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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전력 앞에서 원전 재가동을 반대하는 아오야기씨를 응원하는 '탈핵 원전투어' 한일 참가자들.
 규슈전력 앞에서 원전 재가동을 반대하는 아오야기씨를 응원하는 '탈핵 원전투어' 한일 참가자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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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아시아평화 일본서부지역 원전투어(이하 탈핵 원전투어)'가 NNAA-J(탈핵 아시아 행동-일본)와 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 공동 주최로 일본에서 9월 29일부터 10월 5일까지 6박7일간 진행됐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후 2박3일간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지역을 방문해, 피해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지역주민들의 증언을 들었다.

한국에서는 탈핵 원전투어에 <오마이뉴스> 기자를 포함해 11명이 참가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지역 방문은 탈핵 원전투어 참가자 가운데 한국은 4명이, 일본은 4명이 참가했다.

이번 탈핵 원전투어에 일본 측에서는 최승구 NNAA-J 사무국장을 포함한 NNAA-J 회원들과 이시마루 하츠미 '겐카이 원발 플루서말 재판회' 대표와 오보 야스마사 사무국장과 회원들, 가와세 슌지 해방출판사 편집자, 사토 다이스케 아시아 반핵포럼(NNAF : No Nukes Asia Forum) 사무국장 등을 포함해 각 지역에서 100여 명 이상이 참가했다. 

이번 탈핵 원전투어는 지난 6월 19일부터 25일까지 5박6일간 한국에서 진행된 '탈핵 아시아 평화 한일시민투어'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에 진행된 탈핵 아시아 평화 한일시민투어에는 일본의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과 탈핵운동 활동가, 변호사, 목사 등 21명이 참여해 한국 원전지역을 방문했다. 당시 일본 참여자들은 영광을 거쳐 밀양과 고리, 월성, 영덕, 울진, 삼척을 돌면서 핵발전소를 방문하고 이 지역 탈핵단체 관계자들과 공동 집회와 교류회 등을 열면서 연대를 모색한 바 있다.

이번에 일본에서 진행된 탈핵 원전투어의 한국과 일본 참가자들은 규슈 전력의 겐카이 원전과 시코쿠 전력의 이카타 원전, 츄고쿠 전력의 후쿠이 원전 지역 등을 둘러보면서 이 지역에서 원전 반대운동을 30~40년간 지속적으로 벌여온 주민들을 만나 교류회를 가졌다. 참가자들은 일본 체류 중에 교류회를 12번 가졌으며, 일본 각 지역에서 참여한 이들은 100 명이 넘었다.

그만큼 이번 탈핵 원전투어에 일본 탈핵 시민단체의 관심이 집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겐카이 원전 주민교류회는 일본의 지역 TV방송에서 관심을 갖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에는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 4기를 포함해 54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현재 일본의 원전은 가동을 전부 멈춘 상태이나 조만간 일부 원전들이 재가동될 예정이다. 이번에 탈핵 원전투어를 진행한 겐카이, 이카타, 후쿠이 지역의 원전들은 원전 재가동 신청을 한 상태다.

겐카이 원전은 가동을 시작한 지 40여 년이 된, 오래된 원전으로 사고가 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겐카이 원전은 한국의 남부 지방과 가장 가까워, 사고가 날 경우 그 피해가 한국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겐카이 원전에서 한국의 남부 지방까지의 거리는 200km가 채 되지 않는다.

시의원이 탈핵 투어를? 깜짝 놀란 일본인들

규슈전력이 운영하는 겐카이 원전. 식물원 뒤로 4기의 원전이 보인다. 돔형 지붕인 원전이 나중에 지어진 3, 4호기. 앞의 건물은 식물원.
 규슈전력이 운영하는 겐카이 원전. 식물원 뒤로 4기의 원전이 보인다. 돔형 지붕인 원전이 나중에 지어진 3, 4호기. 앞의 건물은 식물원.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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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카이 원전 재가동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겐카이 원전을 폐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겐카이에는 규슈 전력이 운영하는 4기의 원전이 있다. 이카타에는 시코쿠 전력이 운영하는 원전 3기가 들어서 있으며, 후쿠이 지역은 간사이 전력이 운영하는 원전 13기가 있다. 일본에서 원전이 가장 밀집해한 지역이 바로 후쿠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후쿠이에는 가동을 멈춘 '고속증식로' 몬주가 있다.

탈핵 원전투어 한국과 일본 참가자들은 이들 원전 지역 외에도 30여 년간 핵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와이시마를 방문해 지역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시코쿠의 작은 섬 이와이시마의 주민들은 츄고쿠 전력이 1982년, 이와이시마의 앞에 있는 카미노세키에 2기의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계획하자 이를 반대하며 30년 동안 치열하게 싸워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원전 정책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카미노세키에 원전 건설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일본측 참가자들의 증언이다.

탈핵 원전투어 참가자들은 히로시마도 방문, 히로시마 박물관과 히로시마 돔 등을 견학했으며, 고베로 이동해서 고베청년학생센터에서 이 지역의 탈핵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교류회를 갖고 한국과 일본의 원전 상황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었다. 이날 교류회에는 70여 명 이상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일본의 원전지역 주민들과 탈핵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한국의 원전 현황과 반핵운동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한국 정부의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조치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원전투어에 이광우 삼척시의원과 장시원 울진군의원이 참가한 것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원전 지역에서는 시의원이나 군의원이 반핵운동에 동참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의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을 궁금해 했다. 현재 일본의 상황이라면 올림픽을 개최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일본 탈핵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탈핵 원전투어에 참여한 재일한국인 최승구 NNAA-J 사무국장은 "일본에서 재일한국인이 탈핵문제를 제기하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한다"며 "탈핵 문제는 민족과 국가를 넘어서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원전 지역 주민들은 왜 '탈핵'에 반대할까

겐카이 원전지역 주민들과 교류회를 끝난 뒤 기념촬영을 하는 '탈핵 원전투어' 참가자들
 겐카이 원전지역 주민들과 교류회를 끝난 뒤 기념촬영을 하는 '탈핵 원전투어' 참가자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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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원전투어를 하면서 참가자들은 원전 지역에서 30~40년 동안 꾸준하게 원전반대운동을 벌여온 주민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일본 원전 지역에서는 원전 재가동을 반대하는 이들은 소수이며, 찬성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특히 후쿠이 지역에서 만난 재일한국인은 "후쿠이 지역은 원전 관련 일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며 "이 지역의 대부분 사람들은 원전 재가동을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일본인들의 생각은 지난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나면서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원자력발전소 가동의 새로운 기준을 정하면서 원전의 재가동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탈핵을 주장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NNAA-J, NNAF(탈핵 아시아 포럼) 등은 원전을 건설하고 아시아 지역의 다른 나라로 수출하고 있는 원전 메이커인 GE, 히타치, 도시바를 대상으로 책임을 묻는 소송을 할 예정이다. 이른바 '원전 메이커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원고 1만 명을 모집하고 있다. 이 소송에는 일본의 변호사 18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탈핵 원전투어를 통해서 한국 참가자들은 "일본의 원전 지역을 둘러보니 탈핵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돌아가면 더욱 더 적극적으로 탈핵 운동에 참여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가 알아서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지역에서 30~40년 동안 지속적으로 원전 가동을 반대한 주민들의 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탈핵 원전투어' 한국 참가자는 다음과 같다.

이대수 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양재성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연대 대표, 이광우 삼척시의원, 장시원 울진군의원, 장영진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 정현걸 경주환경운동연합 원전·방폐장 특위위원장, 오하라 츠나키 광주환경운동연합 회원조직팀장, 전양규 울진사회정책연구소 집행위원, 김남규 대구 KYC 활동가, 김승홍 부산녹색연합 실무자.


태그:#탈핵 원전투어, #후쿠시마, #원전, #한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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