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03 13:32최종 업데이트 23.05.0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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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대구시 간부회의를 주재 중인 홍준표 시장 ⓒ 대구시

 
신공항 검증보도를 한 대구MBC를 상대로 취재 거부에 나선 대구시의 결정이 과연 합당한지 독자 여러분의 판단을 요청하고자 이 글을 쓴다. 홍준표 시장이 "왜곡·폄하 보도"라고 맹비난한 보도를 함께 취재한 기자가 바로 필자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스픽스대구> 기자로서 대구MBC 이태우 기자와 공동으로 대구경북(TK)신공항특별법 관련 취재를 진행했고, 이 내용은 대구MBC가 4월 30일 <시사톡톡> 프로그램에서 'TK 신공항, 새로운 하늘길인가? 꽉 막힌 길인가?'라는 제목으로 방송했다. 시가 연일 '새로운 하늘길'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는데, 특별법이 과연 지자체의 그런 구상을 실현해줄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방송 하루 뒤 대구시는 해명자료나 관련 설명 기자회견이 아닌, 예상 못한 대응책을 내놨다. 대구MBC에 대한 취재거부 입장문을 발표한 것이다. 

홍준표 시장은 1일 대구시 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최근 대구지역 모 방송사의 신공항 관련 보도는 심각한 왜곡과 폄하 보도다. 오랫동안 인내해 왔지만 더 이상 방치하면 500만 대구경북시도민의 염원과 노력을 짓밟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취재의 자유가 있다면 취재거부의 자유도 있다"면서 신공항특별법을 왜곡·폄하하는 모든 시도에 강력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관련기사 : 신공항 검증 대구MBC에 "사과 때까지 취재거부" 발끈한 대구시 https://omn.kr/23rz4)

시가 취재거부를 선언하며 겨냥한 왜곡·폄하 보도는 대체 어떤 내용이었을까?

활주로 길이·중추공항 표현 사라진 특별법

대구시는 국회에서 신공항특별법이 통과된 4월 13일 이후부터 현재까지 각종 광고 매체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신공항을 홍보하고 있다. '신공항특별법이 통과됐다. 새로운 하늘길이 열린다. 새 공항을 통하면 미주와 유럽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 세계를 향해 대구가 비상한다'라는 내용이다. 대구MBC는 <스픽스대구>와 함께 시가 홍보하는 이 내용들을 몇 가지 차원에서 검증했다. 

첫째, 공항 활주로 길이다.
 
지난해 6월 28일 민선 8기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인수위원회는 공약 내용으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중·장거리 운항 및 최대중량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건설, 물류·여객 중심의 중남부권 관문공항을 건설하겠다. 국가계획에 활주로 길이 3.8km 및 충분한 규모의 글로벌경제물류공항으로 건설할 수 있도록 반영하겠다."
 

국회 통과 전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8월 대표발의한 신공항법에는 활주로 길이가 "중·장거리 운항 및 최대중량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건설이 포함된 공항·비행장 규모"라고 명시됐다.

하지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한 이번 신공항특별법에는 해당 내용이 빠졌다. 방송은 이 지점을 가리키며 "공항을 새롭게 짓더라도 활주로가 짧으면 유럽과 미주 노선을 운항할 수 없다"라고 우려했다.
 

대구MBC 시사 프로그램 <시사톡톡> 화면 갈무리 ⓒ 대구MBC

 
둘째, '중추공항'이라는 표현이다.

지난해 10월 6일 홍준표 시장은 TK신공항이 중남부권 중추공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아래는 당시 홍 시장의 페이스북 글이다. 

"대구 미래 50년의 첫 번째 핵심사업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건설입니다. 과거 경제 발전 원동력이 고속도로였다면 21세기는 하늘길입니다. 국내 항공물류의 25% 이상을 책임지는 중남부권 중추공항으로 건설하기 위해 특별법을 발의했고 연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하늘길을 열기 위한 로드맵도 모두 마련했습니다. 2030년까지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3.8km 이상 활주로를 갖춘 통합신공항을 개항하고, 늘어나는 항공 수요를 반영해 2035년부터 3.2km 민항전용 활주로도 추가 건설할 계획입니다."


홍 시장이 강조한 중추공항이라는 표현도 신공항특별법에서 삭제됐다. 당초 법안에는 인천국제공항과 같은 규모를 뜻하는 중추공항 등이 포함돼 있었으나 국회 심사 과정에서 이 문구가 빠졌다.

셋째, 국비 지원의 모호성이다. 홍 시장 인수위원회는 "K2 군공항 및 민간공항 이전 건설을 군 자산 평가 방식으로 추진하되, 초과 사업비는 국비지원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신공항특별법 추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었는데, 이마저도 "예산의 범위에서 필요한 비용을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방송은 이를 언급하며 "예산의 범위 안이니, 결국 예산 없으면 못 준다는 것이다. 홍 시장 정책 스타일을 생각하면 이건 거의 불가능한 영역"이라며 "대구 신청사 예산이 없다고 절반을 팔아야 된다는 주장을 생각해보면 국가권력 주체에 따라 얼마든지 변수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시 전역에 광고하고 있는 것처럼 특별법이 통과돼 다 된 것처럼 시민들을 호도하지 말고 '여기까지 성과가 무엇이고 우리한테 남은 숙제가 정확하게 이런 것들이 있다. 그러니 시민과 함께 이런 것들을 해결하자'(라고 설명하는) 이런 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증보도에 취재거부로 대응, 과연 합당한가

대구시는 홍 시장의 지시 이후 공보관 명의로 낸 '대구MBC의 신공항 왜곡, 편파보도에 대하여'라는 입장문에서 해당 보도를 반박했다.

먼저 활주로 길이가 삭제된 부분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에서 추진 중인 사전타당성 조사에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중대형 공항으로 건설되도록 협의중이다"라고 반박했다. 

'예산의 범위에서'라는 문구의 모호성과 관련해선 "예산활동의 기초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한 주장이며, 기부대양여 차액 국비지원은 이미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국회도 동의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이외에도 취지를 몰이해하고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면서, 신공항 편파보도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런 반박이 과연 사실인지는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협의중이다"는 확정된 게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으며 "협의가 안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예산 활동의 몰이해"라는 주장도 아쉽다. 시민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면 엄포를 놓을 게 아니라 왜 인수위가 명시했던 구체적 플랜이 특별법에 명시되지 않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대구시는 "대구MBC의 공식 사과와 상응한 조치를 요구하고 관철될 때까지 대구MBC가 요청하는 일체의 취재를 거부할 것이며 취재 편의도 제공하지 않겠다"라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또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대구MBC의 전화 취재, 방문 취재, 인터뷰 요청 등 일체의 취재를 거부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조감도. ⓒ 대구시

    
필자와 함께 취재한 대구MBC 이태우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우리는 지난 방송에선 홍 시장의 선거법 위반 논란을, 이번 방송에선 TK신공항 검증 보도를 내보냈다"며 "이참에 대구MBC를 제대로 길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러나 지자체장이 언론 취재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는 건 공인 자세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실 홍 시장의 언론사 취재거부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그는 2022년 11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치 '무용담'을 전하는 양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경남지사 시절 편향·왜곡된 방송을 하던 경남 모 방송사를 1년 이상 도청기자실 부스를 빼 버리고 취재거부를 한 일이 있었고 2017년 당 대표 시절에는 성희롱 허위 보도를 하고도 정정 보도를 안한 모 종편채널에 대해 당사에 설치된 부스를 빼고 당사 출입 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취재거부를 한 일도 있었다."

그리고 지난 2일에도 페북에 글을 올려 "잘못한 게 있으면 비판 받는 건 당연하다. 악의를 가지고 트집이나 잡고 왜곡되고 편향된 보도를 계속하는 것은 정도 언론이 아니고 언론의 자유를 빙자한 언론 갑질이다. 가장 실효적인 대응은 취재 거부를 하는 것이다"라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홍 시장의 취재거부 지시가 과연 옳은지, 필자가 대구MBC와 취재한 신공항 검증보도가 정말 왜곡되고 편파적이었는지 공론장의 의견을 구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인 백경록 기자는 스픽스대구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SPEAKS_TV_TK)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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