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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전력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는 아오야기 유키노부씨.
 규슈전력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는 아오야기 유키노부씨.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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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오전 9시, 하늘이 잿빛으로 잔뜩 찌푸렸다.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고 있었다. 규슈전력 본사 앞에는 이미 천막이 쳐지고 현수막이 하나씩 둘씩 붙기 시작했고, 탁자와 의자까지 놓였다. 이곳에서 아오야기 유키노부씨가 원전 폐쇄를 주장하면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아오야기씨는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지는 것을 보고 핵발전소 가동을 중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오야기씨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규슈전력 앞에 모였고, 4월 8일, 규슈전력 앞에 모인 280명은 단체를 만들었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힘을 모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오야기씨는 4월 20일부터 규슈전력 본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9월 30일로 농성은 894일을 맞이했다. 하지만 실제로 천막농성을 한 기간은 642일이다.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휴일은 규슈전력이 쉬기 때문에 천막농성도 같이 쉬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천막농성을 하지만 아오야기씨는 이날 아침은 한 시간 반 일찍 규슈전력 앞에서 천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탈핵 아시아평화 일본서부지역 원전투어(이하 탈핵원전투어)' 한·일 참가자들이 농성장을 격려 방문하기 때문이다. 탈핵원전투어 참가자들은 일정 때문에 9시에 현장을 방문하기로 했고, 아오야기씨는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평소보다 서둘러야 했다.

"규슈전력 직원들 가운데도 재가동 반대하는 사람 있어"

천막농성장 앞에 붙은 현수막
 천막농성장 앞에 붙은 현수막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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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원전투어' 참가자들이 현장을 찾은 지 1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천막농성장 앞은 다양한 모양의 현수막으로 가득 찼다. 투어 참가자들이 가져온 현수막들이 같이 내걸린 것이다. 아오야기씨는 활짝 웃으면서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처음 농성을 시작했을 때 참여인원은 네다섯 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늘었다는 것이 아오야기씨의 설명이다. 가끔은 하루 종일 혼자 천막을 지킬 때도 있단다. 생업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농성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란다. 아오야기씨는 처음 농성을 시작하고 한 달 동안은 천막에서 잤다. 그만큼 의욕이 넘치던 시기이기도 했다.

"원전가동을 멈추라고 규슈전력에 요구하고 있지만 규슈전력은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규슈전력은 원전에 이상이 있으면 가동을 멈추고, 식힌 다음에 폐쇄한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하지만 규슈전력은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으면 우리 농성하는 사람들을 열 받게 해서 (데모를) 멈추게 하고, 폐쇄 (데모를 끝내게) 하고 싶어하고 있다. 규슈 전력 사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원전을 재가동하겠다고는 생각이지만 규슈전력 직원 가운데에는 재가동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아오야기씨는 "원전을 멈춰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 것은 없다"면서 크게 웃었다. 천막농성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묻자 아오야기씨는 "원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성금을 내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아오야기씨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지만 농성을 하려면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건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수건 1개는 700엔이다.

"여러분들이 도와준다면, 재가동 막을 수 있어"

규슈전력 본사 앞 천막농성장을 찾은 '탈핵 원전투어' 한일 참가자들
 규슈전력 본사 앞 천막농성장을 찾은 '탈핵 원전투어' 한일 참가자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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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재가동을 확실하게 막을 자신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오야기씨는 "여러분들이 도와주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전을 완전히 멈출 때까지 규슈전력 앞에서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오야기씨는 규슈지역에서 2개월 간격으로 2천 명 혹은 5천 명 규모로 반핵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으로 반핵집회를 하고 거리행진을 하면서 원전 재가동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11월 10일에도 후쿠오카에서 3만 명이 모여 원전가동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 'GOODBYE NUKES'가 열릴 예정이라고 아오야기씨는 전했다.

규슈전력은 규슈 사가현의 겐카이에는 4기의 핵발전소를, 가고시마 센다이에는 2기의 핵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원전은 현재 전부 가동을 멈춘 상태이나 규슈전력은 겐카이 원전은 3호기와 4호기를, 센다이 원전은 1호기와 2호기를 재가동 신청을 했다.


태그:#규슈전력, #원전반대, #탈핵 원전투어, #아오야기 유키노부, #후쿠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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