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자유회의 창립회의’에서 참가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권우성
박근혜 탄핵으로 이어졌던 시민들의 분노,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결사의 자유로 저항했던 촛불집회를 "반 대한민국 세력에 의해 조직화된 대중적 정치집회"이자 "체제전복 음모"라고 규정하는 한국자유회의. 2017년 1월 창립한 이 단체의 자칭 자유지성인들이 외치는 21세기 대한민국 최우선의 가치는 공산혁명 세력에 대항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것이다. 황당무계한 궤변으로 국민을 위협하고 우롱했던 이 단체의 인사들이 통일부 장관과 대통령 안보실 등 정부의 요직을 맡고 있다.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헌법에 명시된 국민적 합의를 거스르고, 그 임시정부가 탄핵한 이승만 그리고 4.19의거의 발단이 된 독재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것이 이 단체의 소임인가? 대만과 중국에 손문이 있고 베트남에 호치민이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에는 국가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 자신을 내던졌던 항일무장 독립전쟁의 영웅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있다. 이들을 지우는 것, 홍범도, 안중근, 김좌진의 동상을 꼭 철거 해야겠다는 것이 그들이 새로 쓰고 싶은 대한민국의 역사로 보인다.
어디 이뿐인가? 대한민국 대표 공영 방송사의 프로그램 진행자가 무도하게 교체되고 방송 프로그램이 하루아침에 중단되는 만행이 벌어진다. 방송사 재정을 압박하고 지배구조를 위태롭게 하는 교활한 작전까지 펼쳐가며, 공공의 영역이었던 방송과 언론을 돈과 자본이 지배하는 방송과 언론으로 재편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권력에 비판적인 언론인과 언론사에 대해서는 폭력적인 수사와 검찰권을 오남용한 압박도 횡행한다. 지난 11월 17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의 신상정보가 기재된 명단을 조직적으로 작성, 배포, 관리한 행위"를 인정하고 당시 대통령 이명박 등에 배상 책임을 결정했다. 15년 전 그 블랙리스트에 의한 국가폭력 의혹의 중심에 있었던 인사들이 다시 문화예술을 관장하는 장관과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을 지켜야 할 방송통신위원회의 장으로 임명되는 사태도 있었다. 언론인과 언론사 길들이기와 문화예술인 탄압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중대범죄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반란행위다.
민주주의와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지키는 데에는 보수와 진보의 구별이 없어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여기서 멀어질 때 그 중심을 잡아주는 균형추가 작동해야 건강한 사회다. 지금 이 나라에는 그런 균형추가 없는 것 같다. 일제강점기 이후 수난의 역사 속에서 지켜왔던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국익을 외면하는 편향된 역사의식과 현실인식,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과 양심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그리고 인권의 가치마저 저버리는 행위 등 정부와 보수정치의 탈선이 도를 넘고 있다.
이제 정중앙으로 돌아와야 할 때다. 쓸모없이 더럽혀진 아수라장을 정리하고 쓸모있는 논제로 보수와 진보가 치열하게 다투고 경쟁해야 앞으로 전진한다. 에너지 전환, 디지털 전환, 무역질서 재편의 불확실성, 초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극심한 격차와 차별의 노동시장 등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언제까지 반공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사회를 어지럽힐 것인가?
▲주병기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소셜 코리아 편집·운영위원)
주병기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셜 코리아>의 편집·운영위원과 서울대 경제연구소 분배정의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미 캔자스대와 고려대 경제학과에서 재직했으며 한국응용경제학회장, <Journal of Institutional and Theoretical Economics>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시경제학, 재정학, 정치경제 등이고 분배적 정의, 불평등과 소득분배, 공정한 경제기제 등의 주제로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 <분배적 정의와 한국사회의 통합>, <정의로운 전환>, <정책의 시간>, <혁신의 시작>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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