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행자와 함께 생활하는 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죽음이라는 두려움을 지 애비가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두려움을 극복했으면 하는 거고, 둘째는 좋지 않은 식습관을 바꿔나가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지 애비 비위 맞춰가며 절집의 행자처럼 생활하다보면 자신들이 추구하고 있는 음악 세계도 깊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송성영
두 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또 하나의 이유
두 행자의 할아버지, 제 아버지는 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가족들 중엔 유일하게 제가 위암에 걸렸습니다. 그렇다고 형제들이 위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암 중에서 특히 위암은 가족력이 있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나는 음식을 짜고 맵게 먹고, 거기다가 술 담배를 입에 달고 살았고, 고집스러운 성격에 외모까지 닮았습니다. 그리고 두 행자 역시 식습관 등이 저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아버지나 나나 위암에 걸린 원인은 아주 다양할 것인데 그 원인들 중에 식습관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과도한 술 담배에 고집스러운 성품, 똑같은 밥상에서 똑같은 음식을 먹으니 아무래도 음식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겠지요.
위암이 가족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서는 그렇잖아도 위장이 좋지 않은 두 아들을 부러 곁에 두었습니다. 수술을 거부하고 자연치유를 하는 지 애비와 똑같은 밥상, 식이요법을 공유하다 보면 두 녀석 또한 어쩔 수 없이 식습관을 바꿔야 하니까요.
그렇게 지 애비처럼 육고기를 멀리하고 농약 한 방울 화학비료 한 톨 넣지 않고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 위주의 자연식 밥상으로 녀석들 위장도 좋아졌습니다. 위암 환자인 지 애비도 자연치유를 시작하면서 눈에 띄게 좋아졌는데 건강한 두 녀석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요. 이전에는 종종 설사와 변비로 고생했는데 지 애비의 자연치유에 동참하면서 설사와 변비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1년을 저와 함께 생활하고 나서 서울로 올라가 음악 작업을 한다고 지하 작업실을 얻어 생활했습니다. 작업실 대여 비용은 두 녀석의 엄마가 마련해 줬다지만 가난한 청년들의 서울생활이 그러하듯 택배 아르바이트 등으로 겨우 겨우 입에 풀칠하며 생활했습니다.
그렇게 서울에서 값싼 인스턴트식품으로 생활하다보니 두 녀석들은 다시 설사와 변비로 고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윤석열 전 총장이 가난한 사람들 먹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던 바로 그 값싼 '부정식품'(우리는 어렸을 때 '불량식품'이라고 했습니다)들을 줄기차게 먹었던 것이지요.
서울생활 1년이 지날 무렵 때마침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해 두 행자는 다시 지 애비가 사는 산막으로 돌아왔습니다. 작은 행자는 곧바로 군에 입대하고 큰 행자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작은 행자는 전방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큰 행자 역시 다시 예전처럼 지 애비와 함께 부정식품이며 육고기를 멀리하고 채식위주의 식단으로 생활한 지 1년, 요즘은 설사와 변비가 거의 사라졌을 만큼 건강해졌습니다.
두 행자가 몸으로 경험했듯 윤석열 전 총장이 말하는 부정식품은 그만큼 건강을 좌우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정식품이라도 먹게 해주고 싶다는 그의 말은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말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스스로 어리석은 자임을 입증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만에 하나 대통령이 되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정식품을 맘껏 먹게 해준다면 그것은 마치 박정희 독재 정권 때 새마을 운동을 펼쳐 나가면서 가난한 농촌의 집지붕을 석면 덩어리의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꾼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지요. 독재자 박정희도 초가집을 헐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비가 와도 새지 않는 슬레이트 지붕을 권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새마을운동의 상징과도 같았던 슬레이트 지붕 아래에서 사는 사람들의 건강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입니다. 석면으로 만들어진 슬레이트는 오래되면 비산 먼지를 방출해 거주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는 사실, 슬레이트 지붕이 건강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이지요(석면은 장기간 노출 시 폐암 석면폐 등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1급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을 잘 살게 해주겠다는 그 단순무식한 무지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을 알게 모르게 해쳐왔던 것입니다. '윤석열의 부정식품'도 그와 다름없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