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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흥은행 매각 재실사 과정에서 정부쪽 외압 시비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신한회계법인쪽의 실사 자료 일부
ⓒ 오마이뉴스 김종철

조흥은행 매각을 위한 제3자 실사에 참가했던 신한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26일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조흥은행 주식 가격을 놓고 정부 관계자로부터 ‘책임은 내가 질테니 가격을 낮춰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날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이날 미팅은 예금보험공사쪽에서 극비리에 마련한 자리였으며 예보쪽 관계자를 비롯해, 신한쪽 4명과 모건스탠리쪽 관계자 4명, 삼성증권 관계자 2명 등이 참석했다”면서 “우리쪽이 제시한 주당 7820원도 최저 가격이었는데 모건스탠리쪽의 가격(4691원)과 큰 차이가 있어 장시간동안 가격을 놓고 논쟁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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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예보쪽 관계자가 당시 회의가 길어지자 중간에 자신을 따로 불러내 가격 산정을 요구하면서 공식적으로 주식 가격 네고(Nego, 상대방이 원하는 가격에 맞춰 가격을 낮춰 잡는 것)를 요청했다”면서 “하지만 우리의 임무는 조흥은행 주식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가격 산정이라며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조흥은행 실사 기간동안 정부 고위층이 실사단 상층부에 주당 가격을 낮출 것을 수차례 요구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음날인 4월 8일 조흥은행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예보쪽에서 이같은 (주식 가격)요구는 당연한 권리라며 거부시 손해배상을 요구하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신한회계법인 실사단은 이틀후인 4월 10일 실사가 진행중인 조흥은행쪽에 아무런 통보 없이 현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실사단의 사실상 책임자였던 이 관계자와 실사팀 일부가 은행 주식 실사과정에서 배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조흥 주식 가격에 대한 정부 외압설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이번과 같이 정부쪽 인사가 구체적으로 주식 가격 하락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조흥은행 노동조합 등 노동계는 실사과정에서의 외압설에 대한 진상을 요구해 왔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도 최근 실사단 관계자 등을 상대로 진상을 조사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 신한회계법인의 조흥은행 주식 재실사 결과 주당 7820원이 최저가격으로 나왔다.
ⓒ 오마이뉴스 김종철
실사단 철수후, 당초 가격보다 크게 떨어져

신한회계법인이 정부쪽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와 삼성증권쪽 관계자를 비밀리에 만난 것은 지난 4월 2일과 7일 모두 두차례다. 서울 힐튼호텔과 신라호텔 비즈니스 센터에서 이뤄진 만남의 주선자는 정부쪽 예금보험공사였다.

당시 실사단의 고위관계자는 “지난 3월말 조흥은행 실사와 평가작업이 완료됐고, 예보쪽으로부터 (모건스탠리 등과)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두번째 만남이었던 7일 신라호텔에 나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쪽(예보)에서 워낙 완강해 어쩔수 없이 미팅을 가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회계 실사기관이 만나 가격을 사전에 조율한다는 것 자체가 매각과정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조흥은행 매각에 집착한 나머지 당초 평가된 주당 가격보다 크게 후퇴한 가격이 매겨지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신한쪽의 내부 회계자료에 따르면 이들 실사팀이 지난 4월 2일 조흥은행 주식가격을 최종 평가한 결과, 주당 최저 7820원부터 최고 9658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격은 예보쪽 주간사인 모건스탠리가 추정한 4691원보다 적게는 3000원에서 5000원 가량 높은 금액이며, 신한지주회사가 당초 내놓은 6150원보다 1000원이상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이같은 가격은 실사단이 조흥은행 현장에서 철수하고, 일부 실사팀이 배제되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결국 신한회계법인이 25일 공식적으로 내놓은 실사보고서의 주당 가격은 최저 5100원에서 6800원으로 책정됐다. 당초 주당 평가 가격보다 2800원 가량이 떨어진 것이다.

신한회계법인 관계자는 “(실사단이)지난 10일 조흥은행에서 철수한 이후 김아무개 실사단장과 일부 회계사를 중심으로 정부쪽과 사전에 합의된 방식으로 가격이 다시 매겨졌다”며 “사실상 정부쪽 입맛에 따른 가격인 셈”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11월 9일 종묘공원에서 열린 집회에서 총500여명의 조흥은행 노조원들이 강제합병 저지를 요구하며 삭발을 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흥노조, 외압여부 철저히 조사해야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를 비롯해 조흥은행 노동조합의 입장은 강경하다.

조흥은행 노동조합 허흥진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월 노조와의 면담에서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실사를 맡겨 조흥은행의 독자생존 여부를 판단하자고 했다”면서 “하지만 재정경제부와 예금보험공사는 실사 가격을 왜곡시켰고, 무조건 매각을 위해 외압을 행사해 결과를 조작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사과정에서의 외압여부가 철저히 밝혀져야 하며 해당 관련자에 대해 엄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22일 조흥은행 매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 민원실에 노 대통령과의 면담 및 TV 공개토론을 접수시켰다. 또 노조는 정부의 조흥은행 일괄 매각 추진에 맞서 오는 29일 하루동안 전국 영업점에서 시한부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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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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