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로 부터 살아남기 위한 송성영표 ‘짬뽕 기혈운동’은 그 날 그 날 몸 상태에 따라 대략 1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립니다.
송성영
제가 하고 있는 기혈운동은 국선도의 준비운동과 중기단법이 전부가 아닙니다. 국선도 중기단법을 중심으로 몇 가지의 인도 요가 동작과 어려서부터 10년 넘게 연마했던 태권도의 몇 개 동작, 어깨 너머로 익힌 태극권과 기천문의 기본자세를 응용해 나름 내 몸에 맞는 기혈운동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암세포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송성영표 '짬뽕 기혈운동'은 그 날 그 날 몸 상태에 따라 대략 1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립니다.
살아오면서 인연 따라 맛 본 다양한 기혈운동
국선도가 그러했듯이 여타의 기혈운동은 암을 극복하겠노라 부러 찾아다니며 익힌 것이 아닙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전혀 모르던 분의 고마운 인연 따라 1년 동안 검증되지 않은 한약을 믿고 복용했듯이 기혈운동 또한 인연 따라 하고 있을 뿐입니다.
태극권은 중국 연변 출신의 선도 수행자와의 인연으로 잠시잠깐 배운 것이고, 기천문의 기본동작 또한 기천문의 수장인 문주와의 인연 따라 기본 동작을 배운 것입니다. 요가 또한 인도 요가의 고장이라 할 수 있는 북인도 리시케시에 머물 때 인도 청년의 권유로 잠깐 맛을 본 것이고요.
어깨 너머로 익힌 서툰 동작들이라 할지라도 낯선 운동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몸에 어느 정도 익숙한 행공이기에 기혈을 풀어내는데 보다 수월했습니다. 아무리 몸에 좋은 기혈운동이라 할지라도 옷처럼 제 몸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요.
부담이 되면 몸 상태에 따라 시시때때로 막히는 기혈을 쉽게 풀어내지 못할 것입니다. 낯선 행공, 하나하나 몸에 익히려면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요. 언제 세상을 뜰지 모르는 몸이기에 낯선 행공을 하나하나 익혀나갈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습니다.
하여 국선도보다 인도 요가가 더 몸에 익숙해져 있었다면 요가를 중심으로 기혈운동을 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혈운동은 설령 그 운동이 국군도수 체조라 할지라도 제 몸에 잘 맞고 몸이 가볍게 풀려 나가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입니다.
그 어떤 운동이든 중요한 것은 조금 힘들다 싶을 정도로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더군요. 고행 없이 깨달음을 이루기 쉽지 않듯이 일테면 앉아서 양다리를 벌리는 행공을 할 때 허벅지와 장딴지 근육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올 정도의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 동작 한 동작 행공을 할 때 마다 단전으로 들이쉬고 내쉬는 단전호흡은 기본이고요.
단전호흡과 함께 행공을 할 때마다 입안에 위에 좋을 단침이 고이는 기혈운동을 하고 나면 노폐물을 배출하는 땀이 흘러나오고 몸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몸이 가벼워지면 마음자리가 좀 더 확장되고 자극적인 음식을 탐했던 암 판정 이전과 다른 싱겁고 밋밋한 맛의 먹을거리들이 입맛을 당기게 합니다.
기혈운동은 아픈 몸을 스스로 다스리는 보약이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화학성분의 약은 아픈 몸을 잠시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몸이 시나브로 약에 길들여지게 되면 아플 때마다 습관적으로 약을 찾게 되고 몸은 점점 약의 노예가 됩니다. 그 과정에서 몸은 자생력을 잃게 되어 어지간한 약으로도 치유하기 어렵게 됩니다.
기혈운동은 처음에는 굳은 몸, 막힌 기혈을 풀어내기 위한 일정한 고행 기간이 필요하지만, 행공을 거듭할수록 몸이 유연해지고 자생력이 생겨 몸 상태가 확연히 좋아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몸은 제가 가꾸고 있는 채소밭과 다름없습니다. 채소에 벌레가 생긴다하여 농약을 뿌리게 되면 당장은 벌레의 습격을 피해갈 수 있으나 밭은 점점 자생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자생력이 떨어지는 밭에 좀 더 많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치게 될 것입니다. 그 자생력을 잃은 텃밭에서 나온 먹을거리 또한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화학성분의 약에 의지하는 몸처럼 본래의 생명력을 잃게 될 수 있습니다.
내게 있어서 기혈운동은 아픈 몸과의 대화이기도 합니다. 막힌 기혈을 풀어내는 것은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것입니다. 기혈운동은 암세포를 몰아내기 위한 강력한 외공을 쌓는 일이 아닙니다. 아픈 몸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그 아픈 자리를 풀어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