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구단 감독, 코치들이 지난 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무제한 연장전 폐지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요구했다고 한다. 롯데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 감독들이 모두 무제한 연장승부를 반대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하다.

자정을 넘기도록 장시간 경기를 치른 후유증은 당일 경기뿐만 아니라 다음 경기 투수 로테이션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3연전 마지막 경기가 긴 연장승부로 이어질 경우, 다음날 이동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감독들의 입장을 차치하더라도, '무제한 연장승부'는 아직 시기상조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끝장승부'가 관중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끝을 모르는 야구경기... 가족 관람 권장할 수 있을까?

6월 12일의 목동구장 전광판 대한민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무박 2일 경기'를 이룬 6월 12일의 히어로즈-KIA타이거즈 경기. 목동구장에서는 위와 같은 내용이 전광판에 나와 이 날을 기념(?)했다.

▲ 6월 12일의 목동구장 전광판 대한민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무박 2일 경기'를 이룬 6월 12일의 히어로즈-KIA타이거즈 경기. 목동구장에서는 위와 같은 내용이 전광판에 나와 이 날을 기념(?)했다. ⓒ 이준혁


선수들의 생업은 다름 아닌 야구 시합이고, 연장전으로 인해 늦게 퇴근하더라도 다음날 근무(운동)는 오후에나 시작된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대부분의 관중들은 학생이나 회사원들이니 각자의 생업을 마치고 경기장을 찾았고, 다음날은 어김없이 아침 일찍 출근 혹은 등교를 해야 한다.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보다 감독들의 입장에서 연장승부에 반대하는 것에 앞서, 관중들의 입장에서야말로 무제한 연장경기가 버겁다.

직장인들에겐 오후 6시 30분까지 경기 시작시간에 맞춰 도착하는 것도 무리다. 마냥 연장전을 치른다고 하면 늦게 도착해서 경기를 보지도 못하고 돌아와야 한다.

학생들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편이 끊기는 시간이라 심야택시를 이용해서 귀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여성 팬과 가족단위 관람을 권장할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는 '종주국' 미국과 다르다

야구의 본 고장 미국은 자정이 넘도록 '끝장승부'를 낸다. KBO는 '종주국에서 이렇게 하니 우리나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올해 이렇게 성급하게 끝장승부를 도입했다. 우리나라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미국의 웬만한 도시는 지하철이 24시간 운행된다. 비록 심야시간엔 1시간 또는 30분에 한 편씩으로 배차간격이 늘어나긴 하지만, 지하철로 충분히 귀가할 수 있다. 또한 대중교통이 불편한 야구장은 주차시설이 잘 되어있어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해 야구장을 찾는다.

올해 자정을 넘긴 연장승부가 펼쳐졌을 때를 되돌아보자. 경기 시작 때 보였던 관중들 중에 연장 승부 끝까지 운동장에 남아 있던 관중이 얼마나 되었는가? 대부분 귀가를 위해 자리를 떠나야 했다. 귀가 걱정 없거나, 열정적인 야구팬 몇 백 명만 남아 자리를 지켰을 뿐이다.

TV나 인터넷으로 응원하는 팬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먼저 고려되어야 할 대상은 바쁜 시간 짬을 내서 입장권을 구입해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어야 한다.

무제한 연장전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폐지되어야 한다. 아울러 지금의 경기 진행방식도 보다 더 경기시간이 단축되어야 한다. 정규 이닝만으로도 4시간에 육박하게 되면 중계방송으로 보기도 버겁다. 그러다 보니 연장전에 들어갈 정도면, 자정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어버리는 것이다.

무제한 연장승부로 인한 관중들의 불편이나 귀가 수단을 고려하지 않은 KBO의 행정착오는 바로잡아야 한다. 아울러 그저 선수만을 염두에 둔 감독들의 반대의견에도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구단이나 선수뿐만 아니라 팬들도 다 같은 야구인이고 동업자이기 때문이다. 선수만 힘든 게 아니라 관중도 힘들다. 무제한 연장승부는 폐지되어야 한다.

프로야구 무제한연장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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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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