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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부터 주민들이 30년이 넘게 핵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을 벌여온 이와이시마.
 1982년부터 주민들이 30년이 넘게 핵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을 벌여온 이와이시마.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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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탈핵 아시아평화 일본서부지역 원전투어(이하 탈핵원전투어)' 4일째. 이날 탈핵원전투어 한·일 참가자들의 목적지는 시코쿠의 아래쪽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섬 이와이시마였다. 시코쿠 지도를 들여다보면 왼쪽 아래에 점처럼 꼭 찍혀 있는 섬이다.

둘레는 12.7㎞, 면적은 7.6㎢이며, 인구는 500명 남짓한 이 작은 섬 이와이시마가 상징하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이 작은 섬 주민들이 30년이 넘도록 핵발전소 건설반대투쟁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와 단절된 섬이라서 투쟁은 힘들고 고됐지만 주민들은 지금까지 30년 동안 핵발전소 건설을 막아왔다.

시코쿠의 야마구치현에 있는 이와이시마 바로 앞에 있는 섬 나가시마(화살표 표시)에 가미노세키 핵발전소 부지가 있다.
 시코쿠의 야마구치현에 있는 이와이시마 바로 앞에 있는 섬 나가시마(화살표 표시)에 가미노세키 핵발전소 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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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고쿠 전력이 이와이시마(祝島)에서 바로 보이는 섬 나가시마에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세운 것은 지난 1982년. 그 때부터 이와이시마 주민들의 반핵투쟁은 시작됐다. 이와이시마 주민들은 핵발전소를 건설하면 청정지역인 바다가 오염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반대운동을 지속해왔다. 반핵투쟁을 시작할 때는 20대 청년이었던 이들이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었다.

탈핵원전투어 한·일 참가자들은 이와이시마로 그들을 만나러 갈 예정이었다.

날씨는 맑았고, 바다는 잔잔했다. 푸른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일행은 배를 타고 야나이 항에서 내렸다. 야나이 항에서는 네 사람과 2척의 작은 배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탈핵원전투어 한·일 참가자들을 마중 나온 것이다.

배를 타고 이와이시마로 가고 있는 탈핵원전투어 한일 참가자들
 배를 타고 이와이시마로 가고 있는 탈핵원전투어 한일 참가자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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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원전투어 한일 참가자들을 이와이시마 주민들이 마중 나왔다.
 탈핵원전투어 한일 참가자들을 이와이시마 주민들이 마중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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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람 가운데 시미즈씨와 하시모토씨는 이와이시마 주민이지만 2명의 청년은 아니다. 이들은 이와이시마의 반핵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섬을 찾아온 이후 계속해서 섬에 머물면서 주민들과 함께 반핵투쟁을 하고 있었다. 오카다와 오카야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청년들은 이제는 이와이시마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야나이 항에서 이와이시마까지는 한 시간 남짓 걸린다고 했다. 두 척의 배에 일행이 나눠 타자 배는 곧장 출발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는 에메랄드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탈핵원전투어 참가자들은 곧장 이와이시마로 가지 않았다. 이들이 먼저 도착한 곳은 핵발전소 예정부지가 있는 해역이었다. 

이곳 핵발전소 예정부지에서 이와이시마까지 거리는 직선으로 4km가 채 되지 않는다. 배에서 뒤를 돌아보니 이와이시마가 정면으로 보인다. 이곳에 핵발전소가 들어선다면 청정해역으로 유명한 이와이시마 주변 바다는 오염이 되면서 생태계가 교란될 것이 분명했다. 돌고래가 가끔 모습을 드러내고, 다양한 '횟감 생선'들이 풍부한 아름다운 바다는 사라질 것이다.

"전 세계에 원전이 하나도 안 남을 때까지 싸우겠다"

가미노세키 핵발전소 예정 부지
 가미노세키 핵발전소 예정 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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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코쿠 전력은 이곳에서 핵발전소 건설공사를 강행했으나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공사를 중단한 채 섬을 떠난 상태다. 핵발전소 건설공사를 강행한 흔적이 남아 있는 섬은 고요했다. 이와이시마 주민들은 핵발전소 건설계획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이시마는 정말 작고 조용한 섬이었다. 이 섬의 초등학생은 단 세 명. 아이들 수에 비해 학교 건물은 겉으로 보기에는 컸고,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운동장 역시 넓었다. 인구가 1300여 명에 이를 때는 아마도 학생 수가 더 많았을 것이다.

오후 7시가 넘어서 탈핵원전투어 한·일 참가자들과 이와이시마 주민들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교류회를 시작했다. 저녁식사에는 이와이시마 앞 바다에서 갓 잡은 싱싱한 생선회가 곁들여져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탈핵원전투어 한·일 참가자들과 이와이시마 주민들은 반핵운동에 대한 경험과 현황에 대해 활발한 의견교환을 했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연대를 해야 한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교류회에는 낮에 '탈핵 원전투어' 참가자들을 배로 태우러 왔던 시미즈씨와 하시모토씨 그리고 오카다씨와 오카야마씨 등이 참석했다. 시미즈씨는 가미노세키정(町) 의회의원이면서 가미노세키원전 건설반대 이와이시마 주민대표회'의 대표이기도 하다. 탈핵원전투어 참가자들은 처음으로 반핵운동을 하는 의회의원을 만난 것이다.

시미즈씨는 "오카다씨와 같은 나이였던 27년 전부터 핵발전소 반대운동을 해왔다"며 "그 때는 (핵발전소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지만 공부를 하면서 선배들과 같이 핵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 때만 해도 섬 주민들은 1200명 이상이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520명 정도가 살고 있다. 돌아가신 분들도 많이 있는데 그분들의 몫까지 열심히 싸워야한다는 마음으로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오카모토씨, 오카다씨와 같은 젊은이가 함께 해주기 때문에 우리의 미래가 아주 밝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들과 함께 힘을 모아서 전 세계에 원전이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싸우겠다."

한 달 동안 일하지 않고 공사 막아낸 이와이시마 주민들

가미노세키 핵발전소 부지 앞에서 탈핵원전투어 한일 참가자들도 '핵발전소 건설 반대' 해상시위를...
 가미노세키 핵발전소 부지 앞에서 탈핵원전투어 한일 참가자들도 '핵발전소 건설 반대' 해상시위를...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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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전부터 원전반대운동을 벌어왔다는 하시모토씨는 한때 후쿠이 지역의 원전에서 일하던 원전노동자였다. 원전에서 노심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을 했던 그는 방사능 피폭을 당하면서 원전이 정말 무서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와이시마로 돌아와 부모를 설득해서 반대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하시모토씨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는 친구들과 함께 반대운동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젊은 친구들이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시모토씨의 말에 따르면 "원전반대운동은 20여 명의 선배들이 주축이 돼서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이뤄졌다"고 한다.

그들 역시 원전에서 일하면서 피폭을 당한 경험이 있는 원전노동자였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원전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 하시모토씨의 설명이다.

올해 26살인 오카다씨는 현재 히로시마에서 살면서 이와이시마를 오가면서 반핵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이와이시마에 온 것은 2009년. 원전건설 반대운동을 하기 위해 카약을 타고 왔고, 이후 섬에 눌러앉아서 주민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여왔다.

츄고쿠 전력은 2009년 10월, 핵발전소 건설계획은 추진하기 위해 야마구치현으로부터 매립허가를 받았다. 그때 이와이시마 주민들은 배를 타고 나가서 매일 해상시위를 벌였다. 그때는 이와이시마 주민들은 일을 하지 않고 한 달 동안 공사를 막아냈다는 것이 오카다씨의 설명이다.

탈핵원전투어 한일참가자들과 교류회를 하는 이와이시마 주민들
 탈핵원전투어 한일참가자들과 교류회를 하는 이와이시마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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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시마의 핵발전소 반대투쟁이 알려지면서 일본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카약을 타고 와서 이와이시마 주민들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오카다씨도 그 때부터 주민들과 함께 싸워왔다는 것이다. 오카다씨는 오사카에서, 오카야마씨는 도쿄에서 왔다고 한다.

하시모토씨의 부인을 포함한 여자들은 잠수복을 입은 채 몸에 줄을 묶은 뒤 물속에서 9시간이나 버티면서 시위를 벌여 츄고쿠 전력의 공사를 저지했다.

여자들의 이런 활약에 대해 오카다씨는 "그런 일이 없었다면 공사가 시작됐을지도 모른다"며 "이와이시마는 아줌마 파워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와이시마 주민들의 핵발전소 저지투쟁은 다큐멘터리 감독인 하나후사 아야씨가 2년 동안 섬에 머무르면서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 <이와이시마(祝島)>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30년 동안 반대운동을 하다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

탈핵원전투어 한일참가자들과 이와이시마 주민들이 교류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했다.
 탈핵원전투어 한일참가자들과 이와이시마 주민들이 교류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했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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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츄고쿠 전력은 이와이시마 주민인 시미즈씨와 하시모토씨 그리고 오카다씨와 하라씨 4명을 상대로 공사를 불법으로 방해했다는 혐의로 4800만 엔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공사는 중단됐지만 소송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탈핵원전투어 한·일 참가자 가운데 이와이시마에 가장 관심을 보인 이는 이광우 삼척시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삼척도 핵발전소 건설예정부지"라면서 "삼척이 치열하게 반핵투쟁을 벌였다고 생각했는데 이와이시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 의원은 "원전투어가 끝나고 삼척으로 돌아가면 더 열심히 핵발전소 반대투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장영진 영광핵발전소 안전성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여러분의 활동을 한국에 가면 열심히 홍보하겠다"며 "응원하는 이들이 많으니 힘을 내서 열심히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양재성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연대 대표 역시 "30년 넘게 원전반대운동을 한 마음으로 해온 여러분들이 존경스럽다"며 "여러분들의 싸움이 승리하도록 기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대수 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일본의 여러 지역에서 관심과 지지를 모아온 것으로 안다"며 "우리와 함께 연대해서 아시아 탈핵의 선두적인 역할을 하기 바란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태그:#탈핵원전투어, #이와이시마, #삼척, #후쿠시마 원전, #핵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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