, '동조한다' 45%)이 "권력을 잡은 엘리트들을 쓸어버리고 의로운 지도자를 세울 폭풍이 오고 있다"는데 동의했다. 사회를 1%의 엘리트와 99%의 대중으로 파악하는 포퓰리즘과 국가 부흥, 그리고 이를 실천한 강력한 지도자를 지지하는 대목이다.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은 정치 폭력에 대한 용인도가 높다. 위 PRRI 조사에서 "미국 사회가 선로를 벗어난 상황에서 국가를 구하기 위해 진정한 애국주의자들은 폭력에 의존해야 할지도 모른다"에 기독교 민족주의 지지자의 38%와 동조자의 33%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 수치는 조사 속 여타 미국인에 비해 2배 높은 수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