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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04 16:00최종 업데이트 01.09.06 11:07

"그래도 결혼식은 할 겁니다"

결혼 앞두고 연행된 김건수 씨 애인 인터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3일 결혼을 열흘 앞두고 경기도경 보안수사대에 연행, 구속된 김건수 씨의 예비신부 홍은주 씨를 만났다.

기자가 홍은주 씨를 만났을 때는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하루종일 남편이 될 김건수 씨의 석방을 위해 이곳저곳을 바쁘게 뛰어다니느라 그랬는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몸의 피로보다도 마음의 상처가 더 깊으리라 생각하며 대화를 진행했다.

-결혼을 앞두고 남편 되실 분이 연행되었는데,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
"사실, 처음에는 막막했어요. 저하고 함께 있다가 연행돼는걸 뻔히 보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전까지는 국가보안법이라는 것이 남의 일로만 여겨졌는데, 이제야 이게 어떤 건지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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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수 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경찰이 건수 씨에게 이미 짜놓은 명단의 이름들 중 한 명만이라도 동의해 주면 내보내 주겠다고 회유를 하고 있어요. 결혼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건수씬들 왜 갈등이 없겠어요... 그러나 칠순이 넘으신 시어머님과 저, 건수 씨의 생각은 의리와 양심을 저버리고 하는 결혼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양심과 의리를 지켜내는 고생이라면 얼마든지 하겠습니다!"

양심과 의리... 마침 그날 임동원 통일원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는 걸 보면서 이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이른바 개혁파 의원들의 모습이란 참으로 실망스런 일이었기에...거기에 비하면 홍은주 씨의 대답은 진실하게 들렸고, 아름다워 보였다.

-김건수 씨는 결혼식 전에 나올 수 있을 것 같나요?
"바램이긴 하지만 건수 씨가 나오리라고 기대는 조금 하고 있어요. 변호사가 구속적부심을 신청하기로 하셨거든요. 지난 96년에 경인총련 의장으로 활동하다 실형을 받고 98년 만기출소를 했었는데, 그것 때문에 집행유예는 불가능하다더군요. 수요일에 적부심을 신청하면 목요일에 결과가 나온대요."

결혼식 예정일은 9일, 일요일이다. 만일 구속적부심에서도 못 나온다면?

-결혼식이 9일로 예정돼 있는데,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아직 신랑될 사람이 결혼식 전에 나오리란 보장이 확실치 않은 상태인데.
"건수 씨 생각도 그렇고 제 생각도 그래요. 건수 씨가 비록 구속이 된 상태지만 결혼식은 예정된 날짜에 올릴 거에요. 건수씨는 결혼식을 크게 하자고 하더군요."

김건수 씨가 신부를 위로하기 위해서 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결혼식을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큰 사건이다. 신랑이 빠진 상태에서 치르는 신부와 하객들의 결혼식. 이런 적이 또 있던가? 이게 이 사회의 현실이라 생각하니 가슴 한 켠이 쓰려온다.

-신랑 없이 결혼식을 할 생각인가요?
"건수 씨가 그 전에 나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못 나오더라도 결혼식은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건수 씨에 대한 의리라고 생각하구요."

홍은주 씨는 이미 결심을 굳힌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부모님들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궁금했다. 사위가 결혼식 직전에 구속되고, 또 사위 없는 결혼식을 예정대로 한다고 설득을 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터였다.

"부모님은 이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순간적이지만 홍은주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실 부모님은 아직 건수씨가 구속된 줄 모르고 계세요...솔직히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할 지..."

홍씨는 이 대목에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사위가 될 사람이 국가보안법 혐의로 구속되어 있다고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그것도 결혼을 불과 일주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구속이 확정되면서 사실 힘도 많이 빠지고 어떻게 해야될 지 막막했었는데, 소식을 접하고 힘내라고 한마디라도 건네고, 관심을 가져주시고 도와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힘을 많이 얻고 있어요. 그분들에게 고맙구요. 아무쪼록 다시는 저와 건수 씨 같이 이런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건수 씨도 빨리 나왔으면 하구요."

김건수 씨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경직성의 문제이며, 한 가정이 어떻게 공권력에 의해 무참하게 유린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다.

작년 한총련 대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생의 임종을 지킬 수 없었던 홍익대 장진숙 학생의 이야기나, 아버님의 임종을 끝내 지키지 못했던 영남대 손준혁 군의 이야기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을 무리하게 연행, 구속하는 사회...

좀더 넓게 바라보고, 여유있게 대할 수 있는 관용은 없는 걸까? 김건수씨의 조속한 석방을 통해 우리 사회의 관용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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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방송국 <민중의 소리>에서 뉴스제작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뭐 100자 이상씩이나 소개글을 쓸만한 이력은 별로 없습니다만...쩝...토끼같은 딸과 여우같은 아내하고 살고 있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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