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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KBS 환경스페셜(농물공장, 5월31일방송)은 제주도의 한 농장에서 자연순환 방식으로 자라는 닭을 보여주면서 공장식축산의 사육이 어떤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주었다. 이후로 전국에서 1년에 5천명이 제주도의 그곳을 찾아오는 순례지가 된 농장의 주인 김윤수(51)씨. 국내와 해외의 유기농업 단체와 인사들이 그의 농장으로 찾아오는 것이 단지 '닭' 때문은 아니었다. 그의 독특한 '자연순환 유기농업'에 대해 반신반의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첫날 8시간의 강의와 새벽3시까지 토론, 다음날 5시간 연속강연을 쉼 없이 진행하는 열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로젝트 빔이 과열로 서너번씩 멈추는 흔하지 않는 경험을 했다.
 첫날 8시간의 강의와 새벽3시까지 토론, 다음날 5시간 연속강연을 쉼 없이 진행하는 열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로젝트 빔이 과열로 서너번씩 멈추는 흔하지 않는 경험을 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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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농부의 삶을 살아온 지 30년이 되었다는 김윤수씨를 지난달 2월 19일 대전시 유성구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만났다. 1박2일로 진행된 자연순환 유기농업 교육에는 전국에서 모인 농부들로 빈 자리가 없었다. (장소 사정으로 더 이상 신청을 못 받았다고 한다.)

필자는 교육신청이 마감되었음에도 서서라도 교육을 받고 싶다며 카페(도시농업 운동본부 & Ofica)운영진에게 사정을 봐달라는 문자를 보낸 끝에 허락을 받았고, 그의 자연순환 유기농법과 왜 도시농업에 주목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왜소한 체격에 묶은 긴머리와 수염이 소설가 이외수씨를 연상시켰지만, 연단에 선 그는 화산이 폭발하듯 뜨거운 열정으로 거침없이 말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몇 시간을 쉼 없이 그의 열변은 계속되었고, 화면을 만들어 주는 프로젝트빔이 과열로 인하여 멈추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쉬는 시간이 생겼다. 저녁시간(30분)외에 밤 10시까지 진행된 교육에서 프로젝트빔이 서너번이나 멈춰서 열을 식혀가며 첫 날 교육을 끝냈다. 다음날에도 다섯시간을 쉬지않는 폭풍강의를 하는 철인의 모습에서 참석자들은 감탄과 함께 '자연순환 유기농업'에서 희망을 찾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전남 순천으로 귀농하여 7년째 관행농업을 했다는 남아무개(69,교직 정년퇴임)씨는 '(고투입 비용)농사가 남는것도 없고 힘들어서 그만 둘려고 했는데 자연순환 농업을 알게 되어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교육을 참석하게 되었다.'며 바로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유기순환 자연농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찾으면 전국 어디라도 찾아가서 밤새도록 그의 농사법(양계 포함)을 전파하고 있다. 잘못된 방식에는 거침없이 쓴소리를 뱉어내며 그가 터득한 농사법을 한 사람이라도 더 실천하기를 바라는 그의 자연순환 유기농업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화석연료(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유기농업과는 다르다.
자연순환 유기농업으로 키우고 있는 작물들의 밭을 보면 잡초를 볼 수가 없다. 고랑사이의 풀(유기물)은 멀칭재료로 쓰기 위해 일부러 키운다.
 자연순환 유기농업으로 키우고 있는 작물들의 밭을 보면 잡초를 볼 수가 없다. 고랑사이의 풀(유기물)은 멀칭재료로 쓰기 위해 일부러 키운다.
ⓒ 벌거벗은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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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순환 유기농업의 바탕에는 자연유기물과 '미생물'을 활용한 '멀칭(mulching:흙 위에 덥어서 작물의 생장을 돕는 일)'이 있다. 현재의 관행농업이나 유기농업에서 비닐을 덮어서 풀을 억제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라면 자연순환 유기농업은 자연에서 얻어지는 녹색 풀이나 사람이 먹을수 있는 것을 제외한 모든 곡식과 채소의 잔류재를 멀칭으로 사용하거나 발열 퇴비로 만들어 흙으로 돌려보내며, 미생물을 배양하여 접종하면 '토양생물그물'이 만들어지고 세균이 증식하여 병해충을 억제하고 작물에 영양을 공급하는 농법이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알려진 퇴비는 '발효'를 통해서 퇴비 재료의 형체를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분해한 후에, 흙을 뒤집어 넣어주는 밑거름 농사법이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발효퇴비는 완전분해를 통해서 세균의 먹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흙 속에서 식물의 영양분이 되는 무기질을 만들어 내는 세균 증식의 큰 효과를 볼 수 없다고 한다.(퇴비 자체는 유기물로서 세균에 의해 무기질로 전환되어야 뿌리를 통해서 흡수한다.)  농기계를 이용한 경운(흙 뒤집기)을 하게 되면, 땅이 경반화(딱딱하게 굳어지는 현상)되어 작물이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고, 배수(물빠짐)와 공극(공기구멍)이 막히게 된다. 또한 밭갈이는 토양속의 미생물을 해치고 건강한 토양생물그물이 해체되어 병해충을 불러오며, 결국 작물의 생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위의 주장은 자연농업을 주창하는 사람들이 일관되게 지적하고 있으며, 그 폐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어서 특별한 내용은 아니다. 그렇다면 김씨는 어떤 방식으로 퇴비를 만들고 있을까?

그는 자연유기물 상태로 멀칭을 먼저 하고, 유기물이나 축분이 남으면 다음 농사에 사용할 때를 대비해서 몇 개월까지도 보관이 가능한 발열퇴비을 만들어 사용한다고 한다.  발열퇴비는 유기물이 가진 에너지의 높은 열(86도정도)에 의해 유기물이 가진 에너지를 소진시켜 퇴비의 부피(양)는 20~30% 정도 줄어든 상태에서 처음 재료의 형태를 유지한다. 발열퇴비는 높이 쌓으면서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한 겹(층)씩 쌓을 때 마다 위에서 눌러준다. 발열이 끝나도 재료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멀칭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발효퇴비'는 겉과 속을 뒤집으면서 산소공급을 위주로 하고 처음의 재료형태를 알수가 없는 완전부숙(썩힘)상태를 만들어 주로 흙속에 넣는 밑거름으로 사용을 한다. 퇴비의 부피(양)도 40~80%까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또한 발효퇴비는 완전부숙이 안된 상태에서 흙 속에 넣어주면 가스나 열을 발생하여 작물에 해를 입힐수가 있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자연에서 나오는 모든 유기물은 퇴비 재료가 된다. 음식물 쓰레기와 생활쓰레기(종이,나무가지)를 한데 모아서 발열퇴비를 만들어 미생물 배양액과 함께 흙 위에 뿌려준다.
 자연에서 나오는 모든 유기물은 퇴비 재료가 된다. 음식물 쓰레기와 생활쓰레기(종이,나무가지)를 한데 모아서 발열퇴비를 만들어 미생물 배양액과 함께 흙 위에 뿌려준다.
ⓒ 벌거벗은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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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유기순환 자연농업에서는 흙 속이 아닌 흙 위에 덮어서 세균의 먹이활동으로 무기질 양분을 흙 아래로 내려보낸다. 세균의 활동을 유지하고 증식하기 위해서 물과 미생물로 배양한 영양액도 뿌려주면서 지속적으로 작물에게 양분을 공급하게 된다.

발열퇴비의 단점은 발효퇴비에 비하여 조금 더 긴 시간이 필요로 하지만, 산소공급을 위해 퇴비의 겉과 속을 뒤집어 줘야 하는 노동력이 필요로 하지 않으며, 먹이(단당류)가 충분하기 때문에 많은 세균을 증식할 수 있고, 질소고정 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또한 흙 위에 덮는 '멀칭'을 하여 햇빛을 차단해서 풀 씨앗의 발아(싹 틔움)를 억제한다.

그가 주장하는 핵심은 흙을 살리는 것에서 농업이 시작되어야 하고, 그 시작은 자연유기물을 멀칭하고 '발열 퇴비'와 미생물을 활용하여 병해충 억제와 작물에 영양을 공급함으로써 자연상태에서도 충분히 작물재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연순환 유기농업에서는 작물사이에 다른 작물을 심는 혼작(섞어심기)과 윤작(돌려짓기)을 병행해서 병해충을 억제한다. 양배추 옆으로 배추와 다른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자연순환 유기농업에서는 작물사이에 다른 작물을 심는 혼작(섞어심기)과 윤작(돌려짓기)을 병행해서 병해충을 억제한다. 양배추 옆으로 배추와 다른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 벌거벗은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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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해충은 발효퇴비를 밑거름으로 넣고 밭갈이와 제초를 하면서 부터 작물을 집과 먹이로 삼게 되었고, 끊임없는 농약 사용으로 병해충 방제를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수 있는 것이 자연순환 유기농업이며, 흙 위에 덮어주는 자연유기물과 발열퇴비와 미생물은 작물과 병해충 모두를 공생하게 한다는 것이다.

5無농법(비료,제초,비닐,경운,병충해)은 농부라면 누구나 원하는 것이면서도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 한다면 숲을 생각해보라고 한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숲에는 아무도 비료와 농약을 뿌리지 않았지만 자연순환에 따라서 숲은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면 해답을 얻을수 있을것이다. (2부로 이어집니다.)


태그:#자연순환, #유기농, #발열퇴비, #미생물, #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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