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요양 돌봄의 통합지원 체계도
장민선
이번 법은 기초지자체에 지역돌봄의 전반적인 과정에 책임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물론 지금도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주민을 지원하기 위한 '사례관리' 기능을 수행하지만 주로 저소득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중심이다. 즉,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의 저소득층을 위한 소득 보전이나 물품 제공 등의 빈곤문제 대응이 주요 사항이었다. 고령과 장애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워서 돌봄이 필요한 주민을 위한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 지자체가 일상생활을 스스로 돌보고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지역주민에 대한 돌봄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사업에 대한 선도사업을 실시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관련 예산이 80% 삭감돼 크게 축소되면서 좌초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인구고령화로 인해 돌봄의 필요성이 국회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앞으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서 세부적인 사항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화의 과정이 남아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사회복지에 대해 '약자 복지'가 우선이라는 식의 협소한 인식에, 복지예산 확대에 인색한 보수정부이기 때문에 과연 제대로 된 방안이 마련될지 지켜볼 일이다.
앞으로 지역돌봄 통합지원법이 돌봄의 기본법이자 핵심 법률로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다음 사항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와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의료 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의 명칭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길어서 개정할 필요가 있다. 복지 분야의 법률은 국민건강보험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사회보장기본법처럼 법의 대상이 분명하고 명칭이 간결하다. 그러나, 이번 법률의 명칭은 길고 어색하다. '지역돌봄'을 '통합지원한다'는 말은 주어와 서술이 상통하지 않는다.
이같은 명칭은 현 윤석열 정부에서 실시한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의 명칭을 의도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국이 돌봄법 명칭을 'Care Act 2014'로 정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향후에 '지역돌봄법'과 같이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것으로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 법이 '기본법'으로서 각종 돌봄과 관련된 다른 법률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고 밝혔지만 그 범위가 매우 모호하다. 기본법으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법과 사업보다 우선 적용할지, 범위를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통합지원 대상자 넓혀야
장차 사회보장기본법과 보건의료기본법과 같은 기존의 '기본법'과의 관계와 함께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 노숙인, 아동 등 대상별로 적용되는 각종 법률과의 관계와 범위도 명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기존 사업과 변화가 생길 경우에는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등의 작업도 수반되어야 한다. 가령, 노인을 위한 지역 돌봄서비스로 새롭게 작동되려면 기존의 노인장기요양보험법과 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 재가노인지원서비스 등의 관계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주요 내용 |
▲(대상) 기존 선도사업('19~'22)에서 불명확했던 지원 대상을 요양병원·시설 입원·입소 경계선상에 있는 노인, 장애인 등으로 구체화
*노인: 장기요양 재가급여자, 노인맞춤돌봄 중점돌봄군, 급성기(요양) 병원 퇴원환자 등
▲(제공방법) 의료·요양 욕구에 대한 통합적 조사를 통해 예방적 건강관리, 재택의료, 재가 요양·돌봄 등 적정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
▲(기반) 서비스 신청·조사, 대상자 정보관리 및 모니터링 등 전달체계를 시·군·구 중심으로 개편하여 서비스 간 실질적 연계 강화
자료: 보건복지부(2024) |
둘째, 지역돌봄 통합지원법은 대상자에 전 국민을 포괄하지 못한다. 지역돌봄은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 노숙인, 아동뿐만 아니라 청년, 중장년 등을 아우르는 돌봄서비스로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법률은 주로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삼는다.
이 법 제2조 2항에는 "통합지원 대상자란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이 있어 복합지원을 필요로 하는 노인, 장애인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제10조를 보면 주로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을 명시하고 있고,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최근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지원 대상을 "요양병원·시설 입원·입소 경계선상에 있는 노인, 장애인 등으로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노인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장애인의 지역 거주가 어렵기 때문에 시급한 측면이 일부 있다. 그러나 최근 급증하는 정신질환자나 노숙인, 아동 등은 명시적인 대상으로 제시하지 않아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최근에 지역돌봄의 새로운 대상자로 등장한 청년과 중장년 고립가구 등도 포함시켜야 하는데 대상자로 논의되지 않는 것 같다. 보건복지부 각 부서 간의 높은 장벽 때문이다.
현재 한국 사회를 살펴보자. 돌봄이 과연 노인과 장애인에게만 필요한가?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청년과 중장년의 구조적인 실업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장기간의 빈곤, 이혼과 같은 가족해체, 사회적 관계망 축소 등으로 인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외로움'은 '사회적 질병'이라며 사회적 연결이 부족한 사람들은 조기 사망의 위험이 훨씬 더 높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 사회는 아동, 청년, 중장년, 노인 등 전 연령대가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정신질환으로 고통을 겪거나 신체적 건강이 나빠진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1인가구의 증가와 가족 및 지역과의 교류 감소 등으로 인해 외롭거나 고립된 사람이 매우 많다.
국민통합위원회는 전국적으로 고립인구가 무려 28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사회적 고립자는 일반인보다 우울증세나 자살 충동이 약 4배에 달하는 등 정신건강 약화 문제로 연결돼 사회적 비용도 매우 큰 상황"이라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고립 은둔 청년 등 사회적 고립문제가 우리 사회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과 중장년 등은 지금까지 경제활동을 바탕으로 셀프케어를 비교적 잘하는 집단으로 상정했지만 실제는 정반대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사회적 돌봄 체계는 사실상 부재하다. 이번 법률에서 청년과 중장년의 고립자와 정신질환인 등을 적극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다.
셋째, 지역에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보건의료와 복지, 주거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기관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서비스들을 어떻게 확대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법률에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
돌봄 인력 양성 방안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