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빈이의 방.

아빠는 매일 밤 아이의 방을 찾는다. 딸 성빈이가 혼자 외로울까봐 아빠는 늘 아이 침대 옆에서 이불을 깔고 잔다. "함께 자고 있는 것만 같은데, 아침에 눈을 뜨면…"
성빈이는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물을 여러 개 준비해서 미처 챙겨오지 못한 친구들과 나눠 썼고,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살기 위해 변호사를 꿈꿨다. 태어나 처음 장학금을 받았을 때, 성빈이는 엄마를 위해 한약을 지었다. 또 다른 장학금은 '가족을 위해 쓰고 싶다'며 욕실을 꾸미는 데에 보탰다. 그날의 행복했던 기억은 이제 가족들에겐 선명한 아픔으로 남았다.
성빈이 부모님은 학원을 운영했다. 학원에는 성빈이와 함께 공부하던 단원고 친구들도 많았다. 아이들은 모두 먼 여행을 떠났다. "그 애들 모두 우리 자식"이라던 엄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아빠는 딸의 귀여운 잔소리가 귓가에 맴돈다며 고개를 떨궜다. "아빠, 설거지는 엄마를 도우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