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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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그래서 괴물은 누구?"라는 질문에 어떤 답도 내놓지 않은 채 끝난다. 처음 영화를 다 보고서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아 뒤죽박죽의 감정에 어지러웠다. 영화가 미스터리 추리물도 아닌데, 다시 모든 장면을 복기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했는지 생각했고, 심지어 영화에서 제대로 비춰주지 않는 다른 인물들의 삶까지 더해서 상상해야만 했다.
여전히 의구심이 풀리지 않는 영화 속 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있지만, 꼬박 하루가 지나서야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하나의 사건을 이해하는 데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사실 그대로를 본다고 해도, 그 속의 수많은 생각과 감정과 입장을 다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선한 의지를 가지고 한 선택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기도 하고, 답답하고 악하게 보이기도 하는 어떤 말에는 미처 헤아리지 못한 사연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신이 아닌 이상 모든 순간을 다 볼 수 없고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그러한 순간에도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그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내 선택이 최선의 것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안 보이는 것, 보지 못한 것을 보려고 뼈를 깎듯 노력할 수밖에 없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에 서둘러 할 수도 없다. 게다가 아무리 애를 써도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삶은 어렵다.
힘들고 어렵다고 그 노력을 하지 않을 때 우리는 괴물이 된다. 하나의 말만 듣고, 하나의 면만 보고, 하나의 상황만 파악해서는 반드시 잘못된 판단과 선택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영화 속 사오리의 시선으로 봤을 때 호리가 폭력 교사로 지역 신문에 보도되고 학부모들에게 공개 사과를 하는 것은 너무나 약소한 처벌이지만, 호리의 입장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얼마나 억울한 처사인지 알게 되듯이 말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감독이 똑같은 사건을 여러 개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세상을 보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어떤 사건이 발생해 언론에 보도되면 마치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말한다. 수많은 언론이 다양한 시선을 비춰주느냐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어떤 단면 하나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매우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형국이 들불처럼 퍼져 나간다.
언론만 그러한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이야기들도 그렇다. 앞서 말한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능 점수만 높고 입시 성과만 좋으면 된다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본다면, 그것을 방해하고 막아서는 것들을 과감하게 제거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요즘 아이들이 다른 사람 배려할 줄 모르고 사회성이 없다는 말들이 정말 많은데, 과연 그것은 단순하게 세대론으로 웃어넘길 일인가? 친구를 경쟁자로 보는 자기 자신이 괴물처럼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무시할 수 없어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들에게 '대학 갈 때까지 몇 년만 참으라'고 이야기하는 어른들 혹은 사회 시스템이 진짜 괴물이다.
미국의 에세이스트 수전 손택은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수상 연설 '문학은 자유다'에서 "정신적 약탈자들의 말을 믿지 않게 만드는 것"이 작가가 할 일이라며, "세계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여러 가지 다른 주장과 파편과 경험으로 가득 찬 것으로 보게 하는 것"이 작가로서 소명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서 작가를 교육으로 바꿔본다. 교육은 우리가 정신적 약탈자의 말을 믿고 있지는 않은지, 하나의 목소리와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지 스스로 점검할 줄 아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이다. "그래서 괴물은 누구?"라는 질문에 내가 그 괴물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인간된 최소한의 도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이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괴롭히고 상처 주는 괴물에서, 다정하게 손을 내미는 인간이 될 수 있다. 부디, 그런 교육이 가능한 정책을 고민하는 2024년이 되길, 괴물이 되기 싫다고 말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정치가 가능하길 소원한다.
▲이윤영 / <인디고잉> 편집장
이윤영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이윤영은 부산에 위치한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에서 발행하는 인문교양지 <인디고잉>의 편집장입니다. 청소년기부터 인디고 서원에서 활동하며 인문·문화·교육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세계와 소통하는 세계를 꿈꾸는 시민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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