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미화씨가 4일 오후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방송사 공동파업 시민문화제 '여의도의 눈물'에서 파업중인 언론노동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방송인 김미화씨가 4일 오후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방송사 공동파업 시민문화제 '여의도의 눈물'에서 파업중인 언론노동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 권우성


[기사수정 6월 4일 4시]

"국민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지만, 정치인은 아니다. 파업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게 국회의원의 몫이다. 모든 언론인이 그렇다고 하는데, 그 목소리도 들을 줄 알아야 하며, 언론사 파업을  '불법 정치파업'이라는 한마디로 재단할 수 없다."

최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언론사 파업을 '불법 정치파업'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김미화씨가 입을 열었다.

지난달 30일 기자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위해 김미화씨를 만난 곳은 CBS 목동 사옥에서다.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 폄하 논란'이 불거졌을 때다. CBS <김미화의 여러분>을 진행하고 있는 김씨는 이 논란에 대해 "김연아씨를 깎아내리려 한 것은 아니고 찬반양론이 있었다"면서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다루고 싶었는데, 개인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청취자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느낀 분들이 계신다면 미안하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미화씨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시사프로그램과의 인연과 사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 그리고 방송사 파업에 대한 생각 등을 솔직하게 밝혔다.

인터뷰중인 김미화 김미화씨는 현재 CBS의 시사프로그램 <김미화의 여러분>을 진행하고 있다.

▲ 인터뷰중인 김미화 김미화씨는 현재 CBS의 시사프로그램 <김미화의 여러분>을 진행하고 있다. ⓒ 이영광


다음은 개그우먼 김미화 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피겨선수 김연아씨에 대한 폄하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방송을 통해 사과를 하셨는데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부탁합니다.
"저희 프로그램 '황상민의 심리추리'라는 코너에서였습니다. 방송을 다시 들으시면 아시겠지만, 김연아 선수가 교생실습 나간 게 쇼라는 지나친 표현이 있었습니다. 김연아씨 팬들이 '어린 선수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상처가 될 수 있다'고 해서 제가 다시 몇 번을 들었어요. 생방송 중에는 잘 하려다 보니 의도와는 상관없이 지나치게 표현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김연아씨 아버지와 제가 친해요. 연아씨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통해 서로 풀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 이름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언론에 오르내리는 게 불편한 일이지요. 김연아씨를 깎아내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분위기랄까, 그 부분에 찬반양론이 있었어요.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다루고 싶었던 부분인데, 김연아씨 개인에게 화살을 돌렸다는 느낌으로 들으신 분들이 있었어요. 그런 의도가 아니었던 만큼 한 분이라도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한 거죠."

- 시사프로를 진행한 지도 9년 정도가 되셨습니다. 어떻게 시작하셨습니까?
"당시 MBC의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많은 청취자에게 사랑받으며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저녁 시간에도 직장인들이 딱딱하지 않고 말랑말랑하게 들을 수 있는 시사프로를 만들고 싶은데 진행자도 부드러웠으면 좋겠다면서 PD가 저를 섭외했죠. 시사프로라는 타이틀에 대해 겁이 나서 도망도 다녔는데 운명적으로 하게 됐습니다. 시사프로를 진행하면 정치문제에 대해 여와 야의 입장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진행자는 반대편에서 물어봐야 해요. 그러면 반이 싫어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런 문제로 시사프로를 맡기가 조심스러웠지만, 나중에 제가 코미디를 더 잘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경험을 쌓기로 했던 겁니다. 코미디언은 이것저것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게 좋거든요. 하다 보니 이것도 내 운명인가보다라는 생각에 열심히 했는데, 8년간 별 탈 없이 진행했습니다."

- 후회한 적은 없었어요?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제가 선택한 길인 걸요. 진행 제의가 왔을 때 안 했다면 모를까, 제가 하겠다고 했으니까 모든 게 제 책임이죠. 제가 지금 코미디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코미디언이 아닌 게 아니고, 시사프로를 하게 된 것도 코미디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하게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억울한 그분들이 거기 있기에 내가 그곳을 찾는 것"

-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매일 방송을 해서 기억에 남는 일, 특히 정치인에 대해서는 없어요. 사회복지 쪽 공부를 했기 때문에 제 목소리를 통해 혹시라도 좌절하거나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이 생각을 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지니고 있었죠. 실제로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MBC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할 때였죠. 한 청취자가 SNS를 통해 자기 아는 사람이 자살하려고 차를 타고 가다가 제 목소리를 듣고 맘을 돌린 후 삶을 다시 찾았다면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해줬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감사한지 '내 바람대로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행복했습니다. 시사프로그램을 하는 것도 제 인생의 발자국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몇몇 사람들은 김미화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업그레이드됐다느니, 인생의 유턴을 했다고 이야기하는데 동의할 수 없습니다. 시사프로그램 진행도 내 인생의 발자국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제주 강정마을, 평택 쌍용차 등 분쟁이 있는 곳엔 꼭 계시던데, 언제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셨나요?
"상당히 오래됐어요. 제가 한국의 유니세프 특별대표인데 유니세프하고는 인연이 깊어요. 가장 오랜 세월 동안 제가 연관된 곳이지요. 여성단체나 환경운동을 하는 녹색연합, 나눔의집 홍보대사, 일본군 강제위안부 대책협의회 홍보대사, 인권위 홍보대사도 했잖아요. 제가 알려진 사람이기 때문에 저를 필요로 하는 단체는 어디든 달려가서 도움을 드리는 편입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 중엔 어느 한 분야에 관심을 두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한 분야만을 고집하진 않습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자리가 있다면 그 어떤 자리든 마다치 않고 봉사하고, 작은 제 봉사가 도움됐다면 그걸로 고맙다고 생각했어요.

외국은 유명인이든, 정치인이든 어려운 사람에게 다가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우리는 '소셜'과 '폴리'라는 영어 단어의 의미가 혼재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사회적인 것을 정치적으로 보고, 정치적인 것을 사회적으로 보다 보니 유명인이 어려운 사람 곁에 있는 것에 대해 이상하게 보는 시각이 있어요. 외국과는 정반대 현상이죠. SNS를 통해 많이 노출된 것이지, 제 삶의 태도가 갑자기 바뀐 것은 아닙니다. 예전부터 제가 정해놓은 길을 가는 중입니다. 그렇게 가는 길에 정권도 바뀌고,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었죠. 또 할 이야기가 많아졌을 뿐 저는 항상 그 자리에 있습니다. 나무처럼요."

인터뷰중인 김미화 김미화씨는 어린 시절 "내가 코미디언이 되어 어려운 분들을 도왔으면 좋겠다"라는 나눔 희망을 지녀왔다.

▲ 인터뷰중인 김미화 김미화씨는 어린 시절 "내가 코미디언이 되어 어려운 분들을 도왔으면 좋겠다"라는 나눔 희망을 지녀왔다. ⓒ 이영광


- 계기가 있나요?
"계기가 있는 건 아닙니다. 어려운 동네에서 자랐습니다. 제 아버님은 폐병으로 집안에서 투병중이었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대신해 보따리 장사를 하셨습니다. 그런 상황이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저에게 애정을 나눠주셨어요. 어릴 때부터 어려운 사람을 많이 봐서 그런지 '내가 코미디언이 되면 저런 분들을 도울 수 있을 텐데'라는 바람을 지녔죠. 인생의 목표를 정해놓고 그것을 성취하기가 쉽지 않은 편인데, 그런 면에서 저는 행복한 사람이죠. 방송에 제 인생 모두를 걸었고 KBS <쇼 비디오 자키>의 한 코너였던 '쓰리랑부부'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사람이 어떤 것을 너무 사랑하다가 배신을 당하면서 그 미움이 크잖아요. KBS 블랙리스트 때 서운함을 크게 느꼈습니다."

- 요즘 아픔이 있고 억울함과 분노가 있는 곳에 자주 얼굴을 내비치고 계시죠?
"느끼는 대로 사는 거죠. 요즘 우리 사회에 분쟁이 많아졌죠. 방송사 파업이나 제주 강정마을 문제, 쌍용차 해고 노동자, 용산 참사 등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많아요. 이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분이 그곳에 있는 거고, 저 역시 그곳에 가는 겁니다. 해결됐다면 제가 그곳에 왜 가겠어요. 너무 오랜 시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보니,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억울함은 쌓여만 가고 목숨까지 잃는 분들이 많은 거죠. 그런 우리 사회에 화가 나는 겁니다.

비정규직 문제도 그래요. 비정규직이라고 이름 붙여져서 그렇지, 한 다리 건너면 비정규직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문제들이죠. 정치권에서는 정치 논리만으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해결방법조차도 정당이나 정파에 따라 유불리를 따지잖아요. 그렇게 하면 나중에 우리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지는데도 불구하고요. 제가 유명해서 관심을 두는 게 아니고 시민이라면 모두 관심을 둬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유명하니까 제가 나서면 사람들이 '저 문제는 뭐야'라고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거죠."

- 분쟁이 있는 곳에 다니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당장 어려움에 당장 처해있는 사람들이 눈앞에 있는데 아무것도 해줄 게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슬픔이 밀려오죠. 내색도 할 수 없어요. 그분들은 하루하루 겪는 현실이고 저는 위로밖에 해 드릴 수 없는 위치니까 눈으로 보면 힘들어요."

- KBS, MBC, CBS에서 방송하셨잖아요. 방송사마다 특징이 있을 것 같습니다.
"공영방송인 KBS의 조직문화는 공무원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일선 PD들조차도 위에서 내려오는 일에 대해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일들이 있어 제가 문제 삼았던 겁니다. 제가 특히 문제삼았던 블랙리스트로 KBS와 큰 다툼이 있긴 했지만 제가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위에서 왜곡된 시선으로 사람을 평가하는데 그런 것을 어떻게 일선 PD가 비판 없이 할 수 있었느냐는 이야기였습니다.

MBC는 따뜻한 방송이었죠. PD들에게 고마운 것은 저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 MBC PD들 전체가 방송국 복도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습니다. '나는 지금 MBC를 그만둬도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게 참 고맙다'는 느낌이었죠.  방송을 지키는 일 중에 제 문제는 작은 모티브였겠지만 그래도 제 이름이 역사적인 현장과 피켓팅 시위에 쓰였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죠.

CBS는 뉴스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방송입니다. 뉴스의 역사로 따지면 CBS가 깊죠. 제가 MBC를 그만두고 7개월 정도 쉬었는데 쉴 때 여러 방송에서 제의가 있었어요. 그래도 제가 인기가 있잖아요(웃음). 그럼에도 제가 CBS를 선택한 것은 바른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해왔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에 이런 방송이라도 없었다면 숨구멍이 하나도 없는 답답함을 느꼈을 거예요."

'나꼽살' 멤버 출연으로 방통심의위로부터 '주의'...CBS 재심 청구한 상태

- CBS <김미화의 여러분>이 '나는꼽사리다' 멤버 출연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주의'를 받았는데 이후 어떻게 되었나요?
"방송심의에서 주의는 방송국 재허가를 받을 때 영향력을 미칩니다. 그런 면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생긴 이래 자체 심의를 통해 저희 프로그램을 콕 찍어 '주의'를 줬다는 건 큰 사건이죠. CBS가 재심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재심도 주의 조치를 결의했던 그 심의위원들이 다시 모여서 한다는 점이죠."

- MBC파업이 120일이 넘었잖아요. MBC 파업을 어떻게 보세요?
"이런 게 답답한 거죠. 방송사 파업은 국가적인 재난이에요. 근데 마치 이걸 개인 방송사의 일인 양, 정치권에서는 슬쩍 넘기고 있거든요. 그러나 언론인이 파업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는 하루아침에 그걸 접을 것이라는 생각은 말아야 해요. 서로 진심이 통하는 해법이 나와야죠. 국회가 개원도 했기 때문에 국회의원끼리 치열한 논쟁을 거쳐 해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파업'으로 규정했는데 해법이 나올까요?
"그렇게 보는 의원도 있지만, 파업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게 국회의원 몫이죠. 정권에서 사장을 낙하산으로 떨어뜨린 게 문제잖아요. 모든 언론인이 그렇다고 하는데 그 목소리도 들을 줄 알아야죠. 그것을 꼭 불법이라고 규정지어서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죠. 그게 정치인의 위치죠. 국민은 다 다르게 볼 수도 있지만, 정치인은 아니죠. 방송이 제대로 안 되면 국민에게 제대로 된 뉴스를 보여줄 수 있나요? 마음이 불안해서 제대로 즐길 수도 없죠. 방송은 공적 재산이잖아요. 그렇게 한마디로 재단할 수는 없지요."

- 지난 4월,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폭로했는데 그 이후 국정원 반응은 없었나요
"국정원에서 저를 고소하겠다고 했었지요. 그래서 박원순 시장의 예도 있듯이 국가기관은 개인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트윗을 통해 말했었죠. 이후 국정원 직원 개인의 이름으로 고소하겠다고 하길래, 제가 국정원 개인 이름을 특정하지 않았는데 인정하는 거냐"고 하자 잠잠해졌어요. 이상하게도 총선 끝나니까 잠잠해졌더라고요."

- 끝으로 <오마이뉴스>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시민이 만드는 언론이기 때문에 저는 사랑합니다. 시민이 뉴스를 만드는 시대잖아요. SNS에서 자기 의견을 쓰는 곳도 다 1인기자인 셈이죠. 그런 면에서 <오마이뉴스>는 선두주자죠. 더 치열하게, 더 바른 뉴스를 전달해줬으면 합니다."

김미화 김연아 MBC파업 나꼽살 김미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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