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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교수
 진중권 교수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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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방송 원고를 읽고 기가 막혀서 한 마디 안 할 수 없네요. 제대로 된 고용창출 얘기는 없고, 기껏 내놓은 게 해외자원봉사와 워킹홀리데이입니다. 이게 고용대책? 거의 개그수준이죠. 이명박 학생, 데모하다 징역 살고, 군대는 폐가 나빠 면제. 이런 포트폴리오 들고 직접 일자리 구하는데 나서보면 어떨까요?"

대표적 진보논객인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청년실업 위기대응을 설파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진중권 교수는 1일 저녁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 '이명박 학생 포트폴리오'를 통해 이 대통령의 청년실업 해법을 질타했다. 

진 교수는 "이명박 학생, 데모하다 징역 살고 군대는 폐가 나빠 면제. 이런 포트폴리오를 들고 직접 일자리를 구하는데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라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제대로 된 고용창출 얘기는 없고 기껏 내놓는 정책이 해외 자원봉사와 워킹홀리데이냐"라고 꼬집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시직으로 일할망정 지방 중소기업에는 취업하려 하지 않는다'고 청년계층을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지방에 내려가면 일자리가 얼마든지 있는데 요즘 애들이 군기 빠져 냉난방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 있는 일자리도 마다한다는 이야기죠"라고 비꼰 뒤 "대통령 각하, 서울에만 일자리가 없는 줄 아나 본데 지방에서라도 뽑아만 준다면, 이력서 들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 젊은이들이 아마 몇 개 군단 병력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워킹홀리데이' 3만개 확대방안과 관련해서도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취업이 아니라 돈 없는 집 어학연수"라며 "열심히 워킹홀리데이로 영어실력 쌓고 와도 이 땅에서 취업할 데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대통령에게) 당장 실업에서 해방시켜 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은 힘들어도 희망은 있어야 하지 않는가"라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으면, 그런 비전 정도는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진 교수는 "고작 내놓은 발상이 '대운하면 어떻고 4대강 정비면 어떠냐' 이거저거 가릴 것 없이 일단 공사판 벌여놓을 테니 냉난방 되는 곳에서 호강할 생각 말고 밖에서 고생할 생각이나 하라는 것인가"라며 "그러는 대통령 아들께서는 사돈기업에 취직하시더구만...한국타이어는 냉난방도 안 되나?"라고 이 대통령의 외아들 시형씨의 한국타이어 입사를 꼬집어 비판하기도 했다.

청년실업과 관련된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에 대해서는 인터넷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누리꾼 'haeorm'은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에는 상당 부분 어폐가 있다"며 "요즘 같은 경제 위기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붕괴되는 중소기업의 참상을 지켜보고 있는 청년들에게 신발끈 단단히 매고 눈높이를 낮춰 생산현장에 투신하라면 어느 꺼벙한 젊은이가 대통령 말씀에 따라 언제 망할지, 언제 퇴출당할지 모르는 회사에 입사하겠냐"고 질타했다.

그는 "몇달 하다 집어치울 알바 자리도 아니고 당장 용돈 벌게 해준다고 해서 아무데나 뛰어들겠냐"며 "대통령께서 제시한 청년실업 해소 프로그램은 교육적 가치는 있을지 모르나 근본적인 실업대책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내놓아야 할 청년실업 대책은 '튼튼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며, 중소기업이건 대기업이건 청년들이 도전할 가치가 있는 기업들이 많이 육성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블로거 '낮은표현'도 "대통령 말은 청년들에게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뛰어들라는 것"이라며 "청년들이 중소기업으로 가지 않는 것은 대통령이 지적하는 것처럼 편하고 쉬운 일자리를 찾아서가 아니라 불안정하고 저임금의 일자리를 잡아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1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냉난방이 잘되는 사무실에서 하는 경험만이 경험은 아니다"며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며 얻는 경험이 더 값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신발 끈을 조이고, 어디든 용기 있게 뛰어들어야 할 때"라며 "상황을 탓하며 잔뜩 움츠린 채 편안하고 좋은 직장만 기다리는 것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극히 일부 젊은이들의 얘기겠지만 '임시직으로 일할망정, 지방 중소기업에는 취업하려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젊은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긴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명박 학생 포트폴리오'
진중권 교수가 진보신당에 올린 글 전문
오늘 아침에 했다는 방송의 원고를 읽고 기가 막혀서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네요. 아무리 눈 씻고 봐도, 제대로 된 고용 창출에 관한 얘기는 하나도 없네요. 그러면서 기껏 내놓는 얘기가, 해외자원봉사와 워킹홀리데입니다. 이걸 고용대책이라고 내놓다니, 이 정도면 거의 개그 수준이죠. 그런데 청와대산 개그는 실없이 웃다가 마지막에는 서글퍼지는 특징이 있어요.

쉽게 말하면, 지방에 내려가면 일자리가 얼마든지 있는데 요즘 애들이 군기가 빠져 냉난방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 있는 일자리도 마다한다는 얘기죠? 이 정책의 유일한 근거가 자기가 사석에서 들었다는 '일화'입니다. 대통령 각하, 지금 서울에만 일자리가 없는 줄 아나 봅니다. 지방에서라도 뽑아만 준다면, 이력서 들고 오지라도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 젊은이들이 아마 몇 개 군단 병력은 될 겁니다.

그리고는 '워킹 홀리데이'를 말씀하시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취업이 아니라, 돈 없는 집 자식이 어학연수를 받는 방식의 하나인 것 같아요. 도대체 워킹 홀리데이 비자가 얼마 짜리죠? 반 년? 아니면 1년? 그 반년 혹은 1년 동안은 국내의 실업통계로 잡히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그 기간 동안 열심히 워킹 홀리데이 해서 영어 실력을 쌓아 돌아와도, 이 땅에는 받아줄 데가 없어요. 그게 문제지요.

그러니 해외로 취업을 나가라구요? 대통령 말씀하신 것처럼 선진국은 청년실업률이 대한민국보다 더 높아 10%라면서요? 국내에서도 일자리를 못 얻는 젊은이들이 머나먼 외국에서, 그것도 사정이 대한민국보다 더 어려운 나라에서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구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게다가 자기 나라 젊은이들 일자리도 못 주는 나라에서 외국인들에게 취업 비자나 제대로 내줄까요?

후진국으로 가면 된다구요? 그래서 각국의 글로벌 리더로 보낸다구요. 노회찬 대표가 영상에서 계산한 것처럼 한 달에 60만원 남짓 받고 봉사 활동 가는 것을 과연 '취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게다가 그 기간은 얼마나 됩니까? 봉사도 좋지만, 영원히 봉사만 하며 살 수는 없는 일, 그 젊은이들도 빨리 돌아와 일자리를 찾아야 하지 않나요? 실업통계에만 안 잡히면 실업이 아닌가요?

당장 실업에서 해방시켜 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지금은 힘들어도 희망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대통령 자리에 올랐으면, 그런 비전 정도는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국민들 세금 받아서 어디에 쓰나요?고작 내놓은 발상이 '대운하면 어떻고, 4대강 정비면 어떠냐', 이거저거 가릴 것 없이 일단 공사판 벌여놓을 테니, 냉난방 되는 곳에서 호강할 생각말고 밖에서 고생할 생각이나 해라?

그러는 대통령 영식께서는 사돈기업에 취직하시더구먼.... 근데 한국 타이어는 냉난방도 안 되나?

툭하면 자기 성공담 늘어놓습니다. (예, 이명박 대통령이 입사했을 때 그 회사는 80명 남짓의 중소기업이었지요? 그리고 그 회사 떠나자마자 바로 도산했지요.) 6~70년대야 한국이 개발도상국, 정신 없이 성장하느라 거의 완전고용 상태였지요. 그때랑 지금이 상황이 같나요? 그런 의미에서 실험을 한번 해 보지요. 이명박 학생, 데모하다 징역 살고, 군대는 폐가 나빠서 면제. 이런 프토폴리오를 들고 한번 직접 일자리 구하는 데에 나서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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