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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현장 풀섶에 놓인 효순·미선양의 영정.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금 마음이 마음이 아니다. 가슴이 아파서 도저히 쓸 수가 없다."

4개월 전 <오마이뉴스>는 '효순이·미선이에게 추모편지 보내기' 행사를 진행하면서 두 학생의 부모에게 <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부탁했다.

그러나 두 부모 모두 "사고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음 정리가 되지 않았다"며 고사했다. 자식을 잃은 큰 슬픔을 겪은 부모에게 한, 어렵고도 무례한 부탁이었다.

그런데 최근 효순이·미선이 아버지가 두 딸들에게 쓴 편지가 6일자 <경향신문>을 통해 일부 보도됐다.

<오마이뉴스>는 효순·미선 아버지를 5일 저녁 전화로 인터뷰했다. 두 아버지는 지난 달 29일 열린 전국민중대회에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미선양의 아버지 심수보(48)씨는 전화를 통해 딸에게 쓴 편지를 읽어내려가며 "이 편지를 쓰면서 밤새 울고 잠 한잠 못 잤다"며 "요즘도 지나가는 학생들만 봐도 딸 생각이 난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 지난 달 30일 열린 전국민중대회에 참석한 미선양 아버지 심수보씨.
ⓒ 오마이뉴스 김지은
심씨는 최근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무죄평결' 항의 시위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운동에 대해서도 "일일이 다 인사를 드리고 다녀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수백번, 수천번 인사를 해도 모자르다. 너무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또한 "국민들이 이렇게 원하는데 반드시 소파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효순양 아버지 신현수(47)씨도 "요즘도 심경을 말로 다할 수 없다"며 "우리 애들 위해 운동하다 감옥에 가신 분들, 한창 멋낼 나이에 삭발까지 한 대학생들에게 모두 죄송스럽기만 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신씨는 또한 <오마이뉴스>를 통해 지난 달 28일 딸 효순양에게 쓴 첫번째 편지와 4일 밤 쓴 두 번째 편지를 전했다. 특히 두 번째 편지는 편지라기보다 딸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시에 가깝다.

<오마이뉴스>는 미선양 아버지 심수보씨가 직접 노트에 적은 육필 편지 전문과 효순양 아버지 신현수씨가 읽어내린 육성편지 두 통을 싣는다.

#1. 미선양 아버지 심수보씨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

나의 사랑하는 딸 보고싶은 미선아, 정말 가야만 하느냐

▲ 심수보씨가 직접 노트에 적어내려간 '미선이에게 보내는 편지'.
ⓒ 심수보씨.
목이 터지도록 불러보고 울면서 울면서 애타게 불러도 대답이 없는 우리 미선이. 사랑하는 미선이가 정말 보고 싶구나.

찬바람 부는 추운 겨울날씨에 성황당 고개에 누워 얼마나 춥겠느냐. 엄마·아빠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눈물로 세월을 달래가며 산단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마음이 답답하여 말을 못하는데 우리 가족을 대신하여 사랑하는 미선이의 억울하고 원통함을 전국에 계신 언니, 오빠들의 불타는 마음으로 정의사회를 위하여 불철주야 고생하시는 모든 국민에게 큰 힘과 용기와 희망을 주고, 눈이 있어도 보지를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를 못하고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불쌍한 사람에게 밝은 희망의 등불이 되어 영원히 그들 가슴에 남아 밝은 길잡이가 되거라.

예쁘고 착한 미선이가 장하고 엄청난 큰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빠는 잘 알고 있단다.

11월 25일은 미국 부시 대통령이 미선이와 우리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과 성명을 발표하였단다. 이것이 미선이의 노력이라 아빠는 알고 있지. 불쌍한 사람들 원망하지 말고 넓은 마음으로 용서를 하여주고 용기 있는 사람에게는 감사와 더 많은 용기를 주어 밝은 사회, 정의로운 사회가 되도록 힘과 지혜를 주고 떠나거라. 국민 여러분들의 안녕을 위하여 부디 잘 가거라.

할머니, 엄마. 아빠, 언니, 오빠, 착한 미선이, 예쁜 마음 고이 간직하며 영원히 잊지 않고 아빠, 엄마 가슴에 남에 생에 못 다한 일 극락에서 다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여 빌어줄게.

고통 없는 나라, 슬픔이 없는 나라, 하늘나라에서 마음껏 미선이 꿈을 펼치거라. 이 세상 원망 말고 편히 잘 가거라. 미군 없는 세상에서 고이고이 잘 자거라. 엄마·아빠 저승에서 만나는 날까지.

- 미선이 아빠, 엄마가.



#2. 효순양 아버지 신현수씨가 쓴 <딸에게 보내는 편지 1·2> 전문

사랑하는 딸 효순이에게

▲ 지난 달 30일 열린 전국민중대회에 참석한 효순양 아버지 신현수씨.
ⓒ 오마이뉴스 김지은
효순아 어느덧 니가 떠나간 지 오개월이 넘어서 눈이 내리는 겨울이 시작됐구나. 너에게 보내는 이 편지는 무슨 우표를 붙여야 너에게 갈 수 있는지. 주소도 쓸 수 없는 이 편지를 쓰다보니 무능한 부모로서 할 말이 없다.

비록 너는 떠났지만 우리 식구들 너를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답하구나. 아빠도 언젠가 이곳을 떠나 너에게 가겠지. 그게 언제일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니가 떠난 후 너희를 위해 많은 국민들이 강국이란 미국을 향해 많은 싸움을 시작했다.

결국 미국 대통령의 사과까지는 받았지만 소파개정까지는 이루지 못했구나. 너와 미선이는 갔지만 이 땅에 앞으로 너희같이 희생당하는 일 없게 하기 위해 전국에 있는 언론이나 국민들이 분노해 너희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한다 하는구나.

효순아, 이 아빠의 글을 볼 수가 있느냐. 어떻게 해야만 한을 달랠 수 있겠느냐. 꿈 많은 소녀, 효순아, 미선아. 세상을 향해 날개짓 한번 해보지 못하고 너희들은 어디로 갔단 말이냐. 날개짓을 하기 위해 하늘로 갔느냐. 꿈을 키우기 위해 하늘로 갔느냐. 이승에서 못 다한 모든 것을 접고 저승에서나마 이루길 바란다.

훗날 너희들 아빠·엄마도 저 세상으로 갔을 때 너희들은 어떻게 돼 있을까. 많이 커 있을까 그대로 있을까. 이 아빠가 항상 말했지.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라고.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는 삶을 살라고. 그러나 이제는 모든 식구를 뒤로 한 채 너만 홀로 떠나 갔구나.

미선이와 너는 떠나가면서 많은 숙제를 남겨두고 떠나갔구나. 이 숙제는 언제까지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빠도 최선을 다하여 숙제를 마치고 훗날 너희들 곁에 갈 것이다.

뭐라 이 글을 마무리하랴. 사랑하는 내 딸 효순아…

- 11월 28일.

▲ 지난 7월 31일 열린 고 심미선·신효순양의 49재. 두 아버지들이 분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피다만 꽃 두 송이

촛불은 몸을 태워 세상을 비추는데 피지도 못한 두 송이 꽃은 모든 이들을 슬프게 하고 성황당 고개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구나. 이만한 부모·형제의 소리를 너희는 듣는가.

효순아, 미선아. 수많은 사람들이 쓴 편지는 어디로 보내야 너희들이 볼 수가 있느냐, 들을 수 있느냐. 주소도 못 쓰고 이렇게 추모비 앞에 두고 가누나.

-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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