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의 방

책상 위에 ‘By Gun woo’라고 적혀 있다. 건우가 직접 만든 책상이다. 건우를 예뻐하는 공부방 선생님과 함께 만들었다. 토토로 캐릭터도 직접 그렸다. 익살맞은 표정의 토토로와 건우 친구들의 사진이 책상 위에 사이좋게 어울려 있다. 중학교 때 열 명의 친구들이 졸업앨범 사진을 함께 찍었다. 고등학생이 된 친구들은 다시 모여 예전처럼 사진을 찍었다. 열 명의 친구 중 네 명의 친구들은 오지 못했다. 친구들은 오지 못한 네 친구의 사진을 안고 있다. 건우도 친구의 품에 안겨 사진을 찍었다. 열 명의 친구들이 여전히 다정하다.


건우는 어려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건우를 애지중지하시는 할머니를 믿고 집안에서 대장 노릇을 했다. 떼쟁이로 미운 아이가 되지 않을까, 엄마는 염려했지만 건우는 의젓하게 자랐다. 열심히 배우는 아이, 친구들과 선생님을 잘 도와주는 아이, 힘든 일을 마다않고 솔선수범하는 아이.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건우를 만난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건우 칭찬이다. 사춘기 또래 친구들의 고민 상담도 척척 해주어서 친구들한테도 인기가 많았다. “나의 고민을 들어줘서 디-이-따 고맙구. 넌 나의 우상이야. 넌 정말 멋져. 굿” “나는 건우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 마치 건우는 드록바 같은 멋지고 우렁찬 힘줄과 파워를 가지고 있다.” “넌 참 믿음직한 친구야. 커서도 연락하자.” -중학교 졸업하며 친구들이 건우에게 쓴 롤링페이퍼에서


엄마가 떠준 건우의 털장갑과 떠나는 건우를 배웅할 때 형이 낀 하얀 장갑이다. 국무총리상을 받아 학교에 현수막이 내걸려도 집에 와서 자랑 한 번 하지 않는 묵묵한 큰아들. 친구들과 미니클럽 축구팀을 만들어 안산에 축구 붐을 일으킨 발랄한 작은아들. 성격은 다르지만 아빠 엄마에게 둘은 똑같은 희망이었다. 아빠에게 건우와 형은 쌍둥이 등대다. 아빠는 두 아들이 사회에 나가 밝은 빛을 내는 등대가 되길 바랐다. 이제 한 등대는 땅 위를 비추고, 한 등대는 하늘을 비춘다. 쌍둥이 등대가 세상을 비추며 오래오래 빛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