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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김지은·권박효원·남소연 기자

<제7신: 11월 28일 오후 2시>

네티즌, "백악관 서버를 다운시켜라"
사이버테러 등 온라인 반미시위 열기 후끈


▲ 현재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고 있는 '백악관 서버 다운시키기' 페이지. 상단에 "미대사관 방법데이'라고 이름붙인 다음 테러일을 명시하고 있다.
ⓒ 웹페이지 갈무리

'백악관 서버를 다운시켜라'

네티즌 사이에 위와 같은 '지침'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5일께부터 온라인을 통해 두 여중생을 추모하고 미군재판 무효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촉구하는 표시인 근조리본달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데 이은 두 번째 네티즌 항의시위다.

이는 여중생 사건 해결과 개정운동에 네티즌이 적극 나서기 시작했음을 뜻하는 것으로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현재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백악관 서버 다운시키기'에 동참을 호소하는 글과 이에 관한 방법을 설명한 글들이 퍼져나가고 있다.

내용은 "http://my.netian.com/~xgen/FuckingUSA.htm"이란 주소를 주소창에 복사한 후 엔터를 치라는 것. 위의 주소로 들어가면 상단에 미군의 장갑차에 치어 사망한 고 신효순·심미선양의 영정사진과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내용이 뜬다. 그리고 하단에는 미 백악관 홈페이지가 연결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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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조리본(▶◀)은 서양식
우리식 삼베상장(▦)을 달자!"

'근조리본달기' 운동에 이어 '삼베상장(▦)달기' 운동이 퍼져나가고 있다.

국내 최대 이용자 수를 확보하고 있는 온라인 인스턴트 메신저 MSN 사용자들이 자신의 대화명 옆에 항의표시로 달던 근조리본이 28일부터는 상장표시(▦)로 바뀌었다.

이는 "리본은 서양식이니 우리식 삼베문양을 달자"는 네티즌들의 자발적 의견에서 나온 방법이다. ID가 '쫀정'인 한 네티즌은 "이번 주부터 근조리본달기운동에 동참하다가 오늘 이런 의견을 보고 삼베문양으로 바꿔달았다"며 "앞으로도 여중생을 추모하고 SOFA 개정에 찬성하는 의미로 이런 사이버 시위에 계속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사이버 항의시위는 직장 때문에 거리시위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는 회사원이나 인터넷의 주된 사용자인 대학생 층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 김지은 기자
이 주소의 페이지에는 한번만 띄워놓으면 자동 '새로고침'을 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한꺼번에 수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동시 접속하면 백악관 서버를 다운시킬 수 있다는 계획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사이버테러 '묘안'은 올해 초부터 인터넷 신조어인 '아햏햏'체를 퍼뜨린 근원지인 디시인사이드(dcinside.com) 이용자들로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이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위의 주소를 통해 '미대사관 방법데이'라고 이름붙인 다음 사이버테러 일시를 오는 '12월 1일 정오'로 명시해 앞으로도 계속 사이버 항의를 할 뜻을 밝혔다. 따라서 이와같은 네티즌 항의시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시는 직접사과하고, 김 대통령은 경찰청장 파면하라"
작가회의 여중생 사망사건 관련 성명서 발표

▲ 11월28일 오전11시 작가회의 사무실에서 열린 '여중생 사망사건' 관련 기자회견.
ⓒ홍성식 기자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은 한국민에 대한 철저한 유린이며, 한국인을 식민지 백성으로 간주하는 미국의 무자비한 폭거다. 부시 미대통령은 즉각 직접 사과하고, 김대중 대통령은 시민들의 시위를 폭력으로 진압한 이팔호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라."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현기영·이하 작가회의) 소속 1052명 문인들이 후안무치한 미국의 태도와 한국정부의 굴욕적인 사대주의에 분노했다. 작가회의는 11월28일 오전11시 마포구 아현동 사무실에서 현기영 이사장과 강형철 상임이사, 김영현 자유실천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주한미군 범죄의 무죄평결에 대한 한국 문학인 1052명의 견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현기영 이사장은 "인륜과 인간에 대한 폭거를 저지른 미국의 행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 기회에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말로 비통한 마음과 함께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이번 작가회의의 여중생 사망사건 관련 성명발표는 여러 가지 면에서 특기할 만하다.

사회적 관심사안에 대해 통상 작가회의가 발표하던 정돈된 어조의 성명서와는 달리 (미국과 미군에 대해) '기만적인 재판놀음' '적반하장의 태도' '이러고도 감히' '오만방자한 특권'이라는 등의 극단적인 언어가 사용되고 있고, 현정부와 법무장관을 향해서도 '굴욕적인 저자세' '(미국의)눈치를 살피기에 급급'이라는 말로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이는 이번 사태를 접한 작가회의 소속 문인들의 애통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성명서 뒤에 작가회의 소속 문인 1052명의 이름을 모두 실은 것도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87년 전두환이 주도한 4·13 호헌조치를 공박하는 성명서 이후로 소속 회원 모두의 연명(連名)으로 성명서가 발표된 것은 15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것이 강형철 상임이사의 설명.

이번 성명서가 담고 있는 내용의 핵심은 3가지. 첫째, 부시 미 대통령이 한국민에 대해 직접 사과하라는 것. 둘째, 미국과 한국정부 공히 불평등한 SOFA의 전면 재개정에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것. 셋째,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의 시위를 폭력으로 진압한 이팔호 경찰청장과 이근표 경기경찰청장, 정병모 의정부경찰서장을 즉각 파면조치하라는 것.

한창훈 청년위원장과 방현석 등 젊은 작가들은 "국가 제1의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임에도 정부의 관료라는 자들이 국민의 생존권을 유린한 미국을 옹호하는 작금의 상황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며, "작가회의 명의로 대선 후보들에게도 이번 사건에 대한 견해를 반드시 물을 것이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미국과 정부 대처가 없다면 철야농성과 미대사관 앞 시위도 불사할 것"이라는 말로 이번 작가들의 분노가 말로만 그치지 않을 것임을 미국과 정부당국에 경고했다.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꽃봉오리에 다름 아닌 열다섯 소녀들의 몸 위에 찍힌 장갑차 바퀴자국은 우리 민족의 몸 위에 미군이 자행한 상처에 다름 아니다. 이를 못 본 척한다는 것은 작가 아니, 인간의 기본적인 책무를 방기하는 것 아닌가"라는 현기영 이사장의 마지막 말이 '우리는 과연 주권국에서 살고있는가'라는 자괴감과 함께 아직도 귓전을 울린다. " / 홍성식 기자

▲ 이날 범대위는 부시 대통령을 상징하는 얼굴 모형과 미군 장갑차 모형, 두 여중생을 상징하는 인형을 이용해 부시 대통령을 감옥에 넣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시민사회단체들의 시각] "부시 미 대통령의 사과는 기만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의 사과, 하지만 무엇이 달라졌는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7일 두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해 사과했지만, 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심지어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한문장의 '사과 아닌 사과'를 듣기 위해 우리나라 경찰들의 곤봉에 맞아가면서 우리가 여기까지 달려왔는가라면서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과'한 것도 아니고, 주한 미대사의 입을 빌어 밝힌 내용도 이 사안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공분을 감안할 때 오히려 고압적인 느낌마저 든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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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에 대해서 슬픔과 유감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의 긴밀한 협조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다."

이와관련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이하 자통협)는 이날 성명을 내고 "통상적으로 유감 표명이란 통과의례적인 것으로 우리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지극히 소극적이고 형식적인 의사 표명에 불과한 것이다"라면서 "지난 95년 주일미군의 일본 초등학생 성추행 사건에 대해 클린턴이 TV를 통해 직접 일본 국민들에게 사과했던 것처럼 부시 대통령도 TV를 통해서 우리 국민들에게 직접 공개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더 황당해하는 것은 그나마 '함량미달의 사과'도 말뿐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동안 이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권 이양, 소파협정 개정 등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긴밀한 협조'라는 추상적인 말만 늘어놓은 셈이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들은 ▲미군재판의 무효 선언 ▲이 사건의 재판권 이양 ▲불평등한 소파협정 개정 등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는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자통협은 성명에서 "부시 미 대통령이 진정으로 사과할 뜻이 있다면 주한미군의 기만적인 사기재판을 전면 무효화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살인 미군들이 한국 법정에서 응분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면서 "두 살인미군에게 이미 면죄부를 주고서 사과한다는 것은 사기재판에 이은 또 하나의 기만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부시 미 대통령이 진정으로 사과할 뜻이 있다면 즉각 한미소파의 전면적인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면서 "주한미군에게 무한대의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리게 하는, 따라서 앞으로도 제2, 제3의 효순이와 미선이를 낳게 할 불평등한 한미소파를 그대로 두고서 부시 미 대통령이 우리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은 근본 원인을 그대로 둔 채 일회적인 미봉책으로 이번 사건을 호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사회당도 성명을 통해 "부시의 사과표명이 발표되는 순간 두 소녀를 죽인 미군은 유유히 한국을 빠져나갔다"면서 "기만에 찬 사과 따위로 한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부시 미국 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단체들의 미군재판 규탄 집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 '무죄평결'보도 거의 없어

워싱턴 정계와 미 주요 언론들은 해외 파견미군 병사의 신상 및 사건사고에 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인다.

미군 병사가 테러공격이나 국가를 위해 해외에서 전사하게 되면 사태의 경중을 가려 현직대통령이 직접 시신을 맞거나 장례식에 참석하기도 하며 애도 성명을 발표한다.

워싱턴 주요 신문과 방송들도 이를 크게 보도하고 국민적 단합과 애국심을 고취시킨다.

그러나 한국 의정부에서 발생한 한국 여중생 2명의 사건에 연루된 미군 병사 2명의 재판과 평결, 그리고 이에 따른 한국내 반미감정 고조 및 시위 격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이번 사건에 대한 사과 발표 등은 워싱턴 주요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다.

미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 미군병사 무죄 평결에 따른 한국내 반미감정 확산에 대한 미측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국무부 관계자는 이는 국방부 소관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워싱턴의 그같은 분위기 속에 워싱턴 타임스는 27일 국제면에 "한국의 항의" 제하의 사진을 크게 싣고 한국 경찰이 반미 시위 대학생들을 연행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워싱턴 타임스는 "한국 경찰들이 서울 북부 제2사단 본부 레드 클라우드 캠프안에서 반미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들을 체포했다"면서 "이들 시위자들은 지난 6월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2명의 한국 여중생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2명의 미군 병사들이 무죄방면된 것을 성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 토머스 허바드 주한미대사 및 J 라포트 주한 미 사령관의 공동회견을 통해 발표한 사과 내용은 워싱턴 주요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워싱턴=김성수 특파원 / 연합뉴스


<제6신: 27일 오후 8시>

범대위, "12월 초 미 백악관에 농성단 파견…
이후에도 계속적인 재판무효·SOFA 개정 등 반미 투쟁"


▲ 27일 열린 제1차 범국민시국대회에서 오종렬 여중생 범대위 상임의장이 대국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27일 오후 여중생 사건 관련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주최한 노동자 결의대회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제1차 범국민시국대회'가 열렸다.

이날 시국대회에 앞서 오전 11시 전국 40여개 시민·사회·학생단체가 '비상시국대회'를 연 것에 이은 행사다.

이날 오종렬 여중생 범대위 상임의장은 대국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미국은 여중생 사건 미군 재판에 대해 무효선언을 할 것 △한국정부는 무죄판결을 무효화하고 한미SOFA 전면 개정에 들어갈 것 등을 주장했다.

또한 '범국민 10대 행동지침'을 발표하고(아래 제3신 기사 참조) 국민 여론의 결집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홍근수 여중생 범대위 공동상임의장은 "미국은 재판권을 한국으로 넘기라는 우리의 요구를 무시하고 살인자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며 "오늘 우리는 온 국민의 의지를 모아 재판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홍 의장은 또한 "이는 김대중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소수의 생각이 아닌 온 국민의 반미감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여중생 범대위는 이날 "미 백악관 농성"과 "이후 지속적인 항의·규탄 집회를 열 것"을 못박았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시국대회는 부시 대통령을 상징하는 얼굴 모형과 미군 장갑차 모형, 두 여중생을 상징하는 인형을 이용해 부시 대통령을 감옥에 넣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날 대회 후 시민·사회·학생단체 소속 300여명의 시위대는 용산미군기지 5번게이트까지 평화행진을 벌이려했으나 이들을 막아선 경찰에 의해 무산됐다. 이들은 약 40여분간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대치했다.

한편, 여중생 범대위 측에 따르면 이들은 오는 12월 2일 '범대위 반미투쟁단'을 파견, 미 백악관과 UN본부에서 항의 농성을 벌일 예정이다. 또한 28일에는 서울 종로 2가 YMCA 앞에서 규탄집회를 갖는 한편 12월 14일에는 '범국민대회'를 개최한다. 범국민대회에서는 약 10만여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무죄재판 무표·살인미군 처벌·부시 공식 사과·SOFA 전면개정'을 촉구할 계획이다.

"대체 어느 나라 경찰인가" - "평화적으로 시위하라"
시위대와 경찰간의 입씨름·몸싸움

이날 행사를 마친 뒤 용산미군기지 쪽으로 행진하려는 시위대와 이를 막는 경찰 사이의 팽팽한 몸싸움이 진행됐다.

범대위 측은 확성기를 통해 경찰에 재차 "우리가 평화행진을 막지 말라"며 "도대체 어느나라의 경찰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경찰 역시 확성기를 통해 "우리는 범대위 측에 감정이 없다"며 "평화적으로 집회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평화시위를 하겠다"는 시위대를 경찰은 "평화적으로 시위하라"며 막은 것이다.

확성기를 통해 입씨름이 벌어지는 동안 시위대와 경찰 기동대의 최전방 또한 '몸싸움'을 벌여야했다. 특히 영하 4도에 이르는 이날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 몸싸움은 40여분간 계속됐다. 이 탓에 시위대 중 2명은 실신하는 사고까지 벌어졌다.

이날 시위대와 경찰의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시작된 지 20여분이 지났을 때다. 민노당원으로 알려진 배아무개씨가 2∼3명의 사람들에게 들려 나왔다. 시위대 사이에 몸이 꽉 낀 채로 경찰 측과 밀고 당기는 씨름을 벌이다 쓰러진 것. 배씨는 곧 119 구급대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배씨가 실려나간 뒤로도 시위대열에 있던 김민경씨(가명, 20·금호동)가 실신해 부축돼 나왔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김씨는 "갑자기 힘이 빠지면서 순간 의식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 사이에 낀 채 앞·뒤쪽으로 밀리니 호흡이 곤란해지더라"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비교적 시위대 앞쪽에서 몸싸움을 벌였던 버리씨(가명, 22)도 같은 설명을 했다. 그는 시위대에서 한쪽으로 빠져나와 숨을 고르며 "넘어질까봐 계속 힘을 주고 있어야 하니 힘이 빠져 어지러웠다"며 "내가 넘어지면 뒷사람들이 다치니 긴장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체력을 소모하기는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버리씨는 "시위대 앞쪽에서 보니 경찰 중 한명도 눈이 풀린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며 "그를 빼주려 '우리 잠깐 멈추자'고 해 멈췄지만 그 순간 경찰이 갑자기 밀려와 몸이 뒤쪽으로 쏠리면서 붕 뜨는 등 위험한 순간이 있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김지은 기자


<제5신: 27일 오후 7시 20분>

양대노총, "여중생 사건 해결될 때까지 투쟁" 결의

▲ 27일 오후 여중생 사건 관련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주최한 노동자 결의대회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제1차 범국민시국대회'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두 여중생을 저 세상으로 보낸 것도 모자라 그들을 죽인 미군이 '무죄평결'을 받고 나서야 오늘 양대 노총이 항의집회를 하게 됐다. 부끄러운 일이다. 먼저 깊은 반성을 해야한다."

신승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노동자들이 한데 모였다. 27일 오전 전국 40여개 시민·사회·학생단체들이 비상시국회의를 소집, 시국선언문과 전국민10대행동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 오후 양대 노총도 반미 결의대회를 가졌다.

노동단체의 양대 산맥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27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용산미군기지 옆에서 '여중생 살인미군 처단·살인미군 무죄판결 전면 무효화·불평등한 소파 전면개정'을 요구하는 노동자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보건의료노조·금속산업연맹·공공건설노련 등 양 노총 소속 산별노조연맹 조합원 200여명은 "살인미군 재판기만 한국민은 분노한다""아부굴종 김대중 정부는 자폭하라" 며 여중생 사건 '무죄평결'과 관련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날 양 노총은 "앞으로 양대노총이 끈질긴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이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때까지 결코 그만 두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결의대회 후 양대노총은 오후 3시 30분부터 열리는 제1차 범국민 시국대회에 참석했다.

<제4신: 27일 오후 7시>

"여중생 압사사건, 범국민적 연대, 공동대응"
- 전국 40여개 단체 '비상시국대회'열고 '10대 국민행동지침' 발표


▲ 오전 11시부터 열린 비상시국회의에 모인 시민사회단체 대표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전국 40여개 사회·시민·학생단체들이 계열과 분파를 넘어 범국민적 연대를 통해 공동대응할 뜻을 강하게 밝혔다.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평화를만드는여성회·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등 40여개 단체는 27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상시국선언'을 했다.

또한 이날 오후 3시 30분 서울 용산미군기지 옆에서 제1차 범국민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를 갖고 대국민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어 여중생 사건과 관련 '10대 국민 행동지침'을 발표하고 국민 여론 결집에 힘쓸 것을 선언했다.

이번 비상시국회의에는 4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석해 각자의 입장을 밝혔으며 한나라당 시민단체연대위원회와 민주노동당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여중생범대위 상임고문인 문대골 목사는 "미국이 아시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보수 언론과 수구세력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자주와 자존이 없는 민족은 세계 평화 구현에 이바지할 수 없다. 세계에 부끄럽지 않은 민족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유영훈 한나라당 시민사회단체연대연대 위원회 부위원장은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에 문제가 있다고 공감한다. 시민사회단체연대위원회도 동참해야 한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또한 최순영 민주노동당 부대표는 "지금까지는 미국에게 잘 보여야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이제 미국에 'No'할 수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소한의 공정성도 없는 재판사기극"

부시 사과, 클린턴 사과와는 다르다?
"무죄 전제한 사과는 '말장난'일 뿐"

이날 토마스 허바드 대사를 통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전한 사과는 지난 2000년 일본에서 일어난 미군 성추행사건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사과와는 그 방식이 사뭇 다르다.

부시 대통령은 사건 발생 5개월이 훨씬 지나 사고 미군에 대한 재판까지 무죄평결로 끝난 11월 27일 주한 미 대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과는 "사건에 대해 슬픔과 유감을 느낀다. 한국과 미국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단 두 마디가 전부였다.

이에 비해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사건 발생 한 달이 안 된 2000년 7월 22일 직접 사과의 뜻을 전했다. 선진 주요 8개국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서 일본을 방문했던 클린턴 대통령은 차에 모리 요시로 당시 일본 총리와 단독회담을 가지면서 "대부분의 주일미군은 좋은 이웃으로 지내왔으나 최근 사건은 고통스럽고 당황스러운 것으로 내 마음에 상처를 줬다"고 밝혔다.

클린턴 대통령과 모리 총리는 또 이날 회담에서 연간 1800억엔에 달하는 주일미군 시설 지원비 가운데 연간 33억엔을 삭감하는데 합의했다. 이후 사건을 일으킨 미군은 미 군사법원에 성희롱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티트컴 상병은 2000년 7월 3일 술에 취한 채 오키나와 시내의 한 아파트에 들어가 잠자던 14세 여중생을 추행하다 붙잡혔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오키나와 지역에서 반미시위가 계속됐다.

이소희 주한미군범죄근절본부 사무처장은 "클린턴 대통령이 사과할 때는 미군이 당연히 유죄라는 것을 기본적으로 전제했었다"며 "이미 무죄가 나온 뒤 사과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말장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무처장은 "진정 여중생들의 죽음을 가슴아파한다면 무죄평결을 무효로 하고 한국 법정에서 공정하게 재판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권박효원 기자
오후 2시까지 계속된 이날 회의에서 단체들은 선언문 문구와 지침 세부사항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회의는 시종 비장하고 엄숙하게 진행됐다. 회의 참가자들은 선언문 문구 하나하나를 꼼꼼히 검토했다. 법무부 장관 발언에 대한 입장, 연행·구속 학생 석방 촉구 등의 내용이 이 자리에서 추가됐다.

공동사업 및 범국민 지침을 검토할 때에는 참가자의 즉석 사업 제안이나 사업방식에 대한 건의가 이어졌다.

단체들은 이날 채택한 시국선언문을 통해 "판사, 배심원, 검찰, 변호사, 증인 등이 모두 미군으로 구성됨으로써 애초부터 최소한의 공정성조차도 기대할 수 없었다"며 "미2사단 재판을 살인 미군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사전 각본에 따라 진행된 재판 사기극으로 규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군 검찰이 혐의 입증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관제병과 운전병을 따로따로 재판하여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도록 '배려'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단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 한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단체들은 "한국 정부는 '한미소파 개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반미 움직임은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민의 요구에 정면 배치되는 사대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상시국회의에 참가한 단체들은 이후 ▲시국선언문을 12월 2일자 <한겨레>에 광고 게재 ▲대통령 후보 및 대통령과의 면담 추진 ▲12월 14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앞 범국민대회 개최 ▲12월 19일까지 각계각층 선언운동 등의 공동사업 전개 등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다음은 비상시국회의 참가단체가 채택한 범국민 10대 행동지침.

1. 매일 저녁 6시 기만적인 무죄재판에 대한 항의 및 규탄 시민한마당을 전국동시다발로 개최하며 이에 참여한다. 또한 참가하는 국민들은 호루라기와 태극기, 다양한 선전물을 지참하고 참여한다.

2. '무죄재판 원천무효! 살인미군 한국법정처벌! 부시사과! 소파전면개정' 범국민 서명운동을 적극 전개한다.

3. 전국 사찰, 교회, 성당은 매주 목요일(두 여중생이 죽은 요일) 정오에 항의 및 규탄의 타종 및 예배를 진행한다.

4. 매주 목요일 정오를 기해 모든 차량은 항의 및 규탄의 경적을 30초간 진행한다.

5. 각급 학교 교사들은 매주 목요일 수업시간에 항의와 규탄의 내용으로 훈화수업을 진행한다.

6. 거리투쟁 및 시위에 참여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매일 저녁 10시와 정오를 기해 백악관과 미국방부, 미대사관, 주한미군 사령부를 대상으로 사이버 시위를 전개한다.

7. 모든 국민들은 범대위에서 제작하는 항의와 규탄의 스티커 및 대자보 등을 차량, 사무실 등에 부착한다.

8. 모든 시민사회단체들은 실정에 맞게 거리서명 및 사진전, 토론회, 강연회, 집회, 비디오 상영 등 다양한 실천 및 사업을 전개한다.

9. 모든 국민들은 후원계좌 또는 ARS 모금 등을 통해 범대위에서 진행하는 각종 집회와 모금운동에 적극 참여한다.

10. 이상의 모든 실천과 결과를 매일 여중생 범대위 홈페이지(www.antimigun.org) 전국활동상황란에 게재하여 전국적으로 공유하도록 한다.



<제3신 대체: 27일 오후 4시 20분>

부시 "이 사건에 대해 슬픔과 유감을 갖고 있다" 사과
홍근수 의장 "진정한 사과는 무죄평결 무효선언"


▲ 리언 라포트 주한 미군 사령관(오른쪽)과 토마스 허바드 주한 미대사는 27일 오후 서울 남영동 미 대사관 공보과에서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부시 미 대통령의 사과 메시지를 전달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주한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두 명의 여중생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고 주한 미국대사가 27일 밝혔다.

주한 미 대사와 주한 미군사령관은 이날 오후 2시 남영동 미대사관 공보과 자료정보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토마스 허바드 미 대사는 "한국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시 미 대통령이 오늘 아침 한국인들에게 보내는 메세지를 전달했다"며 다음과 같은 부시 대통령의 사과입장을 전달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슬픔과 유감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의 긴밀한 협조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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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바드 대사는 이어 미군부대 내 여중생 추모행사, 기념비 건립을 위한 모금활동, 유가족 배상조치 등을 예로 들며 "이번 판결로 공식 절차는 종결됐지만 주한미군의 유감의 뜻이 종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리온 J. 라포트 사령관 역시 "한국 국방부, 외무통상부, 건설교통부, 법무부 등과 함께 유사한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미군 병사 2명 27일 출국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주한미군 법정에서 무죄평결을 받은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 병장과 운전병 마크 워커 병장이 27일 오후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27일 "경찰과 미군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두 미군은 26일 오후 평택 K-55기지에 도착해 하루를 묵은 뒤 27일 오후 2시 15분께 미국 민간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고 출국했으며 일본을 거쳐 캘리포니아에 도착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특히 라포트 사령관은 "한국과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동일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만, 법과 문화에 있어서 독특한 차이가 있다"며 교통사고에 대한 한미간 사법절차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라포트 사령관은 "미국의 사법제도는 충분한 잘못이 있어야 유죄가 판결된다"며 "교통사고의 경우 한국에서는 형사적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미국 사법절차에서는 무모할 정도의 부주의가 아니라면 처벌하는 경우가 없다"고 밝혔다.

허바드 대사 역시 "미군은 미국 법절차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며 "이번 재판은 특히 한국측 정부 관계자, 시민단체, 언론 등을 초청했는데 (이들이) 재판에 대해 공정하고 치우침없이 진행됐다고 평가했던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최근 무죄 평결과 관련 격렬한 반미시위가 전개되는 것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시위는 지지하지만 폭력을 우려한다"는 대답이 나왔다.

라포트 사령관은 "집회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많은 한국 젊은이들의 집회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다만 이런 집회들이 폭력적으로 발전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라포트 사령관은 "미군장병이나 그 가족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총책임자로서 미군 부대를 방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토마스 허바드 주한 미대사가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허바드 대사 역시 "전날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인에 대한 폭력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을 안다"며 "이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지휘체계의 책임에 대해 라포트 사령관은 "미2사단이 지휘체계를 조사하고 있지만 지휘관인 나로서는 이러한 (법적, 행정적) 절차에 대해 압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한국과 미국은 50년전 북한과 함께 싸우던, 피로 맺어진 동맹이며 이번 고비를 함께 극복해야할 '좋은 이웃'"이라고 강조하면서 기자회견을 마쳤다.

외교부, "부시 메세지는 최고의 조치 취한 것"

한편 정부는 27일 부시 미 대통령이 여중생 사망사건에 해한 사과의 뜻을 표명한데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이 그같은 메시지를 통해 우리 국민에게 정중한 사과의 뜻을 표명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앞으로 이런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 발표는 나름대로 미국이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사건의 미묘한 성격을 의식한 듯 공식 성명을 내지는 않았으며 외교부 당국자 `코멘트' 형식으로 부시 대통령의 사과 언급에 대해 논평했다. 청와대 역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부시 사과 인정할 수 없다"

▲ 지난 1월19일 성남공항에 도착한 부시 미 대통령.
한편 현재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범국민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홍근수 범대위 상임의장은 부시 미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앞뒤가 안맞는다. 무죄평결을 내놓고 사과하면 무슨 의미인가. 진정한 사과라면 이 재판의 무효를 선언하고 다시 이 사건에 대한 재판권을 한국에 이양해야 한다. 또 불평등한 소파개정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이 세가지가 보장되지 않는 사과는 형식적 사과다. 인정할 수 없다."

부시 미국 대통령의 사과 소식이 전해지자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열린 '범국민 비상시국대회'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연단에 올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으로는 국민의 분노가 사그라들수 없다. 이제 더 확실히 우리 국민의 저력을 보여줄 때가 됐다. 12월14일 서울시청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할 것이다. 12월 초에는 범대위 반미투쟁단을 조직해서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으로 가서 135만 우리 국민의 항의 서명을 전하고 항의서한 또한 전할 것이다."

부시 미 대통령의 사과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집회 열기는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여중생 애도'사이버 리본' 캠페인 급속확산

지난 6월 훈련중 여중생 2명을 압사시킨 미군 2명에 대해 최근 잇따라 무죄판결이 내려진 것과 관련, 네티즌들이 인터넷 공간에서다양한 방법으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27일 오후부터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스턴트 메신저인MSN 메신저에는 숨진 여중생을 추모하고 무죄판결에 대해 항의하는 의미에서 자신의대화명 앞에 하얀색리본(▷◁)을 달아놓은 네티즌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자신의 대화명을 `▷◁SOFA 개정'으로 바꾼 회사원 변해성(30)씨는 "피해자는있고 가해자는 없는 아이러니한 사건에 분노를 느낀다"며 "친구로부터 메신저에 추모의 리본을 달자는 연락을 받아 대화명을 고쳤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국내 네티즌들은 하얀 리본과 함께 `미군은 사죄하라', `살인 미군처벌' 등 반미 구호가 적힌 대화명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불만을 인터넷 공간에 쏟아내고 있다.

포털사이트 업체 하나포스닷컴은 미군에 희생된 여중생들을 추모하는 뜻을 담은아바타용 하얀색 리본 아이템을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정현정 팀장은 "미군 재판 후 회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하얀 리본아이템을 제작했다"며 "네티즌들의 반미감정이 올해 초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빼앗겼을 때보다 더 고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게임 업체 넥슨의 경우 추도의 의미를 나타내는 검은색으로 자신의 아바타를 꾸미는 청소년 회원들이 증가하고 있다.

넥슨의 서명기 팀장은 "피해자가 자신들과 같은 또래라는 점에서 청소년 회원들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한동안 이같은 흐름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제2신: 27일 오후 1시 20분>

김영규 사회당 대통령 후보, 대선 출정식을 반미집회로


▲ 반미여론이 드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김영규 사회당 대통령 후보가 27일 오전 미 대사관 앞에서의 반미집회로 대선 출정식을 대신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여중생 장갑차 사건 재판 결과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한 대선 후보가 선거 출정식을 '반미 집회'로 대신해 주목된다.

김영규 사회당 대통령 후보는 27일 오전 10시 30분 미 대사관 앞에서 대선 출정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에게 드리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이 메시지를 통해 "사회당의 사회주의는 평등한 소유, 반전과 평화, 차별 철폐와 같다"며 "'돈세상을 뒤엎어라'는 구호를 내걸고 민중을 위한 진정한 대변자가 될 것"을 밝혔다.

▲ 대선 출마 기자회견 후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는 김영규 사회당 대선 후보.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사회당원과 당 지지자 150여명과 함께 여중생 장갑차 사망 사건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공개 사과와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반미 집회('STOP THE WAR! COME BACK HOME')를 가졌다.

김 후보는 이 자리에서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은 SOFA 협정(한미주둔군지위협정)의 불평등함을 보여주는 예"라며 "오늘 출정식과 함께 부시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하바드 주한 미 대사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후보는 지지자들과 함께 성조기 화형식을 가진 후 미 대사관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들을 막아선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약 30여분간 대치했다.

결국 항의서한은 전달되지 못했다. 사회당 측은 미 대사관 담당 경찰을 통해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이를 미 대사관 측에서 공식 접수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당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미 대사관 측은 '항의서한을 접수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다만 공식적으로 접수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사회당은 "이후 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정책 선전을 비롯 여중생 사건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들과 공동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1신: 11월 27일 오후 12시>

'무죄평결' 받은 두 미군 병사, 사과 성명 발표


두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미군 재판에서 무죄평결을 받은 페르난도 니노 병장과 마크워커 병장, 그리고 주한미군사령관도 26일 사과 성명을 발표했지만, 이번 재판 평결에 대한 비난 여론은 잦아들지 않고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들은 27일 오전 '두 여중생 살인사건 규탄과 여중생 사건 해결을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열었고, 이날 오후에 서울 시내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또 두 명의 주한미군 병사가 27일 출국한다는 얘기가 나돌자, 범대위측은 오전 7시부터 오산 비행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두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무죄 평결을 받은 두 명의 미군병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26일 발표했다.

"저 페르난도 니노 병장은 고 심미선양과 고 신효순양의 유족에게 금할 길 없이 애통한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저는 따님을 잃은 가족의 슬픔과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제가 무슨 말과 행동으로 따님의 생명을 되돌릴 수 있겠습니까만 제발 저의 마음 깊이 뉘우치는 죄송스런 마음만은 받아주셨으면 합니다."(페르난도 니노 병장)

"심미선양과 신효순 양의 유족들께. 따님을 잃은 당신들게 감히 저의 진심어린 사죄를 받아 주십사 부탁 드립니다. 비록 본의 아닌 사고로 인한 비극일지라도 저는 죄책감에 몸둘 바를 모르겟습니다. 매일 저는 이미 일어나 버린 이 비극적인 상처를 되돌리고 심양과 신양의 목숨을 되살릴 수 있다면 하는 간절한 기도를 드립니다. 그러나 제가 겪는 이 악몽이 어찌 당신들의 슬픔과 고통에 비기겠습니까. 저는 한국에서 복무하는 동안 한국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당신들 유족의 상처와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게 해 주십사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마크 워커 병장)


두 병사가 미군 궤도차량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성명을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주한미군 사령부가 발표한 성명에서도 사령관 리온 J. 라포트 대장은 "우리 모두는 여전히 진한 슬픔을 느끼고 있으며, 다시 한번 한국 국민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고 심미선양과 고 신효순 양의 유가족과 친지들에게도 마음의 상처가 아물고 빠른 시일내에 평온을 되찾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중생 사망사건의 재판 결과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규탄 집회는 오히려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여중생 범대위는 이와관련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비상시국회의'를 27일 오전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개최했고, 이날 오후 3시 용산 전쟁기념과 앞에서 주한미군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또 양대 노총도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노동자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한편 주한 미 대사와 주한 미군사령관은 이날 오후 2시 남영동 미대사관 분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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