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의 방.

오락부장을 도맡아하던 준우는 고등학교 입학 후 '열공모드'가 됐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던 쉬는 시간에도 혼자 공부를 했다. 준우 방은 매일 새벽 3~4시까지 환했다. 이제 그 방은 더 이상 불이 켜지지 않는다.
준우는 늘 직접 움직였다. 한창 만화에 빠졌던 중학교 시절에는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만화동아리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홍보도 셀프였다. "준우가 직접 친구들과 포스터·피켓을 들고 다니며 홍보했다"며 엄마는 미소를 지었다. 고등학교에 와선 보안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해킹 관련 서적에 푹 빠져 지내기도 했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확실히 아는 아이였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 그 방이 환하게 밝던 마지막 밤, 준우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내 얼굴 잘 봐요. 여행 가 있는 동안 내가 보고 싶을 때 지금 이 얼굴만 기억하세요. 만약에 무슨 일이 생겨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