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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완상 전 통일부총리(자료사진)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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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정부 시절 통일부총리 겸 통일원장관을 지낸 한완상 전 부총리는 "교회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이 예수처럼 북한을 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도 교회 장로인 한 전 부총리는 2일 저서 <예수없는 예수교회>(김영사 펴냄)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대결·압박 위주의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적극적인 대북포용정책을 주문했다.

"부총리 시절 YS에게 '대북정책은 예수님답게 하자'고 조언"

한완상 전 부총리는 이날 위기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와 관련된 질문을 받은 뒤 "부총리나 장관을 지낸 사람이 아닌, 예수를 따르는 한 사람으로 얘기하겠다"며 김영삼 정부 시절에 있었던 일화를 언급했다.

"제가 14년 전인가 15년 전인가 통일부총리 할 때 각료로서 처음으로 김영삼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 아침 먹자고 해서 (청와대에) 갔더니 대통령이 '우리 정부 이름이 뭡니까?'라고 물었다. 당시 언론 등이 노태우 정부와 다름없다면서 6.5공화국이라고 비꼴 때였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사뭇 진지한 질문을 받은 한 전 부총리는 "이제 숫자로 정부를 지칭하는 일은 끝내야 한다"며 이렇게 답변했다.   

"우리는 김영삼 정부다. 미국을 보라. 아이젠하워 정부, 케네디 정부라고 하지 않나. 7공화국이니 8공화국이니 필요없다."

이어 김영삼 대통령이 한 전 부총리에게 대북정책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하는지 물었다. 한 전 부총리의 답변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저도 교회 장로이고, 대통령도 교회 장로니까 대북정책은 예수님답게 하자. 예수님의 마음으로 하자. 예수님이 산상수훈에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지 않았나. 북한이 우리의 주적으로 돼 있지만 북한을 껴안아야 한다. 남한과 북한의 경제력은 14배나 차이난다. 우리에게 북한을 껴안을 수 있는 힘이 있다."

한완상 전 부총리의 새 책 <예수없는 예수교회>.
 한완상 전 부총리의 새 책 <예수없는 예수교회>.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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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화를 소개한 뒤 한 전 부총리는 "김영삼 대통령도 장로이고, 나도 장로이고, 이명박 대통령도 장로"라며 "그것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교회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도 지금처럼 북한을 적대하지 말고 적극 껴안으라는 우회적인 주문인 셈이다.

이날 출간된 한 전 부총리의 저서 <예수없는 예수교회>에도 마치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발언으로 들리는 대목이 있다.

"지난 60여년간 한국 개신교는 불행하게도, 너무나 불행하게도 종교적 근본주의라는 속옷에다 냉전 근본주의 신념이라는 겉옷을 덧입고 있습니다. 민족분단에서 비롯된 냉전 대결 상황에서 냉전 근본주의자들로 하여금 더욱 투철한 독선적 확신을 갖게 한 것이 바로 개신교 근본주의 신앙입니다.

그들에게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역사적 예수의 말씀이 가장 불편한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주적은 초전박살내야 하는 원수인데 그들을 사랑하라니 언어도단으로 들릴 것입니다. 그들에게 예수의 산상설교는 실천할 수 없는 허튼소리처럼 들릴 것입니다."

"93년 취임사 부정한 YS의 발언, 믿을 수 없다"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자료사진)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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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 전 부총리는 최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고 했던 취임사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후회한 것과 관련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런 얘기를 했다는 걸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전 부총리는 "당시 제가 취임사 작성팀장을 했다"며 "김 전 대통령이 후회한다고 했던 그 부분이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비전 중 하나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한 전 부총리는 "취임사를 쓸 때 거의 매일 같이 (취임사 원고를) 읽었다"며 "김 전 대통령도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는 등의 대목이)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놀라움을 나타냈다.

한 전 부총리는 "그 보도를 듣고 생각이 문제가 아니라 가슴이 무너졌다"며 "오해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출간된 <예수없는 예수교회>에는 '역사적 예수'가 사라진 한국 교회를 향해 던지는 한 전 부총리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30년 전에 출간한 <저 낮은 곳을 향하여>와 <민중과 지식인>을 잇는 책이다.

한 전 부총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장로교회와 감리교회가 한국에 있는 등 양적 성장을 거듭 해왔는데 그렇게 성장한 만큼이나 왜 교회를 향한 비판이 거세게 나오고 있나?"라고 물은 뒤 "역사적 예수인 갈릴리 예수가 한국교회에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역사적 예수'란 "밑바닥 인생의 그 억울한 고통을 함께 나누면서 그들에게 사랑과 공의의 새질서를 몸소 보여주었던 갈릴리 예수"를 가리킨다. 한 전 부총리는 "신화의 옷을 입은 교리의 그리스도"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역사적 예수'란 용어를 쓰고 있다.

한 전 부총리는 "교리의 그리스도만 있고 갈릴리 예수는 없는 오늘의 현실이 안타까워 나를 돌아보는 심정으로 쓴 고백서"라며 "<저 낮은 곳을 향하여>가 분노의 글이었다면 <예수없는 예수교회>는 가슴으로 썼다"고 말했다.

출판사측은 "목회자 없는 평신도 중심의 교회로 시작한 새길교회에서 틈틈이 전했던 메시지 가운데 이 시대에 필요한 주제들을 모아 전면 수정하여 엮은 책"이라며 "특히 수많은 책들 가운데 처음으로 인세를 받는 책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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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완상, #예수없는 예수교회, #김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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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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