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준이의 방.

엄마는 늘 상준이 건강이 걱정이었다. 탯줄을 감은 채 태어난 상준이는 저호흡증으로 21일이나 인큐베이터에서 지내는 바람에 변변한 출생사진 한 장 찍지 못했다. 자라면서도 큰 병치레는 없었지만, 배탈이 자주 나 고생했다. 멀미도 심한 편이라 수학여행 갈 때는 먹는 약과 붙이는 약을 모두 챙겨갔다. 바리바리 싸간 멀미약들은 뭍으로 올라온 상준이 주머니 속에 그대로 들어있었다.
책 읽기를 즐겼지만 만화와 게임도 좋아하는 평범한 남자아이였다. 상준의 방 벽 한쪽에는 용돈으로 모은 만화잡지 <챔프>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닌텐도 박사’였다. 한동안 게임에 푹 빠져 상준이는 게임칩을 열심히 모았다. 마냥 아이 같은 면만 있진 않았다. 어쩌다 엄마가 힘들어하면, 상준이는 아무 말 없이 엄마를 안아줬다. 엄마는 그런 상준이를 ‘내 가장 소중한 보물’이란 이름으로 휴대폰에 저장해뒀다.
상준이는 지금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잠들어 있다. 탁 트인 높은 곳에 있는 봉안당이다. 상준이는 바람을 좋아했다. 바람을 느낄 수 있다며 인라인스케이트를 자주 탔고, 산에 가는 것도 좋아했다. 엄마는 아들이 그토록 좋아하던 바람을 실컷 느낄 수 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