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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대두되면서 총선에도 기후 문제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 당은 공약과 후보로 기후 위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보여주고 있다. 그중 녹색정의당은 <파란지구 빨간하늘> 저자이자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 내온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을 1호 인재로 영입해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웠다.

조천호 후보의 출마의 변과 함께 기후 위기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5일 조천호 후보와 전화 인터뷰 진행했다. 다음은 조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조천호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조천호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 초천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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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선거운동 시작한 지 9일째입니다. 사전 투표가 오늘(5일)부터 시작됐죠. 여러 지역 다니실 텐데 어떠세요?

"녹색정의당 지지율이 높지 않잖아요. 때문에 거리에서 호응이 좋다고 볼 수는 없어요.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후 위기에 민감하고, 기후 위기 대응 중심으로 투표하려는 유권자를 의미하는 '기후유권자'가 3명 중의 1명이라고 하죠. 이 기후 유권자가 다 어디에 있을까란 질문이 거리 유세하면서 떠올라요. 아직 녹색정의당이 기후유권자를 정치적으로 뭉치게 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네요. "

- 녹색정의당 비례대표로 출마하셨잖아요. 출마한 이유가 있을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기후 위기는 점점 더 강해지고 명백해지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기후 위기는 카산드라의 저주에 걸려있는 것 같아요. 그리스 신화의 카산드라는 트로이에 목마를 들이면 위험하다고 예언했지만, 시민을 설득할 수 없어 결국 트로이가 멸망했잖아요. 과학자가 기후 위기를 전망하지만,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정치를 통해 카산드라의 저주를 깨보려고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치에서도 잘 안 되네요."

- 원래 정치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진보 정치에 관심이 있어요. 정의당은 노동을 기반으로 한국 사회의 정의와 불평등에 애써 온 정당이죠. 그리고 녹색당은 기후나 다양성처럼 새로운 진보 이슈를 다뤄왔고요. 이 두 당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 녹색정의당에 영입된 거잖아요. 처음에 영입 제의가 왔을 때 어땠나요?

"정의당과 녹색당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두 당이 합쳐지면 당원이 돼야겠다'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번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이 출범하게 되었죠. 그리고 녹색정의당에서 영입 제의가 있어 흔쾌히 받아들였어요."
 
조천호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조천호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 조천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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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라고 해요. 후보님은 대기과학자로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내셨잖아요. 후보님은 어떻게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원래 저는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전 세계 날씨 예측하는 시스템 개발하는 업무를 했어요. 그런데 2005년 안면도에 있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감시센터로 발령이 났어요. 그곳에서 온실가스를 측정하여 분석하고 추적하는 일을 했어요. 온실가스 측정 자료에서 농도 상승이 뚜렷하게 드러났는데 이것이 제게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저의 인생이 그 전에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기후연구 방향으로 이끌리게 되었죠."

- 기후 위기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나요?

"전 세계가 기후 위기라는 열병을 앓고 있죠. 지구가 열병 앓는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지구를 착취하면서 자신의 몫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와 자원 쓰며 살아가기 때문이죠.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에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런 식으로 살아가는 소수의 사람 탓이죠.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을 뿜어내죠. 지구는 전 세계 80억 인구를 배부르게 먹이고 그 모두에게 필요한 생필품 공급할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도 이 세상에 결핍이 있다면 기득권 정치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성장을 못 해서가 아니죠. 이 세상의 결핍은 이 세상이 정의롭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어요."

- 지금 기후 위기에서 가장 문제는 뭘까요?

"지금 우리 세대는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최후 세대이자 최선의 세대입니다. 기후 위기는 어린 세대가 막을 수 있는 위기가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중단하지 않으면,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기후변화로 더 큰 위험에 빠지게 돼요. 기후 위기는 우리가 함께 극복해야 해요. 그런데 우리 정치는 증오와 혐오를 이용해 우리를 갈라놓고 있죠. 결국 지구를 지켜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져 갑니다. 기후 위기에서 진짜 위험은 기득권 정치인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데 있어요."

- 원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윤석열 정부는 현실을 고려해 '해본 걸 더 하고 안 해본 건 덜 하여 실현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하죠. 즉, 핵발전은 더하고 재생에너지는 덜하여 기후 위기 대응한다고 합니다. 핵발전 사고, 핵폐기물 등의 위험을 뒤로 감춘다면 핵발전도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모든 걸 다하자'에 포함될 수 있어요. 그런데 핵발전은 '위험과 혜택'뿐만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비용과 효과' 측면도 고려해야 해요.

우리나라는 유엔 IPCC 6차 평가보고서에서 가장 비용 효율적 수단이라고 평가한 재생에너지는 홀대하면서 비싸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핵발전 확대에만 목을 매고 있죠. 그러나 2023년 새롭게 만들어진 전력 중 핵발전은 태양과 풍력의 발전 설치량에 100분의 1밖에 되지 않았어요.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이유는 재생에너지가 핵발전에 보다 시장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이에요.

전 세계 발전량 중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6년 17.5%에서 2020년 10%로ᅠ감소하였어요. 2017년부터 착공한 원자로 31기 중 27기가 러시아나 중국 설계로 돼 서구 선진국은 시장 주도권을 잃었어요. 핵발전소를 늘리는 나라는 주로 중국, 러시아와 인도 등이죠. 이들 나라는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핵발전 시장이 아니에요. 그 밖에 동유럽과 중동 국가들이 핵발전을 하려 하지만 이 시장이 주류가 될 수는 없죠.

그래서 핵발전 수출 시장이 수백조 원이라는 정부·여당의 주장도 희망 사항에 불과해요. 이제 핵발전은 서구 주류 시장에서 퇴조하고 있어요. 일본의 미쓰비시가 터키에서, 히타치와 도시바가 영국에서 수주한 핵발전소 사업을 포기했죠. 이미 투자한 수조 원은 매몰 비용으로 처리했어요. 이는 계속 진행할수록 더 큰 손실이 예상되었기 때문이죠."

- 근데 윤석열 대통령은 태양광 이권 카르텔이 문제라고 하찮아요.

"이 세상에 문제없는 사업이 어디 있겠어요. 정부 여당은 지난 정권을 심판한다는 명목으로 태양광 이권 카르텔이라는 프레임을 이미 만들어놓고 온갖 사소한 문제를 트집잡고 있어요. 또한 재생에너지 확산이 어려운 문제와 현실에만 골몰하고 있어요.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꼴찌 수준인 우리나라가 이것저것에 발목잡혀 에너지 전환을 늦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이에요.

우리나라는 전자, 기계, 화공 등 산업으로 먹고살죠. 이런 산업을 시작할 때는 정부가 연구와 금융 등에 대해 지원했죠. 지금 이 산업들은 스스로 연구소를 운영하고 물건을 만들어 영업 활동을 하고, 이익을 내고 있죠. 그런데 핵 발전소는 1970년대 말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섰죠. 그 후 40여 년이 지났는데도 민간 기업은 자기 비용과 위험 감수하며 핵발전소를 건설하지 않잖아요. 엄청난 공적 자금으로 연구소가 운영되고 핵발전소가 지어지고 있죠. 핵발전이 그토록 엄청난 이익이 나는 노다지 시장이라면 왜 우리나라 핵발전 기업들은 자력으로 해외 진출을 하지 못하고 정부의 공적 자금에 의존하려 할까요? 핵발전이 우리 사회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핵발전을 지원하는 형국이에요. 

실제로 태양광 이권 카르텔이 아니라 핵발전 카르텔이 문제인 거죠. 엄청난 정부 정책과 막대한 공적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핵발전 계의 요청과 이에 응답하려는 정치 세력이 뭉쳐진, 즉, 핵발전 카르텔이 문제인 거죠.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재생에너지의 미래 전망에 대해서는 눈감고, 난제와 한계만 강조하며 즉각 대응을 회피하고 있어요."

-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도 기후 위기에 대한 공약 낸 거로 아는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두 정당 공약은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 대응에 어떻게 참여할지에 대한 전략을 주로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경우, 양립하기 힘든 핵발전 진흥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동시에 속하고요. 더불어민주당은 핵발전에 대한 공약은 겉으로 드러내 놓지 않았어요."

- 그럼, 녹색정의당의 공약은 뭔가요?

"녹색정의당은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기후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을 공약에 담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재생에너지 확대 통한 더 나은 공동체 건설이에요. 태양과 바람을 이용한 에너지는 지속해서 공공의 부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그 지역 자연에서 얻게 되므로 지역 주민에게 최우선으로 그 혜택이 돌아가야 해요. 에너지 전환 때문에 일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지만, 이를 대체하는 저탄소 산업은 질 높고 더 많은 일자리 만들 수 있어요. 

2050년 탄소 중립 목표 도달을 위해 '재생에너지 종사 노동자'가 약 100만 명 필요합니다. 이 녹색 일자리는 전국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있죠. 즉, 정의로운 전환이란 재생에너지 분야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통합과 빈곤 척결 같은 사회적 목적 달성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재생 에너지 전환의 수용성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어요. 또한, 재생 에너지 시스템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해요. 지역 재생에너지 개발에는 지역 주민의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지자체와 주민 모두가 그 지역의 에너지 생산에 참여하게 되죠. 주민은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어 지역 공동체의 연대와 협력이 강화됩니다. 결국 재생에너지는 지역 자립과 주민 자치를 지원해요."

- 기후 위기를 해결하려면 국회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세요?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제도가 필요해요. 이것은 정치가 해야 하는 일이죠. 이를 위하여 입법권과 예산심사권을 가진 기후 위기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요. 당장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는 기후 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해요. 재생에너지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인지 도태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열쇠이기도 합니다. 기후 위기 대응은 우리나라 스스로 정한 과제가 아니죠. 유엔 차원 국제 정치적 합의뿐만이 아니라 세계 주류 시장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우리 외부로부터 강제되는 새로운 질서인 거죠.

전 세계 경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어요. 앞으로 물건을 수출하려면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해야 하고, 화석연료를 이용해 물건을 생산하면 관세를 물리려고 합니다. 국회가 이에 대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데 우선해야겠죠. 우리의 에너지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수출 위주의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부닥치게 될 거예요. 우리가 재생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기후 위기 이전에 경제위기가 먼저 찾아오게 될 거예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트렌드가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이죠. 이 패러다임의 변화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하면 우리 산업은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 어제(4일) 녹색정의당 지도부가 광화문에서 국민에게 사과했는데 그건 어떻게 보셨어요?

"녹색정의당은 모란 공원에서 이번 총선 출정식을 했습니다. 노회찬 의원, 전태일 열사, 백기완 선생님, 임보라 목사님 그리고 오재영 님께 참배했습니다. 우리나라 진보를 위해 헌신하셨던 분들 앞에서 현재 녹색정의당 처지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살아가는 일이 그저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되는 이 슬픈 세상과 현재 녹색정의당의 처지가 비슷하다고 여겨요. 우리가 슬픔의 공동체임을 깨닫게 될 때, 그런데도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되고 비로소 행복을 채울 수 있죠. 거짓 희망에 기대지 않고 슬픔의 공동체를 행복으로 채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 왜 녹색정의당을 찍어야 하는지 말씀 해주세요.

"사회 밑바닥에 있는 모든 부와 자원을 흡수해서 꼭대기로 끌어 올리는 불평등한 시스템은 자연도 사회도 함께 붕괴로 몰아가죠. 우리가 이 세상을 정의롭게 바꾸지 않는다면, 기후 위기가 이 세상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에요. 정의 없이는 기후 위기를 돌파할 방법이 없어요. 이것이 바로 국회에 녹색정의당이 있어야 할 이유이지요. 그러므로 고작 국회에서 정치적 소수 세력으로 살아 남아 있는 것이 녹색정의당의 운명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언젠가 우리나라가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공동체가 되었을 때, 그 중심 정치 세력은 분명 녹색정의당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 중복 게재합니다.


태그:#조천호, #녹색정의당,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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