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12 15:58최종 업데이트 23.07.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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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6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대구투자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권영진 시장 8년의 성과 이제야 빛 봐', 제목을 이렇게 가면 되지."

지난달 22일 '민선 8기 1주년, 대구 경제 현황' 기자설명회가 끝난 후 기사를 어떻게 쓰란 말이냐는 불평에 한 선배 기자가 우스개 소리를 했다. 대구시는 이날 홍준표 시장 취임 1년 만에 대구시가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뤘다는 점을 강조하는 설명자료를 냈다. 가장 앞단에 배치된 경제성장률이 그 근거로 제시됐다. 


대구시는 산업연구원 당기 경제성장률 예측모형을 근거로 해서 "대구광역시의 경제성장률은 민선 8기 이후 3분기 연속 전국 성장률을 상회하고 있으며 그 폭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면서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분기 대비 3.8% 상승해 전국 경제성장률 0.9%를 크게 웃돌아, 둔화 추세인 전국 경기상황과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그 배경을 자동차 부품과 2차전지 중심의 제조업 생산에서 찾았다. 전국적인 산업생산지수가 전반적으로 감소세지만 대구는 친환경차 글로벌 수요 확대로 차량 및 2차전치 부품 관련 수출이 증가했고, 의료·정밀기기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신산업 분야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권영진 시장 때 시작한 사업, 홍 시장 성과에 넣은 대구시
         
설명회장에 앉아 자료를 보는데 고개가 갸웃해졌다. 전국 대비 경제 상황이 좋다지만,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은 둘째로 치더라도 성장 배경으로 꼽은 분야가 하나 같이 전임 권영진 시장 때 공을 들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전기차나 2차전지는 권 전 시장이 대표적으로 내세운 이른바 5+1 신산업 정책의 대표격인 분야다. 하지만 홍 시장이 취임 후 내세운 5대 신성장 분야(UAM,  반도체, 로봇, 헬스케어, ABB)와 매칭되는 걸 찾기 어렵다.

2021년 10월 대구시는 "2014년부터 '대구의 산업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지역의 미래는 없다'는 확고한 비전을 갖고, 대구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유망한 '물, 의료, 로봇, 미래자동차, 에너지' 5대 신산업에 스마트시티를 더해 '5+1 신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홍보하기까지 했다. 2014년은 권 전 시장이 첫 임기를 시작한 해다.

그래서 물었다.

"대구시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과 2차전지 중심의 제조업 생산이 경제 성장률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얘기하고 있잖아요. 이건 제가 알기론 지난 8년, 권영진 시장 때 주로 했던 사업들 중심인 걸로 보이는데 이것과 관련해 홍 시장이 한 사업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 내용이 있는지요?" 

그런데 답이 뜨악했다.

"특별히 따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드릴 말씀이 없다니? 듣기에 따라선 권 전 시장 때의 정책 성과로 보인다는 질문의 전제를 인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시장 취임 후에도 전기차 분야 투자를 유치하고, 관련 사업 지원을 이어왔다' 정도의 평이한 답이라도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따로 할 말이 없다는 의미인가?"라는 재질문에도 "네"라고 되돌아 왔다. "그 뜻은 홍 시장은 한 것이 없다는 의미인가?" 다른 기자가 거들었다. 그제야 좀 더 긴 답이 되돌아 나왔다. 

"대구 산업구조를 미래 50년을 이끌기 위한 신성장 산업으로 개편해 전기차, 기계류 등에서 글로벌 첨단산업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심기지의 한 축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본 브리핑에서 설명드렸습니다."

대구 미래 50년을 이끌기 위해 홍 시장 취임 후 추진한 신성장 산업은 앞서 언급한 5개 분야다. 그것과 이것이 차이를 보여 물었는데, 같은 말이 반복된 셈이다. 더 이상의 질의응답은 무의미해 보였다.

과거를 잊은 '미래 50년'
 
2019년 3월 22일 권영진 당시 대구시장이 대구 달성 현대로보틱스에서 열린 '로봇산업육성 전략보고회'에서 '로봇산업 선도도시 대구'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물론 홍 시장 취임 후 자동차 분야에서도 여러 일을 했다는 걸 안다. 배터리 소재 기업인 엘앤에프와 대구국가산단에 3공장 증설하는 협약을 체결했고,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발레오도 대구에 추가 투자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엘앤에프 3공장 증설 공사는 아직 진행 중이고, 발레오의 투자도 2024년 양산이 목표다. 다른 투자 유치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이 진행 중이지, 완료된 것이 아니다. 이것들이 직접 최근의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쳤을리 없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론 경제 정책 만큼은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조 원의 자금을 일시에 시장에 푸는 게 아니라면, 어떤 정책이 시장에서 현실화되고 영향을 미치는 데까지는 꽤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특히나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고 성장 토대를 만들고 의미있는 성과를 내는 데까지 이어가는 건 더 그렇지 않을까. 

대구에 본사를 둔 기업 중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등극한 엘앤에프만 봐도 그렇다. 엘앤에프는 2000년 설립 후 현재까지 긴 세월 대구와 경북을 기반으로 기업 활동을 해왔다. 20년 넘게 기업 활동을 이어오면서 많은 것을 대구시와 주고 받았다. 리튬이온 2차전지용 양극활물질 사업이 특수를 맞으면서 2019년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업단지에 3공장을 준공하고 2020년엔 권 전 시장과 4공장 건립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에는 홍 시장과 3공장 증설을 약속했다. 

그 사이 대구시는 엘앤에프에 지방투자촉진보조금 103억 원을 지원했다. <뉴스민>이 지난해 대구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대구시는 2018년과 2021년 설비투자보조금 명목으로 지원을 했는데, 이는 2016년부터 2022년 사이 대구시가 지원한 지방투자촉진보조금 326억 원 중 31.8%에 해당한다. 민관의 공조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이런 배경 없이 엘앤에프가 홍 시장만을 보고 투자에 나섰을까? 물음표가 남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브리핑에서 나선 대구시 관계자의 답이나 홍 시장의 태도는 우려를 남긴다. 대구시가 만들어내고 있는 성과는 홍 시장의 오늘이 만든 성과가 아니다. 권영진, 김범일, 조해녕, 문희갑 등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임 시장과 함께 시정을 만들어간 공직자,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린 시민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다.

그래서 과거를 잊은 채 오늘만 말하는 그들이 만드는 50년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 그들의 오늘도 50년 미래에는 과거에 불과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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