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재촉하는 단비가 촉촉히 내려서 오랜만에 텃밭의 작물들이 목마름의 갈증을 풀고, 하룻새에 부쩍 많이 자랐다. 밝고 따스한 햇볕에 반짝이는 배추잎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무당벌레 몇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반가움과 동시에 병해충에 대비를 해야할 시기가 되었고, 부쩍 몸통을 키우고 있는 배추에 영양과 수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신경쓸 때가 되었다. 영양과 수분이 부족하면 성장장애를 일으켜 부실한 배추가 되기도 하며 맛도 떨어진다.
배추모종을 정식후에 한달정도 지나면서 배추는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청년기에 속하며 하루가 다르게 몸통이 커진다. 이때쯤에, 배추는 햇볕이 충분하고 영양상태가 좋아야 식물 호르몬인 '옥신'이 배추잎의 뒤쪽에서 생성되어 자라게 되며, 배추잎이 안쪽으로 오그라들면서 속노랑 배추가 둥그렇게 만들어지는 '결구'가 된다. 작년에 결구가 안된 쭉정이 배추들이 많이 나온것은 잦은 비와 일조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배춧잎 끝이 누렇게 타들어 가는 증상을 보인다면 칼슘이 부족한것으로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속이 썩어서 짓무르게 되고 속없는 배추가 된다. 결구(배추 따위의 채소 잎이 여러 겹으로 겹쳐서 둥글게 속이 드는 일)가 된 상태에서는 배추 속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겉잎에 나타나는 증상을 잘 살펴야 한다. 칼슘영양제를 3~4일 간격으로 증상이 없어질때까지 살포해주고 수분도 부족하지 않도록 물을 주면 회복된다. 간단하게 계란껍질과 식초로 만드는 난각칼슘이면 충분하다.[
천연자연농약 만들기 참고]
배추농사에 있어서 진딧물도 주의해야 한다. 가을가뭄과 건조한 환경이 지속되면 진딧물이 발생하기 쉬우며, 한번 진딧물이 발생하면 확산속도도 빠르며 바이러스병균을 옮기는 탓에 초기에 방제하거나 예방이 최선이다.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가 보인다면 진딧물이 발생하는 징후로 봐도 된다.
예방법으로는 친환경농약으로 널리 알려진 난황유나 비눗물도 진딧물에 매우 효과가 있다(난황유는 천연자연농약 만들기를 참고, 비눗물은 평소에 세수나 손을 씻는 정도의 비누를 물에 풀어서 살포하면 된다). 진딧물은 배추잎의 뒷면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앞뒷면에 골고로 살포하고, 예방이 가장 최선이지만, 발생한 경우에는 초기에 방제하거나 피해가 큰 배추는 뽑아서 폐기처분하거나 땅속 깊이 묻어서 확산을 막는다.
배춧잎을 갉아먹는 애벌레도 이제부터 활동을 시작할때다. 배춧잎과 같은 보호색을 띄고 있는 애벌레의 경우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배춧잎에 구멍이 있거나 배설물이 있다면 그 주위에 있기에 잘 살펴서 핀셋이나 젓가락으로 잡아내서 밭에서 먼 곳에 놓아준다. 무우도 몸통이 굵어지기 시작하면 서서히 양분과 물주기를 줄이면서 비대해지기 시작하면 양분과 물주기를 중단한다. 과도한 양분과 물주기는 껍질이 터지고 뿌리가 썩으며 맛도 떨어진다.
초기 생육이 부진하여 많이 자라지 못했다고 화학비료의 유혹에 빠져서 작물을 인위적으로 키우거나, 영양제를 과도하게 사용하여 작물을 고사시키는 경우, 병해충 방제에 독극물인 화학농약을 너무도 쉽게 선택하는 경우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농사에는 다양한 농사방법이 공존하는 현실은 인정하지만 앞으로는 자연과 공생하는 농사를 하지 않으면 인간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