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6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대구투자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영진 시장 8년의 성과 이제야 빛 봐', 제목을 이렇게 가면 되지."
지난달 22일 '민선 8기 1주년, 대구 경제 현황' 기자설명회가 끝난 후 기사를 어떻게 쓰란 말이냐는 불평에 한 선배 기자가 우스개 소리를 했다. 대구시는 이날 홍준표 시장 취임 1년 만에 대구시가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뤘다는 점을 강조하는 설명자료를 냈다. 가장 앞단에 배치된 경제성장률이 그 근거로 제시됐다.
대구시는 산업연구원 당기 경제성장률 예측모형을 근거로 해서 "대구광역시의 경제성장률은 민선 8기 이후 3분기 연속 전국 성장률을 상회하고 있으며 그 폭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면서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분기 대비 3.8% 상승해 전국 경제성장률 0.9%를 크게 웃돌아, 둔화 추세인 전국 경기상황과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그 배경을 자동차 부품과 2차전지 중심의 제조업 생산에서 찾았다. 전국적인 산업생산지수가 전반적으로 감소세지만 대구는 친환경차 글로벌 수요 확대로 차량 및 2차전치 부품 관련 수출이 증가했고, 의료·정밀기기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신산업 분야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권영진 시장 때 시작한 사업, 홍 시장 성과에 넣은 대구시
설명회장에 앉아 자료를 보는데 고개가 갸웃해졌다. 전국 대비 경제 상황이 좋다지만,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은 둘째로 치더라도 성장 배경으로 꼽은 분야가 하나 같이 전임 권영진 시장 때 공을 들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전기차나 2차전지는 권 전 시장이 대표적으로 내세운 이른바 5+1 신산업 정책의 대표격인 분야다. 하지만 홍 시장이 취임 후 내세운 5대 신성장 분야(UAM, 반도체, 로봇, 헬스케어, ABB)와 매칭되는 걸 찾기 어렵다.
2021년 10월 대구시는 "2014년부터 '대구의 산업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지역의 미래는 없다'는 확고한 비전을 갖고, 대구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유망한 '물, 의료, 로봇, 미래자동차, 에너지' 5대 신산업에 스마트시티를 더해 '5+1 신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홍보하기까지 했다. 2014년은 권 전 시장이 첫 임기를 시작한 해다.
그래서 물었다.
"대구시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과 2차전지 중심의 제조업 생산이 경제 성장률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얘기하고 있잖아요. 이건 제가 알기론 지난 8년, 권영진 시장 때 주로 했던 사업들 중심인 걸로 보이는데 이것과 관련해 홍 시장이 한 사업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 내용이 있는지요?"
그런데 답이 뜨악했다.
"특별히 따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드릴 말씀이 없다니? 듣기에 따라선 권 전 시장 때의 정책 성과로 보인다는 질문의 전제를 인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시장 취임 후에도 전기차 분야 투자를 유치하고, 관련 사업 지원을 이어왔다' 정도의 평이한 답이라도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따로 할 말이 없다는 의미인가?"라는 재질문에도 "네"라고 되돌아 왔다. "그 뜻은 홍 시장은 한 것이 없다는 의미인가?" 다른 기자가 거들었다. 그제야 좀 더 긴 답이 되돌아 나왔다.
"대구 산업구조를 미래 50년을 이끌기 위한 신성장 산업으로 개편해 전기차, 기계류 등에서 글로벌 첨단산업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심기지의 한 축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본 브리핑에서 설명드렸습니다."
대구 미래 50년을 이끌기 위해 홍 시장 취임 후 추진한 신성장 산업은 앞서 언급한 5개 분야다. 그것과 이것이 차이를 보여 물었는데, 같은 말이 반복된 셈이다. 더 이상의 질의응답은 무의미해 보였다.
과거를 잊은 '미래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