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리시 수낵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가 밖에서 기후 단체 '마더스 라이즈 업' 소속 활동가들이 영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억스브리지 선거는 기후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의 정치적 응집력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는 8월 초 여론 조사에서 25% 지지율을 기록해 47%인 노동당에 무려 22% 포인트 뒤지고 있는 보수당에 요긴한 가능성이다.
리시 수낵 총리는 기후론자가 아니다. 하지만 영국이 글래스고 기후회의를 개최한 2021년 11월 당시 그는 보리스 존슨 내각의 재무장관이었다. 개최국으로서 기후 문제 해결에 앞장서라는 노동당 압력에 비기후론자였던 보리스 존슨 총리도 입장을 바꾸었고 리시 수낵 역시 마지못해 동조했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한 보리스 존슨 총리는 구체적 방안으로 2030년 석유차 판매 금지와 2035년 가스보일러 판매 금지를 발표했다. 전기차와 열펌프로의 교체에 필요한 예산을 당시 재무장관이던 리시 수낵이 맡았다. 향후 5년간 60만여 개의 열펌프 설치를 목표로 5000파운드(844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었다. 열펌프 설치 비용은 약 1만 4000파운드(2364만 원)다.
하지만 7월 24일 리시 수낵 총리는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부담되는 열펌프로의 교체를 연기 혹은 포기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어 영국 정부는 2030년 석유차 판매 금지와 2035년 가스보일러 판매 금지를 포함한 기후 정책을 "계속 검토하겠다"며 총리 발언을 인정했다.
리시 수낵 내각에서 주택 등 생활 수준 높이기 주무 부서인 주택개발지역사회부 마이클 고브 장관은 보다 공개적으로 정책 후퇴를 타진했다. 신규 주택은 열펌프를 설치하겠지만, 기존 주택을 빠른 속도로 교체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 위기를 겪고 있는 가구에 경제적 무리라는 이유였다.
7월 31일 리시 수낵 총리는 한 발 더 나가 에너지 안보와 자립을 위해 북해 석유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2050년 탄소 중립에 도달한다 해도 여전히 에너지의 4분의 1은 석유와 가스에서 나온다"며 이것을 외국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가진 자원으로 충당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가을까지 100개 이상의 개발 허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리시 수낵 총리는 운전자들의 권리와 자유를 내세워 교통량적은지역 정책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는 최소단위 지자체의 지역 정책으로 차량을 시속 20마일(32킬로미터)로 제한하고 일부 길은 버스 등 허가 받은 차량만 접근할 수 있다. 조용하고 안전한 동네 환경을 조성하고 차량 사용을 줄이는 대신 보행과 자전거 이용을 일상화하고 장거리 이동 시 대중교통을 장려한다. 2020년 이후 런던, 브리스틀, 버밍엄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하지만 7월 30일 리시 수낵 총리는 시속 20마일 구역 재검토를 시사하고 자신은 "일상의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자기 차를 사용하는 사람들 편에 있다"고 말했다. 기후와 환경에 대한 사회적 노력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방점을 두는 어조다.
경제적 부담, 개인의 자유와 권리, 국가의 에너지 자립 등의 논리로 기후 정책을 후퇴시키며 노동당과의 정책적 차이를 내세우는 리시 수낵 총리의 행보에 영국인들은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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