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21 13:57최종 업데이트 23.06.2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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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사는 분들은 '재활용'이라고 하면 생활폐기물 분리수거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재활용은 그런 것만 있는게 아니다. 사진은 2023년 4월 20일 인천의 한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에서 생활쓰레기 매립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 연합뉴스

 
최근 농촌지역에서 폐기물 재활용 업체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필자가 활동하는 '공익법률센터 농본'으로 연락을 많이 하고 있다.

도시에 사는 분들은 '재활용'이라고 하면 생활폐기물 분리수거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재활용은 그런 것만 있는게 아니다. 폐기물재활용, 특히 산업폐기물재활용은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재활용으로 분류가 되고, 폐기물로 고형연료(SRF)를 만들어서 소각하는 경우에도 재활용으로 분류가 된다. 그리고 자동차 등에 사용된 폐배터리에서 납같은 중금속을 추출해 내는 사업도 재활용으로 분류가 된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들이 대량으로 배출된다. 그런데 분류는 '재활용'인 것이다. 그러니 재활용이 모두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이다.

한국은 대표적인 유해폐기물 수입 국가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처리되는 폐기물이 전부 대한민국에서 나온 것일까? 그렇지 않다.

환경과 사람에 해로울 수 있는 '유해폐기물'은 어느 나라든지 골칫거리이다. 그렇다고 해서 함부로 다른 나라에 떠넘겨서도 안 될 일이다. 그래서 국제적으로는 '유해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의 통제에 관한 바젤협약'이 만들어져 있다. 바젤협약은 유해폐기물의 불법 이동을 줄이고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국제협약이다.

한국도 바젤협약에 가입돼 있고, '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유해폐기물의 수출·입을 규제하고 있다. 규제대상 폐기물을 수입하거나 수출하려면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해야 한다. 아무래도 신고 대상 폐기물보다는 허가 대상 폐기물이 더 유해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부 장관의 허가 대상인 유해폐기물의 수출량과 수입량은 어떨까?

우선 한국이 수출하는 허가대상 유해폐기물의 양은 미미한 수준이다. 환경부가 발행하는 '환경통계연감'에 따르면, 2019년 330톤, 2020년 1294톤이었다.

그렇다면 수입하는 허가대상 유해폐기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2019년 80만4281톤, 2020년 74만3235톤에 달했다.

한국은 대표적인 유해폐기물 수입국가인 것이다.

신고대상 폐기물도 수출량은 29만869톤(2020년)인데 반해, 수입량은 178만2319톤에 달한다.
 

2021 환경통계연감 ⓒ 환경통계연감

     
유해폐기물 처리, 결국 지방의 몫 
  
그렇다면 어떤 유해폐기물이 많이 수입되는 것일까? 허가대상 수입폐기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폐납산배터리(자동차나 산업용 폐배터리)이다. 2019년 54만 톤, 2020년 40만 톤 이상을 수입한 것으로 나와 있다.

도대체 어느 나라로부터 수입하는 것일까?

2018년 1월 한국 폐기물 자원순환 학회지에 게재된 <폐 납산배터리의 수출입 현황 및 제도 비교분석 연구> 논문에 따르면, 이런 폐납산배터리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나라는 멕시코와 한국 정도라고 한다. 멕시코는 주로 미국에서 폐납산배터리를 수입한다고 한다.

한국은 일본(연간 8.9만 톤), UAE(3.9만 톤), 수단(3.9만 톤), 미국(3.3만 톤)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수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입한 폐납산배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폐납산배터리에서 납을 뽑아내려면 녹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을 하는 공장이 서울에 있을까? 아니다. 결국 지방과 농촌 곳곳에 이런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충남 예산군 고덕면에도 이런 업종의 공장이 있다.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공장에서 나오는 악취와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고통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농민들 입장에서는 더더욱 고역일 수밖에 없다. 특히 주말이나 휴일에 더 심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얘기다.

경북 영주시에서도 한 업체가 이런 업종의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우려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더구나 공장설립승인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공장 건물을 짓는 등 법 절차까지도 위반한 것이 드러나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환경부인가

2019년 3월 한국산업보건학회지에 실린 <재생 납 생산공장과 인근 지역의 납 농도 수준 비교 연구> 논문에 따르면, 경상권에 있는 이런 유형의 공장에서 1km 이내인 인근 지역과 7.5km 떨어진 지역(대조군 지역)의 평균 납 농도 수준을 비교했을 때, 인근 지역이 2배 이상 높게 나왔다고 한다. 또한 공기중 납 농도의 최대값이 기준치의 7배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렇게 인근 지역에서 납과 같은 중금속 농도가 높게 나오는 상황이라, 이런 공장들이 주변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갖는 의문은, 왜 외국의 유해 폐기물까지 수입해서 지역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환경을 오염시키느냐는 것이다. 멕시코 정도를 제외한 다른 국가는 폐납산배터리를 수입하지 않는다는데 왜 우리는 어마어마한 양을 수입하느냐는 것이다.

몇몇 업체들이야 이렇게 해서 이윤을 누리겠지만, 과연 이것이 정당한 일일까?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은 아랑곳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도대체 이 나라의 정부는, 특히 환경부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 곳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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