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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 영훈 국제중 원서접수를 4일 남겨둔 지난 1일, 서울시교육청과 대원· 영훈 국제중이 각각 긴급회의를 거듭하는 등 비상상황에 들어갔다. 1단계 입시전형의 당락을 가르는 서류전형의 허점이 뒤늦게 드러난 탓이다.

이 같은 문제들은 지난달 28일 대원·영훈 국제중 입시설명회에 참석했던 초등학교 6학년 부장교사 130여 명이 '추천서 제출 거부'라는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들이 지적하는 국제중 입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 허점1 국제중에 낼 생활통지표가 없네

5일 국제중 원서접수 때 내야 할 필수자료는 4가지다. 입학원서, 추천서, 생활기록부 사본, 생활통지표 사본이 그것이다. 생활통지표는 초등학교 성적표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학생의 생활통지표 제출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영훈 국제중은 '지원자의 5학년 1, 2학기와 6학년 1학기' 생활통지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초등학교는 1년 전 생활통지표를 문서로 보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 장부가 아니기 때문에 5학년 것은 보관해놓지 않았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방아무개 6학년 부장은 "생활통지표 사본을 보관하고 있는 학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로 생활통지표를 출력한 학교는 통지표 데이타베이스(DB)가 남아 있다. 약간을 손질을 거치면 생활통지표처럼 출력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학교의 경우 지원 학생이 5학년 때 받은 생활통지표를 갖고 있기를 기대해야 한다. 하지만 보관하고 있어도 문제는 남는다. 학부모가 일반종이에 인쇄된 생활통지표 내용을 조작하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두 국제중은 "재발급이 필요한 생활통지표는 학교 양식으로 작성해 달라"는 내용의 문서를 최근 일선 초등학교에 전달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 허점2 생활통지표에 적을 성적이 남아 있지 없네

생활통지표 양식에 맞게 적을 성적 데이타가 남아 있지 않은 학교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체 초등학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교과부는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전산처리및관리지침에서 '교과학습발달사항'란에 중고등학교는 석차를 입력하도록 한 반면, "초등학교는 각 교과의 학습활동 진보 정도 등을 종합하여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란에 문장으로 입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초등학교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교무학사시스템에 담겨 있는 생활기록부에는 문장으로 기록된 성적만 있다. 초등학교는 문장으로 입력한 학교생활기록부 성적 이외에 등급으로 나눈 생활통지표형 성적 내용을 보관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NEIS를 통해 생활통지표를 만든 상당수의 학교엔 통지표 데이타베이스(DB) 자료가 살아 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성적을 뽑아낼 수는 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가 밝힌 것처럼 "통지표 DB 자료가 사라진 경우가 더러 있어" 복구가 쉽지 않은 상태다.

#허점 3 A, B, C, D 단계를 나눌 수가 없네

두 국제중에서 요구하는 추천서의 과목별 평가는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5개 과목에 걸쳐 A, B, C, D 4단계로 표기하도록 해 놨다. 그런데 일선 학교들의 경우 상당수가 생활통지표를 3단계(상-중-하), 또는 5단계로 내보내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럴 경우 추천서를 작성하는 담임교사의 판단에 따라 정확한 기준 없이 4단계로 조정될 수밖에 없다. 

이뿐 아니다. 일선 학교들 가운데는 단계형이 아닌 이른바 '서술식' 생활통지표만을 보내 이런 단계 구분이 무의미한 경우도 있다. 이런 학교는 국제중 추천서에 A, B, C, D 표기를 할 수가 없다. 거짓말로 표기하든지, 표기를 포기해야 한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생활통지표 양식이 학교마다 천차만별인데 1년 전 성적까지 4단계로 나누어 표기하라는 것은 교사한테 거짓말을 하라는 것"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생활통지표에 적힌 과목별 평가항목(영역)이 입학 추천서의 평가항목보다 많은 경우도 있다. 대원중 관계자는 지난 달 28일 초등학교 6학년 부장 설명회에서 "이럴 때는 유리한 항목만 적어내라"고 말해 참석 교사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지원자의 창의적 아이디어, 공동체 의식, 이타적 품성, 목표 의식 등 13개 항목에 대해 각각 4단계(탁월-매우 우수-우수-보통)로 평가토록 한 '담임과 교장의 종합평가'도 기준이 모호해 논란거리다.

학생의 품성 등을 4단계로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담임교사들도 많지 않을뿐더러 이 결과를 납득할 만한 근거 역시 부족하다. 탈락한 학부모와 학교 사이에 분쟁의 요소가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실제 국제중은 1단계 전형에서 추천서 심사만 벌인 뒤 5배수를 뽑게 되어 있어, 추천서가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원중 입시관계자도 이 부분을 인정한 바 있다.

1단계의 추천서 점수는 모두 100점으로 교과학습 발달사항(내신성적)은 55점, 담임과 교장 종합평가는 20점, 수상실적은 10점, 체험과 영어 방과후학교 활동은 10점, 출석과 봉사활동은 5점이 각각 배정됐다.

원서접수 코앞에 두고 전형방식 변경?

서울시교육청은 2일 오전 두 국제중 교장을 참석시켜 긴급회의를 열었다.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초등교육정책과 중견관리는 1일 전화통화에서 "작성이 어려운 추천서 내용에 대해서는 '작성불가'를 표시토록 하고 학부모들이 서류 내용을 보지 못하도록 '학교 대 학교'로 서류가 전달되는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서 접수를 코앞에 두고 전형방식 변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졸속 추진된 국제중이 입시전형을 둘러싼 잡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내년 3월 개교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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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국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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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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