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혜의 방.

언니는 다혜를 '똥강아지'라고 불렀다. 다섯 살 아래 동생을 끔찍이 여겼던 언니는 다혜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언니는 맨날 다혜에게 "너는 내 소원으로 태어난 것"이라고 했다. "병원에 가서 돌을 올려놓고… 이쁜 여동생을 달라고 한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다혜가 태어나서…." 다혜는 언니 생일인 5월 4일에 돌아왔다. 언니는 여전히 동생의 부재가 믿기지 않는다.
엄마는 다혜의 옷을 깨끗하게 빨아 뒀다. 대부분의 옷은 다혜가 돌아오면 금방이라도 입을 수 있게 잘 정리돼 있다. 딱 한 벌, 다혜의 단원고 교복만 빼고. 딸의 마지막 체취가 남은 교복을 엄마는 차마 빨 수 없었다. 다혜가 그리울 때면 엄마는 교복을 품에 안고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운다.
아빠는 다시 아프다. 수술 뒤 상태가 나아지고 있던 암은 막내를 잃고 재발했다. 항암치료를 받느라 짧게 머리를 깎은 아빠는 다혜가 없는 날들이 허전하고, 허무하다. 곁에 있는 것 같은데 만질 수 없고, 목소리가 들릴 것 같은데 들리지 않는 날들을 견디기가 버겁다. "다혜야, 엄마 아빠는 슬픈 날이나 기쁜 날이나 갠 날이나 흐린 날이나 여기 이 자리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