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파손된 케이슨, 공사장비를 실은 바지선 등이 쪽빛 제주바다를 어지럽히고 있다. 해군기지 공사를 하는 작업선과 장비 때문에 문섬과 섭섬, 범섬에 대한 조망은 눈엣가시 박힌 듯 어렵다.
 파손된 케이슨, 공사장비를 실은 바지선 등이 쪽빛 제주바다를 어지럽히고 있다. 해군기지 공사를 하는 작업선과 장비 때문에 문섬과 섭섬, 범섬에 대한 조망은 눈엣가시 박힌 듯 어렵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지난 18일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바다. 바지선에 올라탄 중장비들이 쉬지 않고 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공사는 명백한 불법공사다. 국회가 예산 부대조건으로 단 검증 결과조차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1월 1일, 제주해군기지 2013년 예산안 2009억 원을 승인하면서 부대조건을 달았다. 2011년 국회 예결특위 제주해군기지조사소위의 세 가지 권고사항을 70일 이내에 이행해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 후 예산을 집행하라는 것이다.

국회의결을 무시하면서 강행되는 제주해군기지 공사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 또한 제주도 천연의 자연환경마저 파괴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강정 앞바다 일대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이며 생물권보존지역이다. 특히 해군기지가 건설돼 항공모함이 드나들 것으로 예상되는 항로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 지역을 관통한다. 또 이 항로에는 환경보전지역인 천연기념물 제442호 연산호 군락지가 있다.

그런데 입출항이 예상되는 항공모함과 크루즈선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 지역과 환경보전지역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정밀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해군과 시공사인 삼성 등에 의해 막무가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제대로 시뮬레이션 검증을 거치려면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며 "지난 1일 국회에서 제시한 70일의 검증 기한도 짧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국회가 정한 검증절차조차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

객관적인 시뮬레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데이터 수집 기간이 필요한데 17·18일 이틀에 걸쳐 졸속으로 해버린 것이다. 주민들은 "국회가 요구한 검증절차가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기 위한 형식적 통과절차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개탄하고 있다.

"파손 구조물 방치... 혈세 바다에 쏟는다"

지난 해 태풍에 의해 개당 8800톤이나 나가는 케이슨 7개가 파손되었다. 해군은 파손된 케이슨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해두어 바다를 더욱 흉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야간에는 이 케이슨에 해군기지 공사하는 작업선이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해 태풍에 의해 개당 8800톤이나 나가는 케이슨 7개가 파손되었다. 해군은 파손된 케이슨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해두어 바다를 더욱 흉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야간에는 이 케이슨에 해군기지 공사하는 작업선이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지난 해 태풍에 개당 8800톤이나 나가는 케이슨 7개가 파손, 유실됐지만 해군은 특별한 대책없이 다시 바다에 케이슨을 투하하고 있다. 제주 강정 앞바다는 태풍이 올라오는 길목에 있는 지역으로 마라도에 이어 두 번째로 해일 피해가 큰 지역이다.
 지난 해 태풍에 개당 8800톤이나 나가는 케이슨 7개가 파손, 유실됐지만 해군은 특별한 대책없이 다시 바다에 케이슨을 투하하고 있다. 제주 강정 앞바다는 태풍이 올라오는 길목에 있는 지역으로 마라도에 이어 두 번째로 해일 피해가 큰 지역이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은 "해군은 겨울철이 공사 적기라며 날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지난해 여름 태풍에 파손된 케이슨(방파제 축조용 구조물)이 7개가 그대로 바다에 방치돼 공사 진척이 없는데 국민 혈세를 바다에 쏟아 붓고 있다"고 꼬집었다.

케이슨은 개당 무게는 8800톤·높이 20m로 아파트 8층 규모다. 개당 제작비용은 약 15억 원 가량. 하지만 전문가들은 태풍에 의해 파손된 케이슨을 회수·처리하려면 제작비용의 서너 배가 든다고 추정한다. 즉 강정마을 앞바다에 파손돼 수장되어 있는 케이슨 7개의 값을 계상하면 모두 약 300억 원에서 400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태풍에 파손된 케이슨은 강정바다에 흉물스런 몰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해군은 파손된 케이슨 하나 처리하지 못하면서 연일 케이슨 제작 작업을 하고 있다. 해군은 이를 위해 아예 강정마을 중덕해안 구럼비 바위 인근에 케이슨 제작장을 만들어놓고 케이슨을 찍어내고 있다. 투하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다. 

18일 <오마이뉴스>와 함께 강정바다를 둘러본 한 주민은 "관광객들이 그나마 제주도를 찾는 까닭은 아름다운 쪽빛바다가 있기 때문인데 이게 공사판이지 쪽빛바다냐"며 "이제 쪽빛바다도 없는 제주도에는 오지마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강정 앞바다에서는 파괴된 케이슨의 잔해가 그대로 방치돼 있는가 하면 여러 대의 바지선이 작업기계를 싣고 바다에서 공사를 벌이고 있어 제주바다 풍광을 해치고 있다. 문섬과 섭섬의 조망은커녕 강정마을 바로 앞에 있는 범섬에 대한 조망까지도 힘든 실정이다.

특히 파손된 채 방치된 케이슨은 해상안전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하던 배가 야간에 파손된 케이슨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강정 앞바다가 한국으로 올라오는 태풍의 길목에 자라집고 있어 마라도 다음으로 해일 피해가 심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개당 8800톤 하던 케이슨을 날려버린 일이 해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아름다운 쪽빛바다가 공사장 다 됐다"

구럼비 바위는 파손되지 않았지만 그 위엔 케이슨 제작장과 공사용 콘크리트 삼발이 등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 보기 흉하다.
 구럼비 바위는 파손되지 않았지만 그 위엔 케이슨 제작장과 공사용 콘크리트 삼발이 등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 보기 흉하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구럼비 바위를 뒤덮고 있는 케이슨 제작장과 콘크리트 삼발이들.
 구럼비 바위를 뒤덮고 있는 케이슨 제작장과 콘크리트 삼발이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주민들의 예상이 지나친 기우가 아니라는 것은 해군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시뮬레이션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15만 톤급 선박이 조류에 밀려 방파제와 충돌하는 예측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제주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섬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 관계자는 "해마다 찾아오는 태풍 등 자연제약으로 사실상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운 조건이어서 현재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진척률은 약 27%에 정도에 불과하다"며 "더이상 국민혈세를 낭비하지 말고 해군기지 공사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 역시 그동안 계속해서 "지형적 특성상 해군기지 입지는 물론 어떠한 해상공사를 하기에도 적합하지 않다"며 "제대로 검증만 하면 절대 해군기지를 만들 수 없는 곳이란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주민들의 호소와 하소연에도 해군기지 공사는 강행되고 있다. '군사의 섬 제주도'가 아닌 '관광과 휴양의 섬 제주도'를 바랐던 주민들. "아름다운 쪽빛바다가 공사장이 다 됐다"며 "찾아오지 마라"고 억짓말 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바지선 위에 실은 기중기들이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바지선 위에 실은 기중기들이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태그:#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제주도 여행, #태풍, #삼성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