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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랑없는 결혼식. 9월 9일 경희대학교 중앙도서관 앞 광장에서 열린 신랑없는 결혼식에서 신부 홍은주씨가 주례앞에 서있다. ⓒ 김경환
지난 2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결혼을 일주일 앞둔 상태에서 구속된 김건수(30. 경희대 졸업생) 씨와 홍은주(30.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씨의 결혼식이 9일 열렸으나 수원구치소측의 면회거부로 끝내 '옥중결혼식'은 무산되었다.

9일 오후 2시 500여명의 하객들이 참여한 가운데 경희대학교 수원교정 중앙도서관 앞 광장에서 신랑 김건수 씨가 구속되어 참석하지 못하는 가운데 신부 홍은주 씨의 '신랑없는 결혼식'이 열렸다.

▲ 구치소측의 답변을 기다리는 신부와 가족들. ⓒ 김경환
'신랑없는 결혼식'이란 점 때문인지 여러 언론사에서 취재를 나와 결혼식 전부터 취재열기가 뜨거웠다. 결혼식 전에 만난 홍은주 씨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로 기자들에 둘러싸여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었고, 한켠에서는 홍은주 씨의 부친 홍태근(60) 씨가 예복으로 갖춰 입고 있었다.

홍태근 씨는 사위가 없는 결혼식에 대한 소감을 묻자 "(김건수 씨가 구속된 걸 알았을 때)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지. 그래도 어쩔 거야. 딸이 좋다는데 해야지..."라고 답했다.

결혼식은 양가부모의 촛불점화로 시작되었다. 그 후 신부가 부친과 함께 입장하였고, 주례를 맡은 오종렬(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 상임의장) 씨가 주례를 대신하여 "양심과 의리를 지키고 결혼식을 갖는 신부의 모습이 아름답다"며 격려의 말을 했다.

▲ 신부 홍은주 씨의 부모와 신랑 김건수 씨의 부모. ⓒ 김경환
▲ 눈물 짓는 신부. 신부 홍은주 씨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김경환

결혼식의 정상적인 절차는 여기에서 멈춰야 했다. 신부인 홍은주 씨가 "지금 이 자리에 있어야 할 김건수 씨가 수원구치소에 있습니다. 오늘 저희의 결혼식이 치러질 수 있도록 수원구치소측에 오전에 면담신청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하객 여러분들이 수고스럽겠지만 구치소까지 함께 가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며 양해를 구했고, 하객들은 구치소로 향하였다.

구치소로 출발하기 전 한쪽에서 신랑 김건수 씨의 대학 동아리 후배들이 신부 홍은주 씨에게 축가를 불러주자 신부는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하였다.

▲ 구치소측이 끝내 면회요구를 거부하자 신부 홍은주씨와 김건수씨의 모친이 부둥켜 울고 있다. ⓒ 김경환
결혼식을 마무리하기 위해 수원구치소로 모인 하객들은 "특별면회를 통해서라도 김건수 씨와 홍은주 씨가 혼인서약을 할 수 있도록 구치소측에 오전부터 요청했으니 답변을 함께 기다리자"는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경찰들이 안팎으로 막고 있는 구치소 정문 앞에 앉아 기다렸다.

구치소측이 면담요청에 대해 시간이 지나도록 답변을 해오지 않자, 김건수 씨의 모친 장갑숙(73) 씨가 마이크를 잡고 "내 아들이 비록 구속됐지만 나는 떳떳합니다"라며 "빨리 검사고 구치소소장이고 결정을 하세요. 그 말 한마디 못합니까? 제가 대통령한테 말할 테니까 빨리빨리 결정을 내세요"라고 독촉하기도 하였다.

▲ "아빠,신랑없는 결혼식이 뭐야?" ⓒ 김경환
하객들이 구치소 밖에서 기다린 지 1시간 30여분이 지난 5시경, 구치소장이 면담을 받아들여 주례를 맡은 오종렬 씨와 최근호(경기민중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씨가 구치소로 면담을 위해 들어갔고, 하객들은 밖에서 신랑 김건수 씨의 부모님들과 나름대로의 행사를 진행하며 면담결과를 기다렸다.

1시간 뒤인 6시경에 면담을 끝내고 돌아온 오종렬 씨는 "구치소장, 부소장과 면담을 하고 특별면회를 통해 혼인서약만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누군가가 압력을 넣었는지 끝내 면회조차 거절했다"고 면담 결과를 밝히자 신랑의 모친과 신부가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김건수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다산인권센터의 김칠준 변호사는 "특별면회는 예전부터 자주 있었지만 비리문제로 뜸해졌다"며 "김 씨와 같은 경우는 문제될 것이 없는데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구치소측에서 면회를 거부함에 따라 혼인서약을 할 수 없게 되자, 하객들은 즉석에서 1시간 가량 결혼식을 가로막는 구치소장과 담당검사에 대한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이 집회에서 주례 오종렬 씨는 "오늘의 결혼식은 끝난 것이 아니라 마무리가 되지 않은 것이므로 아직 진행중이다"라며 "우리는 지금 세상에서 제일 긴 결혼식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구치소 정문을 막고 있는 경찰. ⓒ 김경환
집회가 끝난 후 20여분간 일부 하객들과 경찰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와중에 학생 2명이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얼굴을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관계자 한 명은 "결혼식을 할 수 있게 해주면 금방 정리가 될텐데 왜 안해주는지 모르겠다"며 상황을 악화시키는 구치소측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8시경까지 자리를 지키던 하객들은 집으로 돌아갔으며, 9시경에 아직 남아있던 학생들이 자리를 정리하고, 신부 홍은주 씨는 김건수 씨와 만나게 해줄 것을 요구하며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로 밤샘농성을 진행하였다. 이날 농성에는 김건수 씨의 대학 후배 20여명과 대책위 소속 단체 회원 4명도 함께 참여했다.

한편, 신랑 김건수 씨는 지난 8일부터 특별면회를 통해 결혼식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며 단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 김건수 씨와 홍은주 씨의 사연을 이번주 방영되는 경인방송 '시대공감'과 MBC '생방송 화제집중'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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